한국 조선업계가 중국을 제치고 작년 선박 수주량 세계 1위를 달성했다. 상반기 혹독한 수주가뭄을 겪었지만 연말 몰아치기 수주로 12월 마지막주 극적인 역전에 성공했다.

12일 영국의 조선·해운 시황 분석업체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해 총 819만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 187척를 수주하며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세계 시장점유율은 43%였다. 중국이 793만CGT(353척·41%)로 뒤를 이었다. 일본은 137만CGT(86척·7%)를 수주하는 데 그쳤다.

상반기까지만 해도 중국은 351만CGT를 수주하며 한국(118CGT)과 격차를 두 배 이상으로 벌렸지만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사들은 하반기부터 주력 선종인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과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등을 본격적으로 수주하며 추격에 나섰다.

한국은 작년 12월 전세계 발주량(392만CGT) 가운데 73%인 285만CGT를 쓸어담으며 중국(101만CGT)을 제쳤다. 척당 가격이 1억8600만달러(약 2050억원)에 달하는 액화천연가스(LNG)선을 잇달아 수주하며 뒷심을 발휘한 끝에, 9회말 역전 ‘끝내기 홈런’을 쳐내는 데 성공했다.

한국은 지난해 발주된 대형 LNG운반선 49척 중 36척(73%), VLCC 41척 중 35척(85%), 수에즈막스(S-Max)급 원유운반선 28척 중 18척(64%)을 수주하며 고부가가치 선종에서 저력을 드러냈다. 지난해 전 세계 누계 발주량은 1924만CGT로 전년(2910만CGT) 대비 66% 감소했다. 하지만 한국의 점유율은 43%로 10년래 가장 높았다.

한국 조선사들은 올해도 수주랠리를 이어가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이날 유럽 소재 선사로부터 30만t급 VLCC(사진) 2척을 2000억원에 수주했다고 밝혔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난 5일 올해 첫 수주를 시작으로 1주일 새 초대형 컨테이너선 6척,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1척, 액화석유가스(LPG) 운반선 1척, 석유화학제품운반선(PC선) 1척, VLCC 2척 등 총 11척(1조3000억원)의 건조계약을 체결했다.

조선업계는 올해 상반기에도 수주랠리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가 13주 연속 올라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해운 호황으로 컨테이너선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올해 시장 회복이 기대되는 컨테이너선을 비롯해 LNG선 등 고부가가치, 친환경 선박을 중심으로 수주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올해 수주 목표액을 작년(110억달러)보다 약 35.4% 높인 149억달러(약 161000억원)로 잡았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