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부동산원이 올해 집값 전망 발표 안하는 이유
한국부동산원(옛 한국감정원)이 연초마다 발표하는 새해 부동산 시장 전망을 올해는 내놓지 않기로 했다. 공공기관인 부동산원의 예측과 실제 시장 상황 간 괴리가 크다는 비판이 이어지자 발표에 부담을 느끼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부동산원은 올해 부동산시장 전망 자료를 발표하지 않기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

부동산원은 2015년부터 매년 1월 그해 부동산 매매가격·전세가격 변동률 전망치를 발표해왔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매년 기자단을 대상으로 대면 브리핑을 해왔지만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어려워진 상황”이라며 “브리핑을 서면으로만 하면 발표 내용이 왜곡될 여지가 있어 올해는 전망치 발표를 생략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시장에서 내놓는 전망이 실제 시장 상황과 크게 어긋난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부동산원이 통계 발표를 망설이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부동산원은 지난해 1월 ‘2020년 부동산시장 전망 발표’를 통해 전국 주택 매매가격은 -0.9% 하락하고 전세가격도 -0.4% 내릴 것으로 전망했다. 당시 부동산원은 “대출 규제 강화에 따라 고가 주택시장을 중심으로 투자 심리가 위축되고, 하반기 이후 보유세 추가 부담이 가시화하면서 본격적인 조정이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전세시장은 기존 공급물량과 3기 신도시 조기 추진 등 꾸준한 신규 주택 공급 기대로 안정세를 보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실제로는 매매가격과 전세가격 모두 역대급 상승세를 보였다. 지난해 1~12월 전국 집값 누적 상승률은 5.36%로, 9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전세가격도 4.61% 상승해 2015년 이후 5년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정부가 규제지역을 대폭 확대하고 대출 규제, 다주택자 세율 인상 등 각종 부동산 대책을 내놓을 때마다 오히려 규제지역 인근 ‘풍선효과’와 ‘패닉바잉(공황구매)’ 등이 나타났다. 지난해 7월 말부터 전·월세 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 등 새 임대차보호법이 시행되면서 시장에 전세 공급이 끊겨 전셋값도 급등했다.

한 민간 부동산 정보업체 관계자는 “지난해 각종 부동산 규제 등 예기치 못한 변수가 시장을 흔들어 다른 민간 기관들도 관측이 빗나가긴 했다”며 “하지만 국토교통부 산하 기관인 부동산원이 시장 전망치를 내놓지 않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고 했다.

한편 부동산원을 제외한 국내 연구기관은 대부분 올해 가격이 더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과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은 각각 올해 전국 전세가격이 5%, 4%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택산업연구원은 3.1% 상승 전망치를 발표했다. 매매가격은 건정연이 전국 2% 상승, 주산연이 1.5%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건산연은 전국 주택 매매가격이 -0.5% 하락할 것으로 봤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