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시는 징역 6년, SK·애경은 왜 무죄일까? [남정민 기자의 서초동 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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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케미칼·애경 '가습기 메이트' CMIT·MIT 성분
'옥시 싹싹'과 달리 "폐질환과 연관성 입증 부족"
재판부 "사회적 참사 바라보는 심정 안타깝고 착잡,
추가 연구 되더라도 지금까지 나온 증거로는 무죄"
'옥시 싹싹'과 달리 "폐질환과 연관성 입증 부족"
재판부 "사회적 참사 바라보는 심정 안타깝고 착잡,
추가 연구 되더라도 지금까지 나온 증거로는 무죄"
2018년 1월 신현우 전 옥시 대표는 '가습기 살균제 사태'로 징역 6년의 실형을 확정받았습니다. 수많은 피해자를 낳은 '옥시싹싹 뉴가습기 당번'을 팔면서 그 안정성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난 2021년 1월 12일, '가습기 메이트'를 판 홍지호 전 SK케미칼 대표와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홍 전 대표와 안 전 대표뿐만 아니라 함께 재판에 넘겨진 관련 제조업체 전직 임·직원 모두가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옥시는 실형을 살고 SK케미칼과 애경은 무죄를 받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답은 '성분'입니다. '옥시싹싹'에 들어있는 성분은 폐질환을 일으킬 정도로 유해하지만, '가습기 메이트'에 들어있는 성분은 그만큼 독하지 않았다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입니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가습기 살균제 제품 사용과 폐질환 발병 사이의 인과관계를 얼마나 증명해내는지 였습니다. 결과적으로 폐질환이 발병했어도 다른 여러가지 이유로 발병됐을 가능성이 있다면, 가습기 살균제 제조와 판매를 담당한 피고인들을 처벌하기엔 무리가 있습니다.
반면 가습기 살균제 제품 사용으로 인해 폐질환이 생겼다는 것이 명백하다면 피고인들은 처벌을 피하기 힘들겠죠.
즉, 제품의 유해성과 그로 인해 병이 생겼다는 점을 입증해내는 것이 관건입니다.
재판부는 그 입증이 부족하다고 봤습니다. '옥시싹싹'에 쓰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염화에톡시에틸구아니딘(PGH)과 달리 '가습기 메이트'에 쓰인 클로로메틸아소티아졸리논(CMIT)·메틸아소티아졸리논(MIT)는 폐질환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지 못한다는 겁니다.
재판부는 △2014년 질병관리본부가 발행한 '가습기 살균제 건강피해사건 백서'에 따르면 PHMG와 달리 CMIT와 MIT 성분의 살균제 사용으로 폐질환이 발생한다는 것을 뒷받침하기 어렵다는 점 △2016~2017년 한국환경산업기술원에서 흡입독성시험을 했지만 폐의 조직학적 변화가 관찰되지 않은 점 △2017~2018년 국립환경과학원 시험에서도 CMIT와 MIT 흡입에 따른 폐섬유화 악화 영향이 관찰되지 않은 점 △연구책임자가 법정에서 "CMIT·MIT는 PHMG와 달리 폐섬유화와 관련이 없다고 보는게 맞다"고 증언한 점 △2017~2019년 진행된 동물시험에서도 CMIT·MIT가 인간에게 천식 등을 유발한다고 단정짓기 어렵다는 결론이 나온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도 재판부는 이례적으로 "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어마어마한 피해가 발생한 사회적 참사"라며 "이를 바라보는 심정이 안타깝고 착잡하기 그지없다"고 소회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이어 "향후 추가 연구결과가 나오면 (이날 판결이) 역사적으로 어떤 평가를 받게될 지 모르겠다"며 "하지만 재판부 입장에서는 현재까지 나온 증거를 바탕으로 형사사법의 근본 원칙에 입각해 판단, 무죄를 선고한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12일 조씨의 실제 발언을 재구성했습니다.
검찰은 "1심 법원은 동물 실험 결과와 인체 피해의 차이점을 간과하고 안전 조치를 소홀히 한 기업 책임자들 모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며 "SK케미칼이 PHMG를 판매하는 과정에서 독성 수치를 숨기고 허위 기재한 사실, 이를 은폐하기 위해 실험보고서 제목을 조작한 사실 등이 충분히 입증됐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오늘 1심 판결에 대해 항소를 제기해 가습기 살균제 피해에 상응하는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공소유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입장을 밝혔습니다. 실제로 고광현 전 애경산업 대표는 유해성 관련 자료를 은닉한 혐의로 지난해 4월 대법원에서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확정받았습니다.
2020년 7월 기준 환경부에 '가습기 살균제' 관련 피해를 신고한 사람은 총 6817명이고 그 중 사망자는 1553명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는 신고한 사람 기준이고 정확한 피해규모는 알 수 없다는 것이 법원 측 설명입니다.
"피고인들은 각 무죄"라는 주문으로 끝난 SK케미칼·애경 사건의 2심이 어떻게 진행될지 관심이 쏠립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
그로부터 3년이 지난 2021년 1월 12일, '가습기 메이트'를 판 홍지호 전 SK케미칼 대표와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홍 전 대표와 안 전 대표뿐만 아니라 함께 재판에 넘겨진 관련 제조업체 전직 임·직원 모두가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옥시는 실형을 살고 SK케미칼과 애경은 무죄를 받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답은 '성분'입니다. '옥시싹싹'에 들어있는 성분은 폐질환을 일으킬 정도로 유해하지만, '가습기 메이트'에 들어있는 성분은 그만큼 독하지 않았다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입니다.
法 "유해성 충분히 입증되지 않아 '무죄'"
선고는 12일 서울중앙지방법원 417호 대법정에서 이뤄졌습니다.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법원은 중계법정도 두 곳 열었습니다.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가습기 살균제 제품 사용과 폐질환 발병 사이의 인과관계를 얼마나 증명해내는지 였습니다. 결과적으로 폐질환이 발병했어도 다른 여러가지 이유로 발병됐을 가능성이 있다면, 가습기 살균제 제조와 판매를 담당한 피고인들을 처벌하기엔 무리가 있습니다.
반면 가습기 살균제 제품 사용으로 인해 폐질환이 생겼다는 것이 명백하다면 피고인들은 처벌을 피하기 힘들겠죠.
즉, 제품의 유해성과 그로 인해 병이 생겼다는 점을 입증해내는 것이 관건입니다.
재판부는 그 입증이 부족하다고 봤습니다. '옥시싹싹'에 쓰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염화에톡시에틸구아니딘(PGH)과 달리 '가습기 메이트'에 쓰인 클로로메틸아소티아졸리논(CMIT)·메틸아소티아졸리논(MIT)는 폐질환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지 못한다는 겁니다.
재판부는 △2014년 질병관리본부가 발행한 '가습기 살균제 건강피해사건 백서'에 따르면 PHMG와 달리 CMIT와 MIT 성분의 살균제 사용으로 폐질환이 발생한다는 것을 뒷받침하기 어렵다는 점 △2016~2017년 한국환경산업기술원에서 흡입독성시험을 했지만 폐의 조직학적 변화가 관찰되지 않은 점 △2017~2018년 국립환경과학원 시험에서도 CMIT와 MIT 흡입에 따른 폐섬유화 악화 영향이 관찰되지 않은 점 △연구책임자가 법정에서 "CMIT·MIT는 PHMG와 달리 폐섬유화와 관련이 없다고 보는게 맞다"고 증언한 점 △2017~2019년 진행된 동물시험에서도 CMIT·MIT가 인간에게 천식 등을 유발한다고 단정짓기 어렵다는 결론이 나온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도 재판부는 이례적으로 "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어마어마한 피해가 발생한 사회적 참사"라며 "이를 바라보는 심정이 안타깝고 착잡하기 그지없다"고 소회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이어 "향후 추가 연구결과가 나오면 (이날 판결이) 역사적으로 어떤 평가를 받게될 지 모르겠다"며 "하지만 재판부 입장에서는 현재까지 나온 증거를 바탕으로 형사사법의 근본 원칙에 입각해 판단, 무죄를 선고한다"고 말했습니다.
피해자 "분해서 숨이 멎을 것 같다"
선고 직후 해당 가습기 살균제 제품을 사용하고 폐 손상·천식 등을 앓게 됐다는 조모씨는 "어떻게 이런 판결이 나올 수 있냐"며 오열했습니다.지난 12일 조씨의 실제 발언을 재구성했습니다.
오늘 판결 결과는.. 모든 분들, 모든 사람이 무죄를 받았습니다. 지금 하.. 가슴이 멎을 것 같습니다. 그 자리에 앉아서 같이 (선고를) 들었던 피해자분들도 마찬가지라고 생각이듭니다만 어떻게 이런 판결이 나올 수 있습니까?검찰은 항소해 2심에서 재차 사건을 다투겠다고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러면 그 제품을 쓰고 사망에 이르고 지금까지 치료를 받으면서 (울먹) 투병을 하는 저희 피해자들은 과연 무슨 제품을 어떻게 썼다는 말입니까? 그들이 만든 제품을 그들이 쓰라는대로 썼고 지금에 와서 많은 돈을 들여서 거대 로펌들을 사서 나온 판결이 (울먹) 그들에게만 유리한 피해자들을 다 죽여버린 무죄라는것이 말이 됩니까? 가슴이 멎을것 같아서 더이상 말이나오지 않습니다...분해서 말이 나오지 않습니다. 이 제품을 써서 한두명씩 죽어간 그 숫자가 어마어마함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모두가 무죄라고 할 수 있습니까? 이건 말이 안되는 판결입니다.
(중략)
그 (해당기업의) 증거인멸은 그럼 뭐하러 했을까요? 왜 옳지않은 것들을 감추기 위해 그들이 한 행동은 무엇이 옳지 않기 때문에 했던건가요? 어떻게 한 두명도 아닌 모두를 무죄로 할수있습니까? (오열) 가슴이 터질것 같고 숨이 멎을것 같아요. 죽을것같습니다..이거 하나로 그 십여년 많게는 20여년동안을 제대로 생활을 하지 못한 이 평범한 국민은 어디가서 뭐라고 말을 하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한단 말입니까? 저희는 여기서 멈출수가 없습니다.
-1월 12일 '가습기 살균제' 사건 1심 선고 직후 조씨 발언
검찰은 "1심 법원은 동물 실험 결과와 인체 피해의 차이점을 간과하고 안전 조치를 소홀히 한 기업 책임자들 모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며 "SK케미칼이 PHMG를 판매하는 과정에서 독성 수치를 숨기고 허위 기재한 사실, 이를 은폐하기 위해 실험보고서 제목을 조작한 사실 등이 충분히 입증됐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오늘 1심 판결에 대해 항소를 제기해 가습기 살균제 피해에 상응하는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공소유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입장을 밝혔습니다. 실제로 고광현 전 애경산업 대표는 유해성 관련 자료를 은닉한 혐의로 지난해 4월 대법원에서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확정받았습니다.
2020년 7월 기준 환경부에 '가습기 살균제' 관련 피해를 신고한 사람은 총 6817명이고 그 중 사망자는 1553명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는 신고한 사람 기준이고 정확한 피해규모는 알 수 없다는 것이 법원 측 설명입니다.
"피고인들은 각 무죄"라는 주문으로 끝난 SK케미칼·애경 사건의 2심이 어떻게 진행될지 관심이 쏠립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