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년] "남 일 아니잖아요"…어려움 속 더 빛난 숨은 영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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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마스크 제작부터 소독방역 등 다양한 분야 자원봉사자들 '헌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의 지난 1년간 전쟁에서는 최전선 의료진이나 방역당국 관계자들 못지않은 숨은 영웅들이 적지 않다.
코로나19 상황에서 더 많은 도움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취약계층이나 공공장소 방역 등을 위해 애써온 지역의 자원봉사자가 그들이다.
이들은 공항·항만 방역, 동네 소독, 천 마스크 제작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자원봉사를 하며 코로나19로부터 이웃을 지키고자 하는 마음 하나로 묵묵히 지난 1년을 헌신했다.
◇ 하루도 거르지 않고 동네 소독…"'코로나 종식' 소식 고대"
경기 의정부시 가능동에 거주하는 최수진(61·남)씨는 매일 오전 9시부터 정오까지 동네 곳곳을 돌아다니며 소독을 하는 것이 일상이 됐다.
가능동 방재단장인 최씨는 다른 봉사자들을 이끌고 지하철역, 금융기관, 동사무소, 버스정류장, 놀이터 등을 빠짐없이 훑는다.
최씨가 기계를 이용해 소독약을 분무하면, 다른 이들은 문손잡이 등을 닦는 식이다.
최씨는 13일 "간혹 소독 업무를 하러 갔는데도 응대를 잘 안 해주는 사람들이 더러 있지만, 대부분은 정말 고맙다고 한다"며 "매일 하다 보니 소독 봉사활동이 꼭 직업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삼겹살 식당을 운영하는 그는 "거리두기 3단계로 가는 것만큼은 막으려고 더 최선을 다한다"면서 "코로나가 종식된다는 좋은 소식이 하루빨리 들렸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개인 방역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길을 가다 가로수나 버스정류장 등에 부착된 손소독제를 이용해 손을 닦는 것은 어느새 자연스러운 모습이 됐다.
많은 시민이 무심코 사용하는 손소독제의 관리를 내 일처럼 하는 봉사자도 있다.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정발산동에 사는 서인영(62·남)씨는 "다른 동네에 가보면 설치된 손소독제가 관리가 안 돼 쓸 수 없도록 방치되는 경우도 더러 봤는데, 우리 동네만큼은 그런 일이 없도록 매일 점검한다"면서 "시민들이 습관적으로 손소독제를 많이 사용할 때는 매일같이 교체가 필요한 적도 있었다"고 전했다.
서씨는 그뿐만 아니라, 코로나 초창기 천 마스크 제작,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알리는 거리 캠페인, 동네 소독작업, 불법 폐기물 치우기 등을 도맡아 하고 있다.
인천공항에서 일을 하는 그는 낮 동안 봉사활동을 하고자 3교대 근무에서 야간 근무를 자청할 정도로 열성적이다.
◇ 공항·항만서 1년째 방역활동…"모두의 노력 헛되지 않도록 최선"
이명숙(49·여)씨는 제주 입도 첫 번째 관문인 제주공항에서 1년째 코로나19 방역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이씨는 이날도 봉사활동을 위해 오전 5시부터 공항에 나와 입도객의 열화상 이미지로 시시각각 변하는 발열 감시 화면을 주시하며 긴장 태세를 유지했다.
4년 전 몸이 아파 수술을 하면서 간호조무사 일을 그만뒀던 이씨는 코로나19 사태가 터지자 공항 발열 체크 업무에 자원했다.
이씨는 "사실 봉사활동을 결심하고 내가 아니라 아이들이 걱정됐다"며 "그래도 엄마가 자원봉사를 한다고 하니 아이들이 자기들 걱정은 하지 말라며 힘을 실어 줬다"고 웃어 보였다.
이씨는 발열 감지 카메라를 지나가면서 입도객들이 한 번씩 건네는 '수고하신다, 고생하신다'는 말 한마디에 힘을 얻는다고 말했다.
그런데 한 번은 '턱스크'(마스크를 턱에 걸친 모습)를 한 입도객에게 "마스크를 제대로 착용해 달라"고 요청했다가 "마스크가 답답한데 어떻게 하느냐. 여행 첫 시작부터 기분이 팍 상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도 있었다.
또 다른 제주 입도 관문인 항만에서도 자원봉사들의 고군분투는 이어지고 있다.
33년간 공직에 몸을 담았던 간호사 한경임(65·여)씨는 공항에서 최근 항만으로 자리를 옮겨 입도객 대상 발열감지 봉사를 하고 있다.
처음 한씨가 봉사활동을 한다고 했을 당시 자녀들은 "엄마 아니면 봉사할 사람이 없느냐"면서 만류했으나, 이제는 한씨를 자랑스러워한다고 한다.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때도 자원봉사를 하면서 나름대로 방역 비법을 쌓은 한 씨에게도 코로나19 방역 활동은 쉽지 않다고 한다.
그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체력적으로 힘이 든다"면서 "오전 5시까지 항만에 가기 위해서는 4시부터 일어나 준비해야 하는데, 최근에는 한파 때문에 불안한 마음에 새벽에는 10분 가격으로 깨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도 다음 달부터는 백신 접종을 시작한다고 하니, 코로나19가 어서 빨리 종식돼 마스크를 벗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며 "그때까지 모두의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의료 전문인 중 한명으로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제주도청에서는 코로나19 초창기 자원봉사자 모집 공고를 통해 방역 업무 봉사자를 선발했으나, 워낙 지원자가 적어 이들의 업무시간이 길어진 탓에 이들에게 소정의 수당을 지급하고 있다.
◇ 천 마스크 2만 장 제작·어르신 전화상담…"조금이나마 도움 됐다면 행복"
경기 의정부시자원봉사센터에서는 지난해 마스크 대란이 벌어졌을 때 한 달 만에 봉사자들 수십 명이 달라붙어 천 마스크 2만 장을 제작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홍숙자(60·여)씨는 당시 하루 최대 10시간까지 앉아서 작업을 하느라 매일 아침 '아이고' 소리가 절로 나오기도 했다고 한다.
홍씨는 "그때 전국적으로 마스크를 구하기가 정말 어려웠는데, 어르신들은 면역력이 약하다 보니 마스크가 절실했다"면서 "마스크를 빨리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에 결혼한 지 36년 만에 처음으로 아버님 제사인 것도 깜박했었다"고 전했다.
마스크를 전달받은 분들이 감사의 인사를 했다는 얘기를 전해 들을 때면 피로를 잊고 뿌듯함을 느꼈다.
마스크를 구하느라 임신한 몸을 이끌고 약국을 돌아다녀야 했던 여성, 마스크 5부제를 몰라서 약국에 갔다가 헛걸음을 했던 80세 노인 등이 손수 적은 편지로 감사함을 전해왔다.
홍씨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던 코로나19 때문에 많은 사람이 어려움을 겪게 됐다"면서 "그게 남의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고 나의 손길이 누구에게 닿았는지 모르겠지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다면 행복하다"고 말했다.
기존에 해오던 대면 봉사활동이 어려워지면서 전화기를 든 봉사자도 있다.
오랜 기간 자살예방상담전화인 '생명의 전화' 상담 봉사활동을 해온 김효순(52·여·고양시)씨는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에 일상의 사회적 활동이 어려워서 답답하다는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듣고 말벗을 해드렸다"고 말했다.
김씨는 또 "봉사활동 중 어르신 이미용 봉사활동만큼은 멈출 수가 없어서 최소한의 인원으로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키면서 활동을 유지했다"면서 "방역수칙을 잘 지키니 문제가 없었고, 모두가 조심하면 우리의 일상도 지금보다 나아질 수 있다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그는 "코로나로 인해 기존에 해오던 봉사활동이 아닌 새로운 분야에서 또 다른 약자분들을 챙겨드릴 기회도 됐던 것 같다"면서 "모두가 바라는 것처럼 코로나19가 빨리 종식되기를 소망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의 지난 1년간 전쟁에서는 최전선 의료진이나 방역당국 관계자들 못지않은 숨은 영웅들이 적지 않다.
코로나19 상황에서 더 많은 도움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취약계층이나 공공장소 방역 등을 위해 애써온 지역의 자원봉사자가 그들이다.
이들은 공항·항만 방역, 동네 소독, 천 마스크 제작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자원봉사를 하며 코로나19로부터 이웃을 지키고자 하는 마음 하나로 묵묵히 지난 1년을 헌신했다.
◇ 하루도 거르지 않고 동네 소독…"'코로나 종식' 소식 고대"
경기 의정부시 가능동에 거주하는 최수진(61·남)씨는 매일 오전 9시부터 정오까지 동네 곳곳을 돌아다니며 소독을 하는 것이 일상이 됐다.
가능동 방재단장인 최씨는 다른 봉사자들을 이끌고 지하철역, 금융기관, 동사무소, 버스정류장, 놀이터 등을 빠짐없이 훑는다.
최씨가 기계를 이용해 소독약을 분무하면, 다른 이들은 문손잡이 등을 닦는 식이다.
최씨는 13일 "간혹 소독 업무를 하러 갔는데도 응대를 잘 안 해주는 사람들이 더러 있지만, 대부분은 정말 고맙다고 한다"며 "매일 하다 보니 소독 봉사활동이 꼭 직업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삼겹살 식당을 운영하는 그는 "거리두기 3단계로 가는 것만큼은 막으려고 더 최선을 다한다"면서 "코로나가 종식된다는 좋은 소식이 하루빨리 들렸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개인 방역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길을 가다 가로수나 버스정류장 등에 부착된 손소독제를 이용해 손을 닦는 것은 어느새 자연스러운 모습이 됐다.
많은 시민이 무심코 사용하는 손소독제의 관리를 내 일처럼 하는 봉사자도 있다.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정발산동에 사는 서인영(62·남)씨는 "다른 동네에 가보면 설치된 손소독제가 관리가 안 돼 쓸 수 없도록 방치되는 경우도 더러 봤는데, 우리 동네만큼은 그런 일이 없도록 매일 점검한다"면서 "시민들이 습관적으로 손소독제를 많이 사용할 때는 매일같이 교체가 필요한 적도 있었다"고 전했다.
서씨는 그뿐만 아니라, 코로나 초창기 천 마스크 제작,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알리는 거리 캠페인, 동네 소독작업, 불법 폐기물 치우기 등을 도맡아 하고 있다.
인천공항에서 일을 하는 그는 낮 동안 봉사활동을 하고자 3교대 근무에서 야간 근무를 자청할 정도로 열성적이다.
◇ 공항·항만서 1년째 방역활동…"모두의 노력 헛되지 않도록 최선"
이명숙(49·여)씨는 제주 입도 첫 번째 관문인 제주공항에서 1년째 코로나19 방역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이씨는 이날도 봉사활동을 위해 오전 5시부터 공항에 나와 입도객의 열화상 이미지로 시시각각 변하는 발열 감시 화면을 주시하며 긴장 태세를 유지했다.
4년 전 몸이 아파 수술을 하면서 간호조무사 일을 그만뒀던 이씨는 코로나19 사태가 터지자 공항 발열 체크 업무에 자원했다.
이씨는 "사실 봉사활동을 결심하고 내가 아니라 아이들이 걱정됐다"며 "그래도 엄마가 자원봉사를 한다고 하니 아이들이 자기들 걱정은 하지 말라며 힘을 실어 줬다"고 웃어 보였다.
이씨는 발열 감지 카메라를 지나가면서 입도객들이 한 번씩 건네는 '수고하신다, 고생하신다'는 말 한마디에 힘을 얻는다고 말했다.
그런데 한 번은 '턱스크'(마스크를 턱에 걸친 모습)를 한 입도객에게 "마스크를 제대로 착용해 달라"고 요청했다가 "마스크가 답답한데 어떻게 하느냐. 여행 첫 시작부터 기분이 팍 상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도 있었다.
또 다른 제주 입도 관문인 항만에서도 자원봉사들의 고군분투는 이어지고 있다.
33년간 공직에 몸을 담았던 간호사 한경임(65·여)씨는 공항에서 최근 항만으로 자리를 옮겨 입도객 대상 발열감지 봉사를 하고 있다.
처음 한씨가 봉사활동을 한다고 했을 당시 자녀들은 "엄마 아니면 봉사할 사람이 없느냐"면서 만류했으나, 이제는 한씨를 자랑스러워한다고 한다.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때도 자원봉사를 하면서 나름대로 방역 비법을 쌓은 한 씨에게도 코로나19 방역 활동은 쉽지 않다고 한다.
그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체력적으로 힘이 든다"면서 "오전 5시까지 항만에 가기 위해서는 4시부터 일어나 준비해야 하는데, 최근에는 한파 때문에 불안한 마음에 새벽에는 10분 가격으로 깨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도 다음 달부터는 백신 접종을 시작한다고 하니, 코로나19가 어서 빨리 종식돼 마스크를 벗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며 "그때까지 모두의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의료 전문인 중 한명으로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제주도청에서는 코로나19 초창기 자원봉사자 모집 공고를 통해 방역 업무 봉사자를 선발했으나, 워낙 지원자가 적어 이들의 업무시간이 길어진 탓에 이들에게 소정의 수당을 지급하고 있다.
◇ 천 마스크 2만 장 제작·어르신 전화상담…"조금이나마 도움 됐다면 행복"
경기 의정부시자원봉사센터에서는 지난해 마스크 대란이 벌어졌을 때 한 달 만에 봉사자들 수십 명이 달라붙어 천 마스크 2만 장을 제작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홍숙자(60·여)씨는 당시 하루 최대 10시간까지 앉아서 작업을 하느라 매일 아침 '아이고' 소리가 절로 나오기도 했다고 한다.
홍씨는 "그때 전국적으로 마스크를 구하기가 정말 어려웠는데, 어르신들은 면역력이 약하다 보니 마스크가 절실했다"면서 "마스크를 빨리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에 결혼한 지 36년 만에 처음으로 아버님 제사인 것도 깜박했었다"고 전했다.
마스크를 전달받은 분들이 감사의 인사를 했다는 얘기를 전해 들을 때면 피로를 잊고 뿌듯함을 느꼈다.
마스크를 구하느라 임신한 몸을 이끌고 약국을 돌아다녀야 했던 여성, 마스크 5부제를 몰라서 약국에 갔다가 헛걸음을 했던 80세 노인 등이 손수 적은 편지로 감사함을 전해왔다.
홍씨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던 코로나19 때문에 많은 사람이 어려움을 겪게 됐다"면서 "그게 남의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고 나의 손길이 누구에게 닿았는지 모르겠지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다면 행복하다"고 말했다.
기존에 해오던 대면 봉사활동이 어려워지면서 전화기를 든 봉사자도 있다.
오랜 기간 자살예방상담전화인 '생명의 전화' 상담 봉사활동을 해온 김효순(52·여·고양시)씨는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에 일상의 사회적 활동이 어려워서 답답하다는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듣고 말벗을 해드렸다"고 말했다.
김씨는 또 "봉사활동 중 어르신 이미용 봉사활동만큼은 멈출 수가 없어서 최소한의 인원으로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키면서 활동을 유지했다"면서 "방역수칙을 잘 지키니 문제가 없었고, 모두가 조심하면 우리의 일상도 지금보다 나아질 수 있다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그는 "코로나로 인해 기존에 해오던 봉사활동이 아닌 새로운 분야에서 또 다른 약자분들을 챙겨드릴 기회도 됐던 것 같다"면서 "모두가 바라는 것처럼 코로나19가 빨리 종식되기를 소망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