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8세에 게임·초콜릿…장수 유전자 따로 있나 [여기는 논설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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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18세가 된 세계 최고령 할머니 다나카 가네(田中力子). 일본 후쿠오카 노인요양시설에 사는 다나카 할머니는 뜻밖에 초콜릿과 콜라, 캔커피를 좋아한다. 지난 2일 그의 생일날 일본 NHK는 “다나카 할머니가 초콜릿과 콜라 등 탄산음료를 즐긴다”고 보도했다.
그는 게임에도 열정적이다. ‘오셀로’라는 보드게임으로 노인요양시설의 다른 입소자나 직원들과 대결을 벌이곤 한다. 지는 것을 싫어해서 이길 때까지 몇 번씩 도전하기도 한다.
교도통신이 꼽은 그의 장수 비결 중 다른 하나는 공부다. 요즘도 수시로 곱셈과 나눗셈을 즐기며 매주 산수 교실에 참가한다. 시 쓰는 것도 좋아한다.
그는 45세 때 췌장암 수술, 103세 때 대장암 수술을 받았지만 모두 이겨냈다. 76세 때 담석 제거수술을 받았고, 90세 때 백내장 수술을 받았다. 지금도 특별한 지병은 없다. 103세 때 대장암 수술 후 “맥주가 마시고 싶다”고 말해 주변을 놀라게 했다.
이쯤 되면 장수 유전자가 따로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사람의 장수에는 적당한 운동과 영양 등 생활습관이 중요한 요인으로 꼽히지만 타고난 유전자도 20~30%의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7년 일본 연구팀이 장수에 관계하는 유전자의 특징을 찾아낸 적이 있다. 도쿄도(東京都) 건강장수의료센터와 게이오(慶應)대학 연구팀은 장수자 1000여 명의 유전정보를 모아 일반인과 비교한 연구에서 장수자의 유전자에는 암과 뼈에 관계하는 유전자에 특징이 있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러나 장수 유전자는 없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진에 따르면 110세를 넘긴 노인들은 유전적 공통점이 전혀 없었다. 이들에게서 장수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유전자 통제 단백질을 찾아낼 수 없었다.
학자들은 “유전적 요인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겠지만, 100세 이상 고령자들은 한결 같이 여유롭고 긍정적인 생각, 품격 있는 말, 남을 위하는 마음을 지닌 사람들”이라고 말한다.
공식 최고령 기록 보유자인 프랑스 여성 잔 칼망(1875~1997)은 122세까지 살았다. 그는 85세에 펜싱을 시작했고, 110세에도 자전거를 탔다. 21세부터 117세까지 담배를 피웠다. 그의 조상들도 일반인보다 평균 10.5년 오래 살았다. 학자들은 이를 두고 생활양식이나 음식보다 희귀한 장수 유전자 덕분이라고 말했지만, 정작 그는 “자주 웃고 시간을 지루하지 않게 보내는 게 건강 비결”이라고 말했다.
2015년 117세로 세상을 떠난 일본의 오카와 미사요 할머니는 “평생 스시를 즐기며 마음 편히 8시간 이상 자는 게 비결이었다”고 했다.
예나 지금이나 무병장수는 전 인류의 꿈이다.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엘리자베스 블랙번 교수는 노화의 열쇠를 우리 몸 속 세포인 ‘텔로미어’가 쥐고 있다고 얘기한다. 텔로미어는 우리 세포 속 염색체의 양 끝단에 있는 구조를 말한다. 염색체 손상을 막아주는 이 텔로미어가 닳아서 짧아지면 세포가 분열이 멈춰지고 노화가 진전된다. 따라서 텔로미어가 짧아지는 걸 막는 게 중요하다.
그는 “텔로미어가 스트레스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며 “두려움이나 불안 등을 동반한 ‘위협반응’을 긍정적인 ‘도전반응’으로 바꾸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남을 적대시하고 비관주의에 빠지면 텔로미어 길이가 줄어들고, 나쁜 감정을 걸러내면 건강수명이 길어진다는 것이다.
최근 나온 책 『건강하게 나이 든다는 것』(어크로스 펴냄)의 저자인 마르타 자라스카도 무병장수의 비결을 ‘헌신적인 애정관계’와 ‘친구·가족·이웃으로 구성된 사회관계망’ ‘성실한 성격’ 등 마음의 영역에서 찾았다.
82세에 『파우스트』를 완성한 괴테 역시 “살아 있는 동안 건강하게 지낼 수 있도록 끊임없이 생활을 가꿔야 한다”고 말했으니, 장수 비결은 결국 어떤 마음가짐으로 세상을 대하고 스스로를 가꾸는가에 달려 있는 것 같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그는 게임에도 열정적이다. ‘오셀로’라는 보드게임으로 노인요양시설의 다른 입소자나 직원들과 대결을 벌이곤 한다. 지는 것을 싫어해서 이길 때까지 몇 번씩 도전하기도 한다.
교도통신이 꼽은 그의 장수 비결 중 다른 하나는 공부다. 요즘도 수시로 곱셈과 나눗셈을 즐기며 매주 산수 교실에 참가한다. 시 쓰는 것도 좋아한다.
그는 45세 때 췌장암 수술, 103세 때 대장암 수술을 받았지만 모두 이겨냈다. 76세 때 담석 제거수술을 받았고, 90세 때 백내장 수술을 받았다. 지금도 특별한 지병은 없다. 103세 때 대장암 수술 후 “맥주가 마시고 싶다”고 말해 주변을 놀라게 했다.
이쯤 되면 장수 유전자가 따로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사람의 장수에는 적당한 운동과 영양 등 생활습관이 중요한 요인으로 꼽히지만 타고난 유전자도 20~30%의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7년 일본 연구팀이 장수에 관계하는 유전자의 특징을 찾아낸 적이 있다. 도쿄도(東京都) 건강장수의료센터와 게이오(慶應)대학 연구팀은 장수자 1000여 명의 유전정보를 모아 일반인과 비교한 연구에서 장수자의 유전자에는 암과 뼈에 관계하는 유전자에 특징이 있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러나 장수 유전자는 없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진에 따르면 110세를 넘긴 노인들은 유전적 공통점이 전혀 없었다. 이들에게서 장수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유전자 통제 단백질을 찾아낼 수 없었다.
학자들은 “유전적 요인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겠지만, 100세 이상 고령자들은 한결 같이 여유롭고 긍정적인 생각, 품격 있는 말, 남을 위하는 마음을 지닌 사람들”이라고 말한다.
공식 최고령 기록 보유자인 프랑스 여성 잔 칼망(1875~1997)은 122세까지 살았다. 그는 85세에 펜싱을 시작했고, 110세에도 자전거를 탔다. 21세부터 117세까지 담배를 피웠다. 그의 조상들도 일반인보다 평균 10.5년 오래 살았다. 학자들은 이를 두고 생활양식이나 음식보다 희귀한 장수 유전자 덕분이라고 말했지만, 정작 그는 “자주 웃고 시간을 지루하지 않게 보내는 게 건강 비결”이라고 말했다.
2015년 117세로 세상을 떠난 일본의 오카와 미사요 할머니는 “평생 스시를 즐기며 마음 편히 8시간 이상 자는 게 비결이었다”고 했다.
예나 지금이나 무병장수는 전 인류의 꿈이다.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엘리자베스 블랙번 교수는 노화의 열쇠를 우리 몸 속 세포인 ‘텔로미어’가 쥐고 있다고 얘기한다. 텔로미어는 우리 세포 속 염색체의 양 끝단에 있는 구조를 말한다. 염색체 손상을 막아주는 이 텔로미어가 닳아서 짧아지면 세포가 분열이 멈춰지고 노화가 진전된다. 따라서 텔로미어가 짧아지는 걸 막는 게 중요하다.
그는 “텔로미어가 스트레스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며 “두려움이나 불안 등을 동반한 ‘위협반응’을 긍정적인 ‘도전반응’으로 바꾸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남을 적대시하고 비관주의에 빠지면 텔로미어 길이가 줄어들고, 나쁜 감정을 걸러내면 건강수명이 길어진다는 것이다.
최근 나온 책 『건강하게 나이 든다는 것』(어크로스 펴냄)의 저자인 마르타 자라스카도 무병장수의 비결을 ‘헌신적인 애정관계’와 ‘친구·가족·이웃으로 구성된 사회관계망’ ‘성실한 성격’ 등 마음의 영역에서 찾았다.
82세에 『파우스트』를 완성한 괴테 역시 “살아 있는 동안 건강하게 지낼 수 있도록 끊임없이 생활을 가꿔야 한다”고 말했으니, 장수 비결은 결국 어떤 마음가짐으로 세상을 대하고 스스로를 가꾸는가에 달려 있는 것 같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