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언 발에 오줌 누기" vs 비지상파 "매너리즘 지속"
지상파 중간광고에 기대와 우려 교차…체감 변화는 적을 듯
방송팀 = 정부가 지상파 방송사도 프로그램 중간에 광고할 수 있도록 방송법 시행령을 개정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미 유사 중간광고인 프리미엄CM(PCM)에 익숙해진 시청자 입장에서는 큰 변화를 느끼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방송가에서는 "만시지탄"이라고 적자를 호소하는 지상파와 "지상파에 대한 특혜"라고 비판하는 비지상파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광고 방식과 플랫폼을 떠나 결국 콘텐츠 질에 수익도 달려있다고 강조한다.

◇ "이미 하는 중 아니에요?"…중간광고, PCM과 어떻게 다른가
이미 지상파의 웬만한 콘텐츠에는 중간광고 격의 PCM이 들어가 있다.

주요 미니시리즈와 주말 예능은 적게는 2부, 많게는 3부로까지 쪼개져 그 사이사이에 1분가량의 광고가 송출되고 있다.

MBC와 SBS는 최근에는 메인 뉴스까지 PCM을 삽입했다.

이렇듯 PCM이 2년여에 걸쳐 안방극장에 자연스럽게 자리 잡은 상황이라 시청자들로서는 큰 차이를 못 느낄 수 있다.

과거 SBS가 '미운 우리 새끼' 등 프로그램에 선제적으로 PCM을 삽입할 때는 비판이 컸지만, 이번에는 오히려 눈에 보이는 저항은 적을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김용희 숭실대 경영학부 교수도 13일 "공식적으로 허용돼 광고를 많이 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은 맞다"며 "그러나 이미 중간광고를 시행하는 셈이라 아주 큰 변화는 없을 것이다.

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차이점을 꼽자면 PCM은 프로그램의 한가운데 삽입해야 했지만, 중간광고는 방송사가 원하는 시점에 광고를 내보낼 수 있다는 것이다.

45~60분 분량 프로그램은 1회, 60~90분 프로그램은 2회 등 30분마다 1회가 추가돼 최대 6회까지 중간광고를 할 수 있으므로 가장 광고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시점마다 광고를 할 수 있는 셈이다.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클라이맥스마다 광고가 떠서 불편함을 느낄 수 있다.

이 밖에도 가상·간접광고가 금지되던 방송광고 시간제한 품목(주류 등)도 해당 품목 허용 시간대 광고가 허용될 방침이어서 막상 이러한 광고가 적용되면 다시 논란에 불이 붙을 수는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지상파 '환영' 비지상파 '불편한 침묵'…결국 콘텐츠 싸움
방통위의 발표에 지상파는 일제히 환영하는 뜻을 나타냈다.

한 지상파 관계자는 "그동안 지상파에만 엄격했던, 역차별과 불평등이 있었다.

이제는 무한 경쟁 시대라 지상파로서는 꼭 필요한 재원을 확보할 좋은 기회다.

하지만 좀 더 허용이 빨랐으면 좋았을 것"이라며 "새롭게 들어오는 수익을 좋은 콘텐츠에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지상파 관계자는 "만시지탄에, 언 발에 오줌 누기라 이걸 허용한다고 살아날지 모르겠다.

또 중간광고를 하면 PCM은 할 수 없기 때문에 엄청난 변화는 없을 것"이라면서 "중간광고를 허용하려면 더 효과가 큰 '일일 총량제'를 해줘야 더 의미가 있을 것 같다.

가상광고에 대한 장벽도 없애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반면, 비지상파는 딱히 공개적으로 입장을 내놓지는 않으면서도 불편한 기색을 비치고 있다.

한 종합편성채널 관계자는 "이미 편법으로 중간광고를 하고 있었으니 사실상 달라질 게 없을 것이다.

이제는 미디어 시장이 많이 바뀌어서 방송사가 힘들지 않은 곳이 없기 때문에 지상파도 중간광고를 안 할 수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케이블 채널 관계자는 "중간광고를 허용해준다고 지상파가 좋은 콘텐츠를 내놓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큰 수익성도 없이 시청자의 심리적 반발만 부르고 장기적으로는 더 매너리즘에만 빠지지 않을까 싶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가뜩이나 수신료 이슈까지 불거졌는데 시청자들의 반발이 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결국 지상파의 생존은 광고 방식이 아닌 콘텐츠에 달려있다고 조언했다.

김경숙 상명대 지식재산권학과 교수는 "지상파 콘텐츠에 힘이 있다면 중간광고가 들어가도 시청자들이 계속 보겠지만, 현재는 시청률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하며 "시청자는 콘텐츠가 좋다면 중간광고도 충분히 감내한다.

또 광고를 열심히 할 수 있는 환경이 돼도 시청자가 외면하면 기업도 광고를 안 줄 것"이라고 밝혔다.

김용희 교수는 "KBS 경우 수신료 인상을 추진하기 때문에 그게 실현된다면 광고를 그만큼 줄여야 할 것"이라며 "또 콘텐츠 경쟁력을 높이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