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외국인 직접투자(FDI)가 207억5000만달러로 11% 쪼그라들며 2년 연속 급감한 것은 ‘개방’을 통해 성장해온 한국 경제에 울린 경고음이다. 정부는 “6년 연속 FDI 200억달러를 달성했다”며 엉뚱한 설명을 늘어놨지만 2014년(190억달러) 이후 ‘6년 만의 최저치’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바꿀 수는 없다.

FDI 내역을 뜯어봐도 기대에 한참 못 미친다. 선진 경제권인 일본(-49%) 미국(-35%) 유럽연합(EU·-34%)의 투자가 대폭 줄었다. 한국이 ‘기업하기 힘든 나라’ ‘기업을 해외로 내모는 나라’로 전락하고 있다는 국내외 기업들의 높은 불만과 일맥상통하는 결과로 볼 수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코로나19 사태로 전 세계 FDI가 30~40% 줄어든 것으로 추정된다며 ‘선방했다’고 자평했다. 코로나19가 터지기 전인 2019년에도 한국의 FDI는 13% 줄었다는 점에서 본질을 외면하는 무책임한 변명일 뿐이다.

‘평균의 함정’도 경계해야 한다. 2019년에도 보호무역 확산으로 전 세계 FDI가 1.4% 줄었지만 대만 싱가포르 브라질 베트남 등은 FDI가 급증했다. 작년도 마찬가지다. 핵심 경쟁국으로 부상한 중국은 코로나19와 극심한 미·중 무역분쟁 와중에도 FDI가 소폭 증가했다. 이런 격차는 어떻게 해명할 것인가.

이런 정황들은 코로나19 뒤로 숨지 말고 추세적인 투자 매력 감소라는 현실을 직시할 것을 요구한다. 국내에 진출한 외국 투자기업의 39%는 한국의 경영환경이 다른 나라보다 ‘비(非)친화적’이라고 답해 ‘친화적’이라는 응답(18%)의 두 배를 웃돈다는 최근 조사도 있다. 혁신을 저해하는 제도, 경직적 노사관계, 높은 법인세율 등이 한결같은 불만 요인이다. 환경에 엄격한 EU보다도 더한 화학물질 규제, 본국에서 통과한 기준을 한국에서 재점검받는 이중규제 등도 불만 메뉴다. 기업을 적폐로 모는 듯한 첩첩 규제가 쌓이다 보니 2019년엔 한국에서 철수한 외국 기업이 173곳으로 1년 만에 세 배 가까이 급증하기도 했다.

기업 옥죄기가 유행처럼 가속화하고 확산하는 모습이 우려를 증폭시킨다. 가파른 최저임금 인상과 엄격한 주 52시간제 도입에 이어 해고자 노조 허용 등 노조관련법은 친노조 일변도로 치닫고 있다. 급기야 정부 국회에 이어 사법부까지 과잉 규제 행렬에 가세했다. 대법원은 안전사고 시 사업주를 최대 10년6개월의 장기간 징역형에 처할 수 있는 내용의 양형기준안을 의결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 이어 엎친 데 덮친 격이다. 기업의 시름을 덜어주지는 못할망정 “계속 생겨나는 규제 때문에 ‘소나기 펀치’를 얻어맞는 듯하다”는 탄식까지 나오는 현실에서는 일자리도, 경기 회복도 요원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