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마 오른 '아이돌 성적대상화'…딥페이크 근절 청원 26만 넘어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아이돌 동성애 등 다룬 '알페스'에도 비판…딥페이크와 동일선상 비판 불가 주장도
최근 온라인에서 아이돌 스타를 성적으로 대상화하는 데 대한 비판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크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13일 '딥페이크' 기술로 여성 연예인의 성적 합성물을 만드는 행위를 강력하게 처벌해달라는 청원이 올라와 하루 만에 정부 공식 답변 요건인 20만 명 이상 동의를 얻었다.
참여자는 이날 오후 26만 명을 넘어섰다.
딥페이크는 인공지능(AI) 영상합성 기술을 뜻한다.
문제는 이 기술을 악용해 성적인 영상에 교묘하게 여성 연예인들의 얼굴을 합성하는 등의 행위가 일어나면서 특히 여성 아이돌 피해자가 속출했다는 점이다.
청원자는 "피해받는 여성 중 사회 초년생인 미성년 여자 연예인들도 있다"며 "이토록 잔인하고 공공연하게 성범죄에 노출되고 있는 현실에 딥페이크 사이트, 이용자들의 강력한 처벌과 수사를 촉구한다"고 적었다.
K팝 스타들이 딥페이크 타깃이라는 우려는 그동안 계속 제기됐다.
딥페이크 탐지 기술업체 '딥트레이스'가 지난 2019년 발간한 보고서 '더 스테이트 오브 딥페이크'에 따르면 딥페이크 포르노그래피 웹사이트에 올라온 영상의 25%가 K팝 가수를 대상으로 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디지털성범죄심의소위원회는 지난해 6월 한국 연예인의 영상을 합성해 유통한 해외 딥페이크 전문 사이트 혹은 SNS 계정들에 대해 '시정 요구(접속차단)'를 의결하기도 했다.
아이돌을 인격을 지닌 개인이 아니라 성적인 대상으로 환원하고, 그런 신체 이미지를 소비하는 행위는 기술 발전에 따라 방식을 바꿔가며 계속되고 있다.
몸 일부를 강조한 자극적인 '움짤'(움직이는 사진)이나 합성사진 등이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대중적 이미지가 중요한 아이돌 당사자들은 이런 행위에 노출돼도 적극적으로 대응하거나 공론화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
이종임 문화사회연구소 이사는 "여성 연예인들이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사회에서 요구받는 시선 때문에 이런 것들을 감내하는 방식이 있었고 가해자에 대한 처벌이 약한 부분도 있었다.
이게 변화해야 한다는 걸 보여주는 여론"이라고 말했다.
딥페이크 문제에 앞서 최근 도마에 오른 것은 이른바 '알페스' 문화다.
알페스는 '리얼 퍼슨 슬래시'(Real Person Slash)의 약자인 'RPS'로도 표기되며 실존 인물 간 애정 관계를 허구로 상상해 2차 창작물로 만드는 행위를 일컫는다.
K팝 팬덤에서는 팬들이 한 그룹 멤버들을 소재로 동성 간 애정 관계를 묘사하는 소설이나 그림 등의 창작물을 만드는 경우가 많다.
보이그룹과 걸그룹 모두 대상이 되지만, 보통 보이그룹 팬덤 규모가 크기 때문에 남성 아이돌을 소재로 한 알페스 문화가 더 광범위한 편이다.
최근 알페스가 비난 대상이 된 이유는 상당수 창작물이 강도 높은 성적 묘사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허구라 하더라도 실존 인물에게 원치 않는 정체성을 부여하고 성적 묘사의 대상으로 삼는다면 폭력이라는 것이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내가 좋아하는 연예인을 긍정적인 시각에서 묘사하고 즐기는 문화가 아니라 연예인 당사자의 이미지를 훼손한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실 알페스는 1·2세대 아이돌 시절의 '팬픽'으로 거슬러 올라갈 만큼 오래된 서브컬처(소수 마니아층의 하위문화) 성격이 있다.
이는 멤버들 독특한 관계 구도, 이른바 '관계성'을 중요한 매력으로 삼는 아이돌 산업의 특성에 뿌리가 있다.
이런 관점에선 팬덤 창작문화에 뿌리를 둔 알페스와 딥페이크 합성물을 비슷한 선상에 놓고 봐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다른 가요계 관계자는 "딥페이크는 눈에 보이는 합성물이라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이지만, 글로 쓴 팬픽은 이미지를 실추하기보다 오히려 팬덤을 강화하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문화에 대한 윤리적 기준이 높아지고, 일방적 대상화에 대한 비판적 감수성도 높아진 지금은 이런 하위문화를 예전과 같은 시각으로만 보기 어려워진 측면도 있다.
팬덤 내부의 더 성숙한 태도와 자정작용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종임 이사는 "예전에는 자유로운 문화 형성이 가능했던 시대였다면, 지금은 좀 더 엄격하고 윤리적인 기준이 적용되는 문화 생산에 호응하는 시대로 보인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13일 '딥페이크' 기술로 여성 연예인의 성적 합성물을 만드는 행위를 강력하게 처벌해달라는 청원이 올라와 하루 만에 정부 공식 답변 요건인 20만 명 이상 동의를 얻었다.
참여자는 이날 오후 26만 명을 넘어섰다.
딥페이크는 인공지능(AI) 영상합성 기술을 뜻한다.
문제는 이 기술을 악용해 성적인 영상에 교묘하게 여성 연예인들의 얼굴을 합성하는 등의 행위가 일어나면서 특히 여성 아이돌 피해자가 속출했다는 점이다.
청원자는 "피해받는 여성 중 사회 초년생인 미성년 여자 연예인들도 있다"며 "이토록 잔인하고 공공연하게 성범죄에 노출되고 있는 현실에 딥페이크 사이트, 이용자들의 강력한 처벌과 수사를 촉구한다"고 적었다.
K팝 스타들이 딥페이크 타깃이라는 우려는 그동안 계속 제기됐다.
딥페이크 탐지 기술업체 '딥트레이스'가 지난 2019년 발간한 보고서 '더 스테이트 오브 딥페이크'에 따르면 딥페이크 포르노그래피 웹사이트에 올라온 영상의 25%가 K팝 가수를 대상으로 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디지털성범죄심의소위원회는 지난해 6월 한국 연예인의 영상을 합성해 유통한 해외 딥페이크 전문 사이트 혹은 SNS 계정들에 대해 '시정 요구(접속차단)'를 의결하기도 했다.
아이돌을 인격을 지닌 개인이 아니라 성적인 대상으로 환원하고, 그런 신체 이미지를 소비하는 행위는 기술 발전에 따라 방식을 바꿔가며 계속되고 있다.
몸 일부를 강조한 자극적인 '움짤'(움직이는 사진)이나 합성사진 등이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대중적 이미지가 중요한 아이돌 당사자들은 이런 행위에 노출돼도 적극적으로 대응하거나 공론화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
이종임 문화사회연구소 이사는 "여성 연예인들이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사회에서 요구받는 시선 때문에 이런 것들을 감내하는 방식이 있었고 가해자에 대한 처벌이 약한 부분도 있었다.
이게 변화해야 한다는 걸 보여주는 여론"이라고 말했다.
딥페이크 문제에 앞서 최근 도마에 오른 것은 이른바 '알페스' 문화다.
알페스는 '리얼 퍼슨 슬래시'(Real Person Slash)의 약자인 'RPS'로도 표기되며 실존 인물 간 애정 관계를 허구로 상상해 2차 창작물로 만드는 행위를 일컫는다.
K팝 팬덤에서는 팬들이 한 그룹 멤버들을 소재로 동성 간 애정 관계를 묘사하는 소설이나 그림 등의 창작물을 만드는 경우가 많다.
보이그룹과 걸그룹 모두 대상이 되지만, 보통 보이그룹 팬덤 규모가 크기 때문에 남성 아이돌을 소재로 한 알페스 문화가 더 광범위한 편이다.
최근 알페스가 비난 대상이 된 이유는 상당수 창작물이 강도 높은 성적 묘사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허구라 하더라도 실존 인물에게 원치 않는 정체성을 부여하고 성적 묘사의 대상으로 삼는다면 폭력이라는 것이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내가 좋아하는 연예인을 긍정적인 시각에서 묘사하고 즐기는 문화가 아니라 연예인 당사자의 이미지를 훼손한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실 알페스는 1·2세대 아이돌 시절의 '팬픽'으로 거슬러 올라갈 만큼 오래된 서브컬처(소수 마니아층의 하위문화) 성격이 있다.
이는 멤버들 독특한 관계 구도, 이른바 '관계성'을 중요한 매력으로 삼는 아이돌 산업의 특성에 뿌리가 있다.
이런 관점에선 팬덤 창작문화에 뿌리를 둔 알페스와 딥페이크 합성물을 비슷한 선상에 놓고 봐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다른 가요계 관계자는 "딥페이크는 눈에 보이는 합성물이라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이지만, 글로 쓴 팬픽은 이미지를 실추하기보다 오히려 팬덤을 강화하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문화에 대한 윤리적 기준이 높아지고, 일방적 대상화에 대한 비판적 감수성도 높아진 지금은 이런 하위문화를 예전과 같은 시각으로만 보기 어려워진 측면도 있다.
팬덤 내부의 더 성숙한 태도와 자정작용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종임 이사는 "예전에는 자유로운 문화 형성이 가능했던 시대였다면, 지금은 좀 더 엄격하고 윤리적인 기준이 적용되는 문화 생산에 호응하는 시대로 보인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