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570만년 전 갈라져 유전자상 인간과 침팬지처럼 먼 관계
'왕좌의 게임' 등장 큰 늑대 다이어 울프는 늑대 근연종 아냐
미주대륙에서 1만여 년 전에 멸종했지만, 미국 드라마 '왕좌의 게임'에 등장해 유명해진 '다이어 울프'(dire wolf)가 근연종으로 알려진 늑대와는 약 600만 년 전에 갈라져 교류 없이 진화해 온 전혀 다른 개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덩치 큰 늑대로 알려져 온 다이어 울프가 인간과 침팬지가 다른 것만큼 늑대와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영국 더럼대학 등에 따르면 이 대학 고고학과 안젤라 페리 박사가 이끄는 국제 연구팀은 다이어 울프의 반화석(subfossil)에서 유전자를 추출해 염기서열을 분석한 결과를 과학 저널 '네이처'(Nature)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와이오밍과 오하이오 등 북미에서 발굴된 1만3천~5만년 된 다이어 울프의 반화석 5개를 활용했다.

다이어 울프는 약 1만3천 년 전 멸종할 때까지 미주 대륙에서만 서식하며 들소와 같은 큰 동물을 사냥했으며, 유라시아에서 진화해 북미로 건너온 회색늑대나 코요테 등과는 멸종 전까지 적어도 1만 년 이상 같은 지역에서 서식했다.

연구팀은 다이어 울프의 유전자 염기서열을 분석하고 다른 갯과 동물들과 비교한 결과, 현존하는 늑대 종과는 약 570만년 전에, 아프리카 자칼과는 510만년 전에 갈라져 독자적으로 진화를 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또 갯과 동물 간에 이종교배가 흔하지만 다이어 울프와 회색늑대 또는 코요테 간에는 그런 흔적이 없는 것으로 유전자를 통해 확인됐다.

이는 다이어 울프의 뼈와 이빨의 크기, 형태 등을 토대로 몸집은 커도 체형이 비슷해 늑대의 근연종으로 분석해오던 기존 연구와는 전혀 다른 결과다.

연구팀은 다이어 울프의 유전적 고립이 빙하기 말기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을 약화했을 수도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다이어 울프의 학명은 무서운 개를 뜻하는 '카니스 디루스'(Canis dirus)로 붙어있지만, 연구팀은 유전적으로 회색늑대(Canis lupus)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는 점을 들어 약 100년 전 고생물학자 존 메리엄이 처음 제시한 것처럼 늑대와는 다른 속명(屬名)이 부여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당시 메리엄 박사는 무서운 늑대라는 뜻의 '아이노키온 디루스'(Aenocyon dirus)라는 학명을 제시했다.

'왕좌의 게임' 등장 큰 늑대 다이어 울프는 늑대 근연종 아냐
논문 공동 제1 저자인 호주 애들레이드 대학의 키어런 미첼 박사는 "다이어 울프와 회색늑대의 해부학적 유사성은 현생인류와 네안데르탈인의 관계처럼 가깝게 비칠 수 있지만 유전자 분석 결과는 인간과 침팬지처럼 아주 먼 친척 관계에 불과하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현생인류의 조상과 네안데르탈인이 (유전적으로 가까워) 회색늑대와 코요테처럼 이종교배를 한 것과 달리 다이어 울프와 현존 갯과 동물 종의 이종교배를 나타내는 유전자 증거는 없다"고 했다.

페리 박사는 "다이어 울프는 마지막 빙하기 미주 대륙의 상징이었으며 '왕좌의 게임'을 통해 대중문화의 상징도 됐다"면서 "그러나 첫 유전자 분석을 통해 회색늑대와 관계를 비롯해 우리가 알고 있다고 여겨온 다이어 울프의 역사가 실제로는 훨씬 더 복잡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했다.

논문 책임저자인 루트비히 막시밀리안 뮌헨대학의 라우렌트 프란츠 박사는 "이번 연구를 시작할 때 다이어 울프를 덩치가 큰 늑대로만 여기다 유전적으로 매우 다르고 이종교배조차 이뤄지지 않을 정도였다는 점을 알고 놀랐다"면서 "갯과 동물 종 간에 교잡이 아주 흔하다는 점에서 이는 다이어 울프가 아주 오랫동안 북미에 고립돼 유전적으로 독특한 개체가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