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열리는 첫 임시국회에서는 집단소송제와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입법화될 가능성이 높다. 경제계에서는 지난해 기업을 규제한 각종 법안보다 더 큰 부담이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정부는 두 법안의 입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14일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입법예고한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을 포함한 상법개정안과 집단소송법 제정안은 현재 법제처에서 심사를 받고 있다. 정치권 등 일각에서는 이르면 이달 중 국무회의 심의 등을 통과한 뒤 다음달 임시국회에서 처리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법안 공포 후 바로 시행되지만, 집단소송제는 6개월 유예기간을 두고 있어 올해 하반기에 도입될 전망이다.

집단소송법 제정안은 현재 증권분야에 한정된 집단소송제를 모든 분야에 확대 적용하는 것이 골자다. 일정 수의 피해자가 모여 기업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내 승소하면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피해자들도 동일한 배상을 받을 수 있게 된다. 경제계에선 집단소송제 도입 시 기업을 상대로 한 소송이 남발하는 등 기업 활동에 큰 걸림돌이 될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특히 ‘법 시행 이전에 생긴 사항에도 적용한다’는 소급적용 조항에 대해 “기업의 책임이 사실상 무한대로 커지는 만큼 영업 활동에 큰 타격을 입을 것”이란 주장이다. 집단소송 허가 결정에 ‘국민참여재판’을 도입하는 내용에 대해서도 한 재계 관계자는 “형사재판에나 도입된 국민참여재판이 집단소송에도 적용되면, 기업에 대한 처벌이 ‘여론몰이’식 마녀사냥으로 흘러갈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기업이 영업행위 과정에서 반사회적 위법행위를 한 경우 피해자들이 입은 손해액의 최대 5배까지 배상토록 하는 내용이다. 업계는 ‘최대 5배’까지 손배 책임을 물릴 수 있게 한 대목을 두고 “헌법에서 규정하는 ‘과잉금지의 원칙’을 위반한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기업인들에겐 형사 처벌과 과징금 처벌이 이미 존재한다”며 “징벌적 손배제를 통해 민사적 책임까지 지우는 것은 과도한 엄벌주의”라고 말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집단소송제 및 징벌적 손배제가 시행되면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벤처·영세 기업들을 향한 소송이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며 “기업들이 당장의 어려움을 헤쳐나갈 수 있도록 입법 유예 및 보완입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안효주 기자 j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