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기찬 신임 민주평통 사무처장이 지난 14일 <한경닷컴>과 서울 중구 민주평통 사무처에서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최혁 한경닷컴 기자 chokob@hankyung.com
배기찬 신임 민주평통 사무처장이 지난 14일 <한경닷컴>과 서울 중구 민주평통 사무처에서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최혁 한경닷컴 기자 chokob@hankyung.com
지난해 말 임명된 차관급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 배기찬 사무처장(사진)은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에서 동북아비서관을 역임했다. 외교안보통으로 꼽히는 그는 '코리아 생존전략'이라는 책을 써 유명세를 탔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이 책을 3번이나 일독을 권해 화제를 끌었다.

그랬던 그가 민주평통 신임 사무처장으로 문재인 정부 외교안보 자문기구 살림을 맡게 됐다.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인 민주평통은 대통령이 의장을 맡는다. 수석부의장은 부총리급이다. 정세현 수석부의장이 현재 민주평통을 이끌고 있다.

그는 지난 14일 서울 중구 민주평통 사무처에서 가진 <한경닷컴>과의 인터뷰에서 "취임하며 직원들에게 '사명에 충실한 조직', '비전에 성실한 사람'을 강조했다"며 "민주평통은 주어진 사명이 있다.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해 대통령 자문에 응하는 일"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북한의 8차 노동당 대회에 대한 여러 평가를 내놓았다. 강등됐다고 평가받은 김여정 부부장에 대해선 "강등된 것으로 보이지만 전체적으로 이번에 8차 당 대회를 준비하는 책임자 역할도 했다. 여전히 남북관계, 대외문제에 있어서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봤다.

앞으로 민주평통 차원에서 '평화 단어의 개념정리'와 '지방자치단체 간 남북교류 활성화'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배기찬 사무처장은 "평화와 지자체 간 남북교류 협력을 위한 지역협의회의 역할을 강조시키는 것이 올해의 핵심 사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배기찬 신임 민주평통 사무처장이 지난 14일 <한경닷컴>과 서울 중구 민주평통 사무처에서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최혁 한경닷컴 기자 chokob@hankyung.com
배기찬 신임 민주평통 사무처장이 지난 14일 <한경닷컴>과 서울 중구 민주평통 사무처에서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최혁 한경닷컴 기자 chokob@hankyung.com

다음은 배기찬 신임 사무처장과의 일문일답.

◆ 취임을 축하한다. 민주평통과 사무처의 역할을 소개한다면.
제가 취임하며 직원들에게 '사명에 충실한 조직', '비전에 성실한 사람'을 강조했다. 민주평통은 헌법에서 주어진 사명이 있다.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해 대통령 자문에 응하는 일이다. 민주평통법에는 국내외 여론을 수렴하고, 국민적 합의를 도출하고, 민족적 통일에 대한 의지와 열정을 모으는 역할을 한다고 돼 있다. 그것이 우리의 사명이다. 민주평통 사무처에는 중앙과 전국 시군구에 총 직원 340명이 있다. 모두 통일에 대한 비전과 평화에 대한 애정과 열정을 갖고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적극 행정, 소통과 협업, 효율성, 창의성, 전략성 등이다. 앞으로 이러한 사명과 비전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겠다.
◆ 참여정부 시절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다. 참여정부와 문재인 정부의 외교통일정책 방향성을 어떻게 보나.
많은 국민이 인식하듯 두 정부의 대북통일 외교안보정책은 하나의 맥락 속에 있다. 참여정부 외교통일안보정책은 3대 목표 중 하나로 설정됐다. '평화와 번영의 동북아 시대'라는 것이었다. 한반도 평화를 한반도만의 문제로 보지 않고 동아시아의 문제로 보는 접근이다. 평화와 번영이라는 목표로 설정했다. 문재인 정부도 5대 국정 목표 중 하나로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를 설정했다. 참여정부에 비해선 다소 좁아진 느낌이지만, 참여정부나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 핵심은 평화와 공동 번영을 위한 것이다.

그런 면에서 같은 맥락에 위치해있다고 본다. 다만 상황이 바뀌었다는 차이점도 있다. 가장 크게 바뀐 것은 미국과 중국의 관계다. 참여정부에선 미국과 중국이 협조적이었다. 그래서 6자회담도 진행이 됐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양국간 본격 대립이 시작됐다. 미중 패권 경쟁이 시작된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문재인 정부의 조건이 더 어렵다. 북한의 핵 완성도도 달라졌다. 참여정부 땐 개발 초기였다면 지금은 완성한 시기다. 대북정책이 이전에 비해 더 힘든 상황이다.
배기찬 신임 민주평통 사무처장이 지난 14일 <한경닷컴>과 서울 중구 민주평통 사무처에서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최혁 한경닷컴 기자 chokob@hankyung.com
배기찬 신임 민주평통 사무처장이 지난 14일 <한경닷컴>과 서울 중구 민주평통 사무처에서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최혁 한경닷컴 기자 chokob@hankyung.com
◆ 문재인 정부 후반기 대북외교 정책의 핵심은 무엇인가.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신년사를 발표했다. 신년사 핵심 내용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한미관계, 동맹 강화다. 이를 통한 평화 프로세스 강화다. 국제적 지지 강화다. 또 하나는 남북관계다. 합의를 이행하겠다고 했다. 2018년에 이뤄졌던 판문점 선언, 9·19 평양선언 등 합의를 중시해 이를 이루기 위한 노력들이 남은 문재인 정부에서 매우 중요한 정책 목표가 될 것이다.
◆ 북한이 최근 8차 노동당 대회를 진행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대남 문제 고찰, 대외 관계 확대 및 발전"을 언급했는데 무슨 의미로 해석하는지.
대남 문제에 대해서는 김정은 총비서도 강조한 것이 남북 간 합의 이행이다. 앞서 언급했던 2018년에 매우 중요한 두 가지 합의가 있었다. 부속 합의서로 군사 분야 합의서도 있었다. 이 합의를 이행하라고 김정은 총비서가 강조를 한 것이다. 이 합의가 이행된다면 다시 남북관계가 봄날 같은 상태가 될 수 있다고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신년사에서 남북 간 합의 이행을 강조했기에 이 분야에서 남북 간의 접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나아가서는 2007년 남북 사이에 합의된 10·4 선언을 이행하는 것, 2000년 6·15 공동선언을 이행하는 것,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 1972년 7·4 남북공동선언 등 역대 정부가 이룩했던 합의를 이행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남북관계의 초석이라 생각한다. 북미 관계에 있어서도 북한이 적대성 철회를 언급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비핵화를 여전히 중요하게 설정 중이다. 이 두 가지를 이루는 방법은 2018년 싱가포르 합의라 할 수 있다. 그 합의를 바탕으로 바이든 행정부도 한 발 나아갈 수 있다고 본다.
북한이 지난 14일 저녁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노동당 8차 대회를 기념하는 열병식을 진행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5일 보도했다. 열병식에 참석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검은 털모자를 쓴 채로 만족한 듯한 웃음을 짓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북한이 지난 14일 저녁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노동당 8차 대회를 기념하는 열병식을 진행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5일 보도했다. 열병식에 참석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검은 털모자를 쓴 채로 만족한 듯한 웃음을 짓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김정은은 총비서로 추대됐고, 김여정은 부부장으로 강등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어떻게 바라보나.
북한은 사회주의 국가다. 사회주의 국가 체제의 정상화라 본다. 사회주의 국가는 당이 중심이다. 당 최고지도자는 보통 비서, 서기라고 부른다. 시진핑 중국 주석도 당에서는 총서기다. 김정은 총비서가 된 것은 사회주의 국가의 당 정상화 과정으로 해석한다. 김여정 부부장 문제는 강등된 것으로 보이지만 또 그게 아니다. 주석단에 등장했다. 전체적으로 이번에 8차 당 대회를 준비하는 책임자 역할도 했다. 8차 당 대회가 끝나자마자 남북관계에 있어 대남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앞으로도 여전히 남북관계, 대외문제에 있어서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 본다.
◆ 노동당 대회를 마무리 하는 과정에선 '군사력 강화 의지'와 '경제 발전 의지'를 다졌다. 김정은 총서기의 궁극적 메시지는 뭔가?
북한의 국가 전략이 무엇일까. 국방력 강화와 경제발전이다. 실은 모든 국가들이 중시하는 것들이다. 안보와 먹고 사는 문제이지 않은가. 그런 면에서 보면 김정은이 강조한 국방력 강화와 경제 집중은 북한만의 독특한 주제는 아니다. 차이가 있다면 국방력 강화 부분에선 '핵 무력 고도화'가 될 것이다. 이런 부분을 미국과 새로운 합의가 있기 전까지는 계속적으로 발전시켜나가겠다는 것이다. 대미 협상력을 높이겠다는 차원으로 보인다. 다른 한편에선 남북관계 측면이다. 우리에 대응하기 위해 북한도 나름대로 국방력 대응에 나서는 것이다. 협상 과정에서 지렛대 역할을 하기도 한다.

북한은 자력갱생과 자급자족을 늘 이야기한다. 문제는 그걸로는 급속한 경제발전을 이룰 수 없다는 거다. 김정은 총비서도 심각하게 경제발전이 목표에 미달했다고 토로했다. 지금과 같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엔 제재 등을 생각하면 자급자족으론 힘들다고 봐야 한다. 그렇다면 그 외의 부분에서 어떻게 경제발전을 도모하겠나? 제재 완화와 대외 간 경제협력, 남북 간 경제협력이 북한에게는 매우 중요해진다. 이런 측면에서 남북 관계뿐만 아니라 북미 관계에서도 협상 여지가 있는 상황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14일(현지시간) 인수위원회 본부가 있는 델라웨어주 윌밍턴의 '더 퀸' 극장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제 위기 극복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14일(현지시간) 인수위원회 본부가 있는 델라웨어주 윌밍턴의 '더 퀸' 극장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제 위기 극복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서는데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과 외교정책은 어떻게 변화할까.
바이든 정부의 외교정책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동맹을 중시하는 것이다. 미국이 설정하는 외교적 목표를 동맹국과 함께 실천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한국 정부를 중시할 것이라고 본다. 역대 미국 민주당 정부는 늘 그래왔다. 오바마 행정부 당시에는 '전략적 인내'라는 정책이 나오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가 적극적 평화정책을 내고 있기에 바이든 행정부도 우리와 조율해 군사, 안보, 외교정책을 수립할 것이라 본다. 두 번째는 바이든 행정부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중시할 것이라 본다. 대통령 결단에 의한 정책 수행보다는 수많은 전문가들, 관계자들 의견을 수렴해 정책을 펴갈 것이다. 따라서 바이든 행정부와 관련 있는 관료, 전문가들과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핵심이라 본다.
◆ 문재인 정부 후반기 민주평통은 어떠한 역할에 방점을 둘 것인가.
민주평통은 대통령에게 자문에 응하고 건의하는 일을 한다. 그동안 우리가 통일을 강조했지만 앞으로 2년은 '평화'에 중점을 두려고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일관되게 평화를 강조했다. 아직 한반도에는 평화가 제대로 정착되지 못 했다. 종전도 선언하지 못했고 평화협정도 체결하지 못했다. 평화라는 개념을 여러 차원에서 깊이 있게 생각하고 활동할 수 있게 하려 한다. 지난해 가을 정기국회에서 남북 간 교류협력에 관한 법률이 통과됐다. 이제는 지자체가 남북 간 교류협력의 주체가 될 수 있다. 민주평통은 시군구에 협의회가 있다. 이런 지역협의회, 시도 단위 지역회의가 남북 간 교류협력을 어떻게 할지 준비해나갈 계획이다. 평화와 지자체 간의 남북교류 협력을 위한 지역협의회의 역할을 강조시키는 것이 올해의 핵심 사업이 될 것이다.
배기찬 신임 민주평통 사무처장이 지난 14일 <한경닷컴>과 서울 중구 민주평통 사무처에서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최혁 한경닷컴 기자 chokob@hankyung.com
배기찬 신임 민주평통 사무처장이 지난 14일 <한경닷컴>과 서울 중구 민주평통 사무처에서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최혁 한경닷컴 기자 chokob@hankyung.com
글=조준혁 한경닷컴 기자 presscho@hankyung.com
영상=최혁 한경닷컴 기자 choko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