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치가 100조원까지 거론되는 LG에너지솔루션이 상장 준비에 돌입하면서 배터리 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올 상반기에는 2차전지 분리막 전문 기업인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의 상장도 예정돼있어 IPO 시장에서 배터리 회사들의 격전이 벌어질 전망이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의 전지사업부문이 분사해 출범한 LG에너지솔루션은 오는 21일까지 주요 증권사들로부터 상장 주관사 선정을 위한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받는다. 통상적으로 RFP를 수령한 뒤 일주일 내 본사에서 경쟁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주관사를 결정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감안해 회사 측은 비대면 프레젠테이션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르면 다음달 초 주관사단의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공모규모만 10조원 안팎의 초대형 딜인만큼 주관사 자리를 따내기 위한 증권사들의 경쟁이 치열할 전망이다. IPO 역사상 최대 규모로 상장 주관 수수료만해도 수십억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IB업계는 경쟁사들 간 이해상충 우려 때문에 증권사들의 나눠먹기 양상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SKIET의 경우 지난해 7월 대표주관사로 JP모건과 미래에셋대우, 공동주관사로 크레디트스위스(CS)와 한국투자증권을 선정했다. SKIET는 상장 주관사 선정 당시 증권사들에게 LG그룹 딜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확약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를 의식한듯 LG에너지솔루션은 SKIET 상장 주관사들에게는 RFP를 발송하지 않았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영업비밀 침해와 수입 금지와 관련한 국제 소송을 벌이고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외국계 증권사 중에는 IPO 강자인 씨티글로벌마켓증권, 국내사 중에는 빅3 중 NH투자증권을 비롯해 KB증권, 신한금융투자, 하나금융투자 등이 다소 유리한 위치에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공모 규모가 큰 만큼 은행을 보유한 증권사가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있다.
이밖에 2차전지용 동박 생산 기업인 일진머티리어릴즈의 말레이시아 자회사 IMM테크놀로지도 지난해 주관사를 선정하고 상장 시기를 엿보고 있다. 업계는 올 연말이나 내년 초 상장 절차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배터리 업체들이 잇달아 IPO를 서두르는 이유는 전기차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배터리 수요가 늘어나고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어서다. 공모 자금을 공장 증설과 R&D에 투입해 경쟁사와 격차를 벌려야 한다는 판단도 깔려 있다. 주식 시장이 유례없는 호황을 이어가는 것도 이유다. 증시가 활황일 수록 공모가를 높게 평가받을 수 있고 상장 후 자금 회수가 용이하다.

올해 글로벌 배터리 시장은 LG에너지솔루션, SK이노베이션, 삼성SDI 등 'K배터리' 3사가 시장을 장악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미국 전기차 시장이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자동차와 배터리 분야에서는LG화학, CATL, 파나소닉, SK이노베이션, 삼성SDI 등 5개 회사가 과점 시장을 형성하는 가운데 LG와 CATL의 치열한 선두 싸움이 계속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세계에서 팔린 전기차 탑재 배터리 사용량 순위에서 CATL이 24.2%의 점유율로 1위를 기록했다. LG에너지솔루션(22.6%)을 근소한 차이로 앞질렀다. 선강퉁 증권거래소에 상장한 CATL의 시가총액은 150조원에 이른다.

IB업계 관계자는 "SKIET과 LG에너지솔루션이 한꺼번에 IPO 시장에 나올 경우 올해 배터리 회사의 공모규모만 수십조원에 이를 것"이라며 "2차전지 수요 급증과 기업 가치 상승세로 관련 중소기업들의 상장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