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1일 결혼식인데, 그날 그룹 방탄소년단(BTS)가 광화문에서 컴백 무대를 한다는 거예요. 제 결혼식장이 근처인데, 공연시간이랑 식 시간은 차이가 좀 나긴 하지만 하객 분들이 오실 때 교통이 복잡할 거 같아 걱정이에요."이달 초 한 결혼 정보 온라인 커뮤니티에 게재된 글이다. 이날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리는 방탄소년단 컴백 콘서트가 세계적으로 관심을 받고 있지만, 일찌감치 결혼식을 예약해둔 이들에겐 '날벼락'이라는 반응이다. A씨가 올린 고민 글에는 "생각지도 못한 변수"라며 위로하는 댓글이 이어졌다.3월 21일로 예정된 방탄소년단 복귀 공연은 경찰 추산 26만명이 모일 것으로 예상된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지난 9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공공안전차장을 태스크포스(TF) 팀장으로 지정해 행사가 안전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전 기능이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경찰은 광화문 앞 월대 건너편인 광화문광장 북쪽 시작점 공연 무대를 중심으로 덕수궁 대한문 구간에 23만 명, 숭례문에 26만 명의 인파가 몰릴 것으로 내다봤다.문제는 방탄소년단의 공연이 예정되기 전에 예식장을 예약한 예비 신혼부부들이다. 평소에도 광화문 인근에서는 집회 등 행사가 많지만, 수십만 명이 모이는 이벤트는 드물다. 통상 예식장은 6개월에서 1년 전에 예약하는데 이번 공연 계획이 언론에 처음 알려진 건 행사 두 달 전인 지난 1월 중순이라는 점에서 극심한 교통 혼잡과 소음, 안전사고 등을 우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날짜를 바꾸려고 해도 수백만 원에 달하는 위약금을 물어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거래위원회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르면 예식일 90일 전까지는 위
2020년 '기생충'의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은 한국을 넘어 글로벌 영화사에 분명한 이정표를 남겼다. 비영어 영화 최초의 작품상이라는 기록은 상징적 사건을 넘어 산업적 전환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후 6년. 남은 질문은 하나다. 이 성과가 일회성 흥행으로 끝날 것인가, 아니면 구조적 도약으로 이어질 것인가.최근 흐름을 보면 답은 IP에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는다. 단순히 제작비를 얼마나 확보하느냐보다, 기획 단계에서 누가 주도권을 쥐고 있는지가 더 중요해졌다는 의미다. 자본 중심의 협업에서 IP와 창작 기여 중심의 협업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다.영화진흥위원회의 '한국영화 북미지역 진출 및 공동제작 활성화 지원방안 연구'는 이러한 변화를 구체적으로 짚는다. 과거 북미 진출이 판권 판매나 부분적 투자 참여에 그쳤다면, 최근에는 한국의 원작 IP와 창작자가 프로젝트 초기 단계부터 참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보고서는 이를 '글로벌 3.0' 단계로 규정했다.실제 현장에서도 변화는 감지된다. 북미 기획에 한국 창작진이 결합한 '더 홀', 국내 스튜디오가 현지 제작 시스템을 기반으로 참여한 '패스트 라이브즈', 한국 창작자가 중심이 된 글로벌 독립영화 '어브로드',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와 IP를 매개로 한 '인턴' 리메이크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프로젝트는 단순한 출자 비율로 설명하기 어렵다. 기획 단계의 개입, 원작 IP의 소유 구조, 핵심 창작자의 역할 등이 협상의 핵심으로 작용한다.북미 파트너들이 가장 중시하는 요소 역시 IP의 확장성이다. 한 편의 완성도보다 시리즈화와 리메이크, 스핀오프로 이어질 수 있는 가능성이
정치는 넘쳐나는데 삶은 왜 늘 부족한가. 아파트 값은 치솟고, 전기요금과 교통·의료 같은 공공서비스는 갈수록 부담이 커진다. 청년은 집을 구하기 어렵고, 기업은 규제에 막혀 투자와 혁신을 미룬다. 정치권은 언제나 ‘분배’와 ‘공정’을 외치지만 정작 시민의 삶을 실질적으로 바꾸는 공급의 문제는 좀처럼 해결되지 않는다. 정치권엔 분열과 증오만 가득하다. 민주주의의 본산이라 불리는 미국조차 ‘상대 정당이 집권하면 나라가 망한다’는 공포 섞인 혐오가 정치를 지배하고 있다. 이 혼돈의 한복판에서 미국 정치를 가장 날카롭게 분석해온 언론인 에즈라 클라인과 데릭 톰슨이 공동 집필한 책 <어번던스>가 국내에 출간됐다.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른 이 책은 빌 게이츠와 버락 오바마가 동시에 추천하며 미국 정치권에서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미국 민주당 지도부가 돌려 읽은 필독서로도 알려졌다. 하지만 이 책이 던지는 질문은 미국만의 것이 아니다. 왜 우리는 더 많이 만들고 더 빨리 실행할 수 있는데도 그러지 못하는가. 왜 민주주의는 갈수록 더 많은 약속을 내놓으면서도 시민의 삶을 개선하는 능력은 약해지는가.저자들은 오늘날 민주주의의 위기를 ‘결핍의 정치’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서로를 적으로 규정하며 분열을 심화시키는 정치적 양극화가 확산되는 동안 정작 시민이 필요로 하는 주거·에너지·교통·과학기술 같은 기반은 충분히 공급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정치가 무엇을 나눌지를 두고 끝없이 싸우는 사이, 무엇을 만들고 구축할지는 뒷전으로 밀려났다는 진단이다.책은 미국 리버럴(진보) 진영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