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내주 회생절차 시작…상반기내 매각 완료 기대도
이스타항공, 회생 신청 받아들여져 매각 속도 낼까
제주항공과의 인수·합병(M&A) 불발 이후 매각에 난항을 겪고 있는 이스타항공의 운명이 결국 법원 손으로 넘어갔다.

서울회생법원은 15일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한 이스타항공에 대해 보전처분과 포괄적 금지 명령을 내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법원의 명령이 떨어지면 채권자가 채무자인 이스타항공을 상대로 채권을 상환받기 위한 권리 행사가 원칙적으로 금지되고, 이스타항공의 독자적인 경영 활동도 중단된다.

일반적으로 기업의 회생절차 신청을 받은 법원이 포괄적 금지 명령을 내리는데 사나흘 가량 걸리지만, 이스타항공의 신속한 경영 정상화를 위해 신청 하루 만에 법원이 금지 명령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이스타항공은 전날 오후 8시께 법원에 기업회생 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이례적인 신속한 포괄적 금지 명령이 내려진 것을 고려할 때 법원이 회생 절차를 이르면 다음주 시작할 가능성이 있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회생 절차 개시 결정이 내려지면 법원은 이스타항공의 관리인과 조사위원을 선임한다.

통상 회생 절차가 개시된 뒤 회생까지 6~9개월가량이 소요되지만, 이스타항공이 최대한 신속히 회생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취지로 신청서를 법원에 제출하면서 이르면 상반기 내로 매각이 완료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법원이 회생절차를 거부하면 이스타항공은 파산하며 청산 절차에 돌입할 수 있다.

다만, 법원이 "이스타항공이 비용 절감을 해온 점 등을 고려해 M&A를 통해 회사의 전문기술과 노하우가 활용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할 것"이라고 밝힌 점을 고려하면 회생 절차 신청을 거부할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회생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판단되면 법원은 공개 경쟁입찰이나 수의 계약 등 다양한 방식을 열어두고 인수·합병(M&A) 절차를 진행한다.

이미 건설업체 1곳, 금융업체 1곳, 사모펀드(PE) 2곳 등 총 4곳이 이스타항공 측에 인수 의향을 보인 만큼 이들과의 협상이 우선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애초 인수 우선협상자를 선정한 뒤 법정 관리를 신청할 계획이었던 이스타항공이 법정관리를 먼저 신청한 배경에는 부채 상환 압박 등의 내부적 요인과 노사 갈등 등의 외부적 요인들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포괄적 금지명령을 통해 이스타항공은 체불임금과 퇴직금 700억원을 포함해 항공기 대여료와 공항 이용료 등 2천400억원의 미지급금 상환 압박에서 벗어나 매각 협상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아울러 인수 후보 기업들 역시 노사 갈등 등 현재 이스타항공이 직면한 상황에 부담을 느끼면서 공정하고 객관적인 인수 절차가 보장되는 법원 주도의 인수 절차를 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타항공은 지난해 직원 605명을 정리해고하면서 노조와 갈등이 심화했다.

노조는 "임금 체불, 4대 보험료 미납 및 횡령 등이 창업주 이상직 무소속 의원과 경영진이 매각을 추진하면서 벌인 일"이라고 비판했다.

법원 주도 인수 절차가 진행되면 인력 조정 등의 임직원 인사도 법원을 통해 이뤄지기 때문에 노사 갈등 사안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법원 주도의 인수 절차를 통해 인수 과정에서 경영진이 '경영권 프리미엄'을 챙길 수 있다는 우려도 씻어낼 수 있을 것으로 이스타항공 측은 기대하고 있다.

법정 관리 아래에서는 경영진이 권리를 행사할 수 없기 때문에 매각으로 경영진이 이득을 볼 수 없는 구조다.

이상직 무소속 의원이 2007년 10월 전북 군산을 본점으로 설립한 LCC인 이스타항공은 경영난을 겪으며 M&A가 추진됐지만, 코로나19 여파로 항공업계가 불황이 빠지면서 매각에 난항을 겪고 있다.

저비용항공사(LCC) 업계 1위인 제주항공이 2019년 12월 이스타항공 인수를 발표했지만, 지난해 7월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며 인수 계약 해지를 선언했다.

이후 이스타항공은 재매각을 추진했고, 이 과정에서 노조와 시민단체는 이 의원과 정부가 대량해고 사태를 해결해 '메이드 인 전북 항공사'를 살려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