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아닌 대만 전체와 싸운다"…삼성의 '힘겨운 경쟁' [황정수의 반도체 이슈 짚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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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시스템반도체가 강한 이유
반도체 전문가들에게 들어보니
팹리스, 파운드리, 패키징 등
시스템반도체 주요 분야에서
대만업체들 세계 1위 올라
삼성전자에 치킨게임 걸었다가 두 손 든
대만 메모리반도체 업체와 '딴판'
모리스 창, 리사 수, 젠슨 황 등 대만계 거물 즐비
"TSMC의 힘, 분야별 강소 기업, 풍부한 인력 영향"
삼성전자는 대만과 '힘겨운 경쟁'
반도체 전문가들에게 들어보니
팹리스, 파운드리, 패키징 등
시스템반도체 주요 분야에서
대만업체들 세계 1위 올라
삼성전자에 치킨게임 걸었다가 두 손 든
대만 메모리반도체 업체와 '딴판'
모리스 창, 리사 수, 젠슨 황 등 대만계 거물 즐비
"TSMC의 힘, 분야별 강소 기업, 풍부한 인력 영향"
삼성전자는 대만과 '힘겨운 경쟁'
지난달 15일 ‘대만 반도체산업의 심장’으로 불리는 대만 북부 신주과학단지에서 40주년 기념식이 열렸다. 대만 전자업계 거물들이 대부분 참석한 가운데 백발의 노인 두 명이 손을 맞잡고 있는 사진이 관심을 끌었다. 1980년대 후반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사업을 처음 개척한 모리스 창 전 TSMC 회장과 로버트 차오 전 UMC 회장이었다. TSMC와 UMC는 각각 세계 1위, 3위 파운드리업체다. 현지에선 “세계 파운드리시장을 흔들 수 있는 사람들”이란 평가가 나왔다.
D램,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시장에서 대만의 존재감은 미미한 수준이다. 난야, 윈본드 같은 대만 업체들은 2010년께 삼성전자에 '치킨게임'을 걸었다가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를 봤기 때문이다. 대만 업체들은 일본업체들과 연합해 메모리반도체 시장에서 공격적인 공장 증설과 제품 대량 공급, 가격 인하 등으로 점유율 확대에 나섰지만 세계 1위 삼성전자는 기술력과 원가 경쟁력을 앞세워 버텼다. 결국 '적자'를 이기지 못한 대만업체들은 두 손을 들었고 지금까지 메모리반도체 세계 5위권 밖에서 명맥을 유지하는 수준으로 버티고 있다. 대만인들에게 삼성전자는 공포스러운 존재이자 타도의 대상이라고 한다.
그런데 시스템반도체 사업에선 얘기가 다르다. 글로벌 시장에서 대만 기업·기업인들의 위상은 상당하다. '슈퍼 파워'로 주목받을 정도다.
시스템반도체는 쉽게 말해 메모리반도체를 제외한 모든 반도체 사업이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약 70%를 차지한다. 규격화, 대량생산 등이 특징인 메모리반도체와 달리 '고객 맞춤형'으로 제작되는 케이스가 많다. 사업 구조는 반도체 설계만 전문으로하는 '팹리스', 팹리스로부터 주문을 받아 반도체를 생산하는 '파운드리', 생산된 칩을 기기에 넣을 수 있는 상태로 가공하는 '패키징' 등으로 구성된다.
대만은 무시할 수 없는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IC인사이츠에 따르면 팹리스 세계 시장 점유율은 2019년 기준으로 미국이 65%, 대만이 17%고 중국이 15%다, 한국, 일본, EU 등의 점유율은 1% 남짓이다. 대만 팹리스 '미디어텍'은 지난해 3분기 출하량 기준으로 스마트폰 두뇌 역할을 하는 'AP' 점유율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스냅드래곤' AP로 유명한 전통의 강자 미국 퀄컴을 제쳤다.
세계 1위 TSMC와 3위 UMC가 버티고 있는 파운드리시장은 말할 필요도 없다. 패키징 시장에서도 지난해 3분기 기준 상위 5개사 중에 세 곳이 대만업체들이다. 1위는 ASE, 4위는 SPIL인데 ASE와 대주주가 같다. 5위는 파워텍이다. 한국 업체는 10위권에 한 곳도 없다.
국내 한 반도체업체 관계자는 이렇게 표현했다. "맛집 골목이 형성되려면 골목에 다양한 맛집이 들어와야한다. 대만은 각 메뉴별로 '가장 잘 만든다'는 음식점들이 많이 포진해있다." 세계에서 '거물' 대접을 받는 반도체인들도 많다. TSMC 창업자 모리스 창 전 회장이 대표적이다. 중국에서 태어난 그는 미국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 등에서 근무하다가 1980년대 대만으로 들어가 국책 반도체 연구기관에서 근무했다. 1987년 TSMC를 창업했고 2018년에 회장 자리에서 은퇴했다. 지분 0.45%를 보유하고 있는 상태로 '대만 반도체의 아버지'로 불리며 막후에서 TSMC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미국에선 리사 수 AMD CEO와 젠슨 황 엔비디아 창업자 겸 CEO가 대만계 반도체 거물로 꼽힌다. 두 명은 ‘대만 타이난 출신 미국인’이란 공통점이 있다. 2014년 취임한 리사 수는 ‘쇠락하던 AMD의 중흥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업계 관계자들은 리사 수에 존경의 뜻을 담아 ‘박사’라고 부른다. 젠슨 황은 엔비디아를 시가총액 세계 3위(3268억달러, 14일 기준) 반도체 업체에 올려놓은 입지전적 인물이다. 대만계 거물들은 도움을 주고받으며 대만 반도체의 위상을 높이고 있다. AMD와 미디어텍이 삼성전자가 아니라 TSMC에만 대부분 물량을 몰아주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대만 시스템반도체는 왜 강할까요
▷(황철성 교수) "TSMC라는 강력한 파운드리기업이 있어서 그렇습니다. 자국 기업을 강력하게 서포트하죠."
▷(안기현 상무) "전 세계에서 파운드리를 가장 먼저 시작한 게 대만입니다. 그러다보니까 반도체 제조산업이 강하죠. 설계를 잘해서 잘 판매하려면 제조가 필요하니까 팹리스들도 컸습니다. TSMC가 팹리스들을 키웠습니다."
▷(최현재 센터장) "우리나라가 IT 잘하는 것과 비슷한 케이스인 것 같습니다. 과거에 유럽 회사죠, 필립스가 대만에 공장을 세웠습니다. 결국은 서구권 선진국에 있던 기업들이 값싼 노동력을 찾아서 왔는데, 양질의 노동력에다가 세제혜택을 주다 보니까 눌러앉았고요. 그 과정에서 조립 기술을 어깨너머로 배웠을 것 같습니다."
▶대만 시스템반도체 산업은 어떻게 발전했을까요
▷(안기현 상무) "중국 시장을 기반으로 성장했습니다. 지금은 중국 팹리스들도 많이 발전했는데, 예전엔 대만 업체들이 중국 가서 사업을 했습니다. 그래서 팹리스가 컸죠. 대만 팹리스 중에 미디어텍만 있는 게 아닙니다. 엄청 많은 팹리스들이 경쟁하고 있죠."
▷(최현재 센터장) "미디어텍은 가짜 제품 만드는 중국업체들, '그레이 마켓'이라고하죠. 그쪽 휴대폰 업체들에 칩 설계해주다보니 큰 업체가 된 것 같아요. 또 빠질 수 없는게 애플 OEM 하는 폭스콘 공장이 대부분 중국에 있습니다. 값싼 노동력을 찾아 복건성, 광동성쪽으로 갔고. 그 쪽에 값싼 노동력과 대만의 자본과 기술이 결합되면서 대만이 저렴하지만 괜찮은 기술력으로 OEM을 하게 된 것 같고요."
▶결국 중국과 TSMC의 힘이 컸던 것 같네요. 삼성과 비교한 TSMC의 경쟁력은 뭘까요
▷(황철성 교수) "삼성전자 파운드리는 상대적으로 업력이 길지 않죠. 최신 팹(생산시설) 갖고 하다보니까 '레거시'라고 불리는 것들 그러니까 초미세공정 말고 다른 서비스가 쉽지 않습니다. 퀄컴이나 엔비디아 같은 큰 파트너를 잡아서 비즈니스를 키우는 게 우선이죠."
▶TSMC는 다양한 서비스를 한다고 하던데요
▷(황철성 교수) "TSMC는 예전 팹이 많습니다. 150나노미터(nm) 공정도 해주고요. 주변 교수님들 중에도 TSMC 90nm 공정에서 제품 만들고요. 작은 고객들도 잘 서포트합니다. TSMC 고객사가 8000곳이라고 합니다. 결국 '서포트'가 경쟁력입니다."
▷(황철성 교수) "대만 반도체 전공 인기가 높다고 합니다. 대만이 또 우리하고 다른 게 영어거 공용어에 가깝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인지 대만은 외국인들에 대해 열려있습니다. 개방적이죠. 대만 TSMC에 외국인들 많습니다. 그리고 대만 사람들 영어 이름을 다 갖고 있고 영어 이름을 부르죠. 글로벌 상대로 비즈니스 하는 게 쉽습니다." (실제 TSMC 창업자는 '장중마오'란 중국 이름보다 모리스 창 이란 영어 이름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젠슨 황, 리사 수 같은 대만계 미국인들이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맹활약하는 데도 이런 이유가 있을까요
▷(안기현 상무) "대만 인력 상당합니다. 미국 유명 반도체 회사 가보면 화교가 30%입니다. 이런 중국계 미국인 인력들이, 중국 반도체 산업 발전하기 전엔 대만으로 다 갔습니다. 그래서 대만 반도체 산업이 발전했죠. 미국에서 한 때 화교들의 본국 귀환에 대해 우려를 나타낸 적이 있을 정도였죠. 리사 수 박사나 젠슨 황 같은 대만계 미국인들이 반도체 산업에서 클 수 있었던 것도 이공계를 선호하는 화교들의 분위기가 간접적으로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요. 중국이나 대만 학생들이 이공계를 많이 선택한다고 합니다."
▶대만에선 중소 IT기업들도 두텁게 버티고 있다고 하던데요
▷(최현재 센터장) "대만의 특성 자체가 부품 기업 중심입니다. 몇년 전에 한국에서 부품업체들 시가총액 1조원 이상 세워보면 LG이노텍 삼성전기 등 10개가 안됐는데 대만엔 50개 넘었다. 시총의 60%가 IT보다 보니까 IT 기술력이 강하지 않나 추정해봅니다."
▶한국이 시스템반도체 사업에서 따라잡을 수 있을까요
▷(황철성 교수) "삼성이 TSMC를 상대하는 게 버거운 게, 대만에 있는 최고 우수인력이 TSMC 가고요. 삼성이 TSMC와 싸우는 게 아니라 '대만 전체'와 싸우는 겁니다. 그런데 한국에선 삼성을 저렇게 전폭적으로 지원해줍니까. 그런 상황에서 삼성은 메모리도 하는데 파운드리도 하잖아요. 그리고 파운드리에서 2등인데 격차가 큰 2등이죠. TSMC 1년에 30조 투자하는데 삼성은 메모리, 파운드리 다 합쳐서 20~25조원 할겁니다. 쉽지 않은 상황인거죠."
하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란 평가가 나온다. 현재 한국 팹리스 중에선 스마트폰용 AP '엑시노스', 이미지센서 '아이소셀', DDI 등을 개발하는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가 제품별로 2~4위권에 있다. 범 LG 계열 실리콘웍스와 삼성 출신 경영인이 창업한 실리콘마이터스 등이 고군분투 중이지만 10위권엔 못 들어가고 있다. 파운드리에선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가 세계 2위로 TSMC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밖에 DB하이텍이 파운드리 10위권에 있을 뿐이다. 패키징분야에서도 '고급 패키징' 시장에서 최근 두각을 보이고 있는 네패스 등의 업체가 있지만 ASE 같은 대만 패키징 업체와 체급이 다르다는 평가를 받는다.
반도체업계에선 장기적인 관점에서 시스템반도체 산업의 건강한 생태계를 조성하고 경쟁력을 높여야하다고 입을 모은다. 삼성전자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이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D램,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시장에서 대만의 존재감은 미미한 수준이다. 난야, 윈본드 같은 대만 업체들은 2010년께 삼성전자에 '치킨게임'을 걸었다가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를 봤기 때문이다. 대만 업체들은 일본업체들과 연합해 메모리반도체 시장에서 공격적인 공장 증설과 제품 대량 공급, 가격 인하 등으로 점유율 확대에 나섰지만 세계 1위 삼성전자는 기술력과 원가 경쟁력을 앞세워 버텼다. 결국 '적자'를 이기지 못한 대만업체들은 두 손을 들었고 지금까지 메모리반도체 세계 5위권 밖에서 명맥을 유지하는 수준으로 버티고 있다. 대만인들에게 삼성전자는 공포스러운 존재이자 타도의 대상이라고 한다.
그런데 시스템반도체 사업에선 얘기가 다르다. 글로벌 시장에서 대만 기업·기업인들의 위상은 상당하다. '슈퍼 파워'로 주목받을 정도다.
시스템반도체는 쉽게 말해 메모리반도체를 제외한 모든 반도체 사업이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약 70%를 차지한다. 규격화, 대량생산 등이 특징인 메모리반도체와 달리 '고객 맞춤형'으로 제작되는 케이스가 많다. 사업 구조는 반도체 설계만 전문으로하는 '팹리스', 팹리스로부터 주문을 받아 반도체를 생산하는 '파운드리', 생산된 칩을 기기에 넣을 수 있는 상태로 가공하는 '패키징' 등으로 구성된다.
대만은 무시할 수 없는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IC인사이츠에 따르면 팹리스 세계 시장 점유율은 2019년 기준으로 미국이 65%, 대만이 17%고 중국이 15%다, 한국, 일본, EU 등의 점유율은 1% 남짓이다. 대만 팹리스 '미디어텍'은 지난해 3분기 출하량 기준으로 스마트폰 두뇌 역할을 하는 'AP' 점유율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스냅드래곤' AP로 유명한 전통의 강자 미국 퀄컴을 제쳤다.
세계 1위 TSMC와 3위 UMC가 버티고 있는 파운드리시장은 말할 필요도 없다. 패키징 시장에서도 지난해 3분기 기준 상위 5개사 중에 세 곳이 대만업체들이다. 1위는 ASE, 4위는 SPIL인데 ASE와 대주주가 같다. 5위는 파워텍이다. 한국 업체는 10위권에 한 곳도 없다.
리사 수(AMD), 젠슨 황(엔비디아) 등 대만계 거물 즐비
팹리스, 파운드리, 패키징이 고르게 발전해야 시스템반도체 사업이 시너지를 내며 커질 수 있다. 팹리스가 성장해야 파운드리 주문이 늘고, 파운드리가 바쁘게 돌아가야 패키징에 떨어지는 물량도 많아지기 때문이다. 또 각 분야에서 기술력이 뛰어난 업체가 함께 있어야 수주 가능성이 높아진다.국내 한 반도체업체 관계자는 이렇게 표현했다. "맛집 골목이 형성되려면 골목에 다양한 맛집이 들어와야한다. 대만은 각 메뉴별로 '가장 잘 만든다'는 음식점들이 많이 포진해있다." 세계에서 '거물' 대접을 받는 반도체인들도 많다. TSMC 창업자 모리스 창 전 회장이 대표적이다. 중국에서 태어난 그는 미국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 등에서 근무하다가 1980년대 대만으로 들어가 국책 반도체 연구기관에서 근무했다. 1987년 TSMC를 창업했고 2018년에 회장 자리에서 은퇴했다. 지분 0.45%를 보유하고 있는 상태로 '대만 반도체의 아버지'로 불리며 막후에서 TSMC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미국에선 리사 수 AMD CEO와 젠슨 황 엔비디아 창업자 겸 CEO가 대만계 반도체 거물로 꼽힌다. 두 명은 ‘대만 타이난 출신 미국인’이란 공통점이 있다. 2014년 취임한 리사 수는 ‘쇠락하던 AMD의 중흥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업계 관계자들은 리사 수에 존경의 뜻을 담아 ‘박사’라고 부른다. 젠슨 황은 엔비디아를 시가총액 세계 3위(3268억달러, 14일 기준) 반도체 업체에 올려놓은 입지전적 인물이다. 대만계 거물들은 도움을 주고받으며 대만 반도체의 위상을 높이고 있다. AMD와 미디어텍이 삼성전자가 아니라 TSMC에만 대부분 물량을 몰아주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TSMC가 키운 대만 반도체 생태계
대만 반도체사업이 잘 나가는 이유가 무엇일까. 황철성 서울대 석좌교수, 안기현 한국반도체협회 상무, 최현재 유안타증권 글로벌투자정보센터장에게 물어봤다.▶대만 시스템반도체는 왜 강할까요
▷(황철성 교수) "TSMC라는 강력한 파운드리기업이 있어서 그렇습니다. 자국 기업을 강력하게 서포트하죠."
▷(안기현 상무) "전 세계에서 파운드리를 가장 먼저 시작한 게 대만입니다. 그러다보니까 반도체 제조산업이 강하죠. 설계를 잘해서 잘 판매하려면 제조가 필요하니까 팹리스들도 컸습니다. TSMC가 팹리스들을 키웠습니다."
▷(최현재 센터장) "우리나라가 IT 잘하는 것과 비슷한 케이스인 것 같습니다. 과거에 유럽 회사죠, 필립스가 대만에 공장을 세웠습니다. 결국은 서구권 선진국에 있던 기업들이 값싼 노동력을 찾아서 왔는데, 양질의 노동력에다가 세제혜택을 주다 보니까 눌러앉았고요. 그 과정에서 조립 기술을 어깨너머로 배웠을 것 같습니다."
▶대만 시스템반도체 산업은 어떻게 발전했을까요
▷(안기현 상무) "중국 시장을 기반으로 성장했습니다. 지금은 중국 팹리스들도 많이 발전했는데, 예전엔 대만 업체들이 중국 가서 사업을 했습니다. 그래서 팹리스가 컸죠. 대만 팹리스 중에 미디어텍만 있는 게 아닙니다. 엄청 많은 팹리스들이 경쟁하고 있죠."
▷(최현재 센터장) "미디어텍은 가짜 제품 만드는 중국업체들, '그레이 마켓'이라고하죠. 그쪽 휴대폰 업체들에 칩 설계해주다보니 큰 업체가 된 것 같아요. 또 빠질 수 없는게 애플 OEM 하는 폭스콘 공장이 대부분 중국에 있습니다. 값싼 노동력을 찾아 복건성, 광동성쪽으로 갔고. 그 쪽에 값싼 노동력과 대만의 자본과 기술이 결합되면서 대만이 저렴하지만 괜찮은 기술력으로 OEM을 하게 된 것 같고요."
▶결국 중국과 TSMC의 힘이 컸던 것 같네요. 삼성과 비교한 TSMC의 경쟁력은 뭘까요
▷(황철성 교수) "삼성전자 파운드리는 상대적으로 업력이 길지 않죠. 최신 팹(생산시설) 갖고 하다보니까 '레거시'라고 불리는 것들 그러니까 초미세공정 말고 다른 서비스가 쉽지 않습니다. 퀄컴이나 엔비디아 같은 큰 파트너를 잡아서 비즈니스를 키우는 게 우선이죠."
▶TSMC는 다양한 서비스를 한다고 하던데요
▷(황철성 교수) "TSMC는 예전 팹이 많습니다. 150나노미터(nm) 공정도 해주고요. 주변 교수님들 중에도 TSMC 90nm 공정에서 제품 만들고요. 작은 고객들도 잘 서포트합니다. TSMC 고객사가 8000곳이라고 합니다. 결국 '서포트'가 경쟁력입니다."
"미국 반도체기업 직원 30%가 화교"
▶한국은 반도체 인력 수급이 어렵다고 하던데요 대만은 어떤가요.▷(황철성 교수) "대만 반도체 전공 인기가 높다고 합니다. 대만이 또 우리하고 다른 게 영어거 공용어에 가깝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인지 대만은 외국인들에 대해 열려있습니다. 개방적이죠. 대만 TSMC에 외국인들 많습니다. 그리고 대만 사람들 영어 이름을 다 갖고 있고 영어 이름을 부르죠. 글로벌 상대로 비즈니스 하는 게 쉽습니다." (실제 TSMC 창업자는 '장중마오'란 중국 이름보다 모리스 창 이란 영어 이름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젠슨 황, 리사 수 같은 대만계 미국인들이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맹활약하는 데도 이런 이유가 있을까요
▷(안기현 상무) "대만 인력 상당합니다. 미국 유명 반도체 회사 가보면 화교가 30%입니다. 이런 중국계 미국인 인력들이, 중국 반도체 산업 발전하기 전엔 대만으로 다 갔습니다. 그래서 대만 반도체 산업이 발전했죠. 미국에서 한 때 화교들의 본국 귀환에 대해 우려를 나타낸 적이 있을 정도였죠. 리사 수 박사나 젠슨 황 같은 대만계 미국인들이 반도체 산업에서 클 수 있었던 것도 이공계를 선호하는 화교들의 분위기가 간접적으로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요. 중국이나 대만 학생들이 이공계를 많이 선택한다고 합니다."
▶대만에선 중소 IT기업들도 두텁게 버티고 있다고 하던데요
▷(최현재 센터장) "대만의 특성 자체가 부품 기업 중심입니다. 몇년 전에 한국에서 부품업체들 시가총액 1조원 이상 세워보면 LG이노텍 삼성전기 등 10개가 안됐는데 대만엔 50개 넘었다. 시총의 60%가 IT보다 보니까 IT 기술력이 강하지 않나 추정해봅니다."
▶한국이 시스템반도체 사업에서 따라잡을 수 있을까요
▷(황철성 교수) "삼성이 TSMC를 상대하는 게 버거운 게, 대만에 있는 최고 우수인력이 TSMC 가고요. 삼성이 TSMC와 싸우는 게 아니라 '대만 전체'와 싸우는 겁니다. 그런데 한국에선 삼성을 저렇게 전폭적으로 지원해줍니까. 그런 상황에서 삼성은 메모리도 하는데 파운드리도 하잖아요. 그리고 파운드리에서 2등인데 격차가 큰 2등이죠. TSMC 1년에 30조 투자하는데 삼성은 메모리, 파운드리 다 합쳐서 20~25조원 할겁니다. 쉽지 않은 상황인거죠."
"삼성은 TSMC가 아닌 대만 전체와 싸우는 것"
한국 시스템반도체 상황은 어떨까. 삼성전자는 2019년 '2030년 시스템 반도체 세계 1위'를 달성했다고 선언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133조원 투자계획을 직접 챙길 정도로 시스템반도체 사업에도 적극적이다. 최근엔 삼성전자도 파운드리 협력사를 늘리고 팹리스 지원을 강화하는 등 '시스템반도체 생태계 조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하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란 평가가 나온다. 현재 한국 팹리스 중에선 스마트폰용 AP '엑시노스', 이미지센서 '아이소셀', DDI 등을 개발하는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가 제품별로 2~4위권에 있다. 범 LG 계열 실리콘웍스와 삼성 출신 경영인이 창업한 실리콘마이터스 등이 고군분투 중이지만 10위권엔 못 들어가고 있다. 파운드리에선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가 세계 2위로 TSMC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밖에 DB하이텍이 파운드리 10위권에 있을 뿐이다. 패키징분야에서도 '고급 패키징' 시장에서 최근 두각을 보이고 있는 네패스 등의 업체가 있지만 ASE 같은 대만 패키징 업체와 체급이 다르다는 평가를 받는다.
반도체업계에선 장기적인 관점에서 시스템반도체 산업의 건강한 생태계를 조성하고 경쟁력을 높여야하다고 입을 모은다. 삼성전자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이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