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협회장 선거 1주일 앞…"청년변호사 표심이 복병"
전국 3만여 명 변호사의 법정 대표 단체인 대한변호사협회가 이달 25일 새 회장을 뽑는 선거를 치른다. 기호 순으로 이종린(사법연수원 21기)·조현욱(19기)·황용환(26기)·이종엽(18기)·박종흔(31기) 변호사가 도전장을 던졌다. 역대 선거 중 후보자가 가장 많다. 협회 관계자들은 경쟁이 치열해 득표율 1, 2위 후보를 대상으로 한 결선 투표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결선 투표일은 27일이다.

직역 수호·일자리 창출…같은 듯 다른 공약

후보자들은 큰 틀에서 비슷한 공약을 내놨다. ‘직역 수호’ 구호가 대표적이다. 이종린 후보자는 변호사직역수호특별위원회 활성화를 카드로 꺼냈다. 조현욱 후보자는 직역수호 업무만 전담하는 상근 부협회장 제도와 상설 특별위원회를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황용환 후보자는 직역탈환 입법태스크포스(TF)팀을 상시 운영하겠다고 했고, 이종엽 후보자는 유사 직역의 침탈에 대한 소송 등 강력 대응을 예고했다. 박종흔 후보자는 입법지원센터 설립 등을 시행하겠다고 약속했다.

‘청년변호사 권익 향상’ 등 젊은 변호사를 위한 약속도 내놨다. 대부분이 일자리 창출을 위한 방안이다. 이종린 후보자는 3억원 규모의 청년변호사기금을 설치하겠다고 말했다. 청년 변호사가 개업할 때 저리 장기로 대출해 주면서 자립할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는 취지다. 조현욱 후보자는 청년변호사 취업박람회 개최, 온라인 전담 지원센터 신설을 강조했다. 구체적으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 법무담당관을 두도록 하는 등 다양한 입법을 통해 변호사 수요를 늘리겠다고 했다.

황용환 후보자는 신규 변호사 실무수습기간을 기존 6개월에서 3개월로 줄이고, 청년변호사에게 협회 주관 인터넷 강의료를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종엽 후보자는 청년변호사의 개업을 지원하고, 청년법조인 만민공동회 개최를 통해 청년변호사와 협회장이 직접 대화하는 장을 정기화하겠다고 했다. 박종흔 후보자는 변협과 정부·지자체·공공기관 등 위원회 위원으로 청년변호사 우선 추천 등을 계획하고 있다.

다른 후보와 차별되는 특색 있는 공약도 눈길을 끈다. 이종린 후보자는 대한변협 집행부의 60%를 공모할 계획이다. ‘투명한 협회’를 강조한 것이다. 조현욱 후보자는 ‘변호사 청원제’ 도입을 약속했다. 일정 숫자의 변호사가 대한변협에 청원하면 그 내용을 협회 집행에 반영하겠다는 것이다. 황용환 후보자는 ‘협회장 퇴임 후 2년간 정·관계 진출 금지’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종엽 후보자는 일반 국민이 재판에 참여하는 ‘배심제 도입’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했다. 박종흔 후보자는 고위 전관 출신 법조인의 개업 금지를 추진하고, 협회장의 입법 활동을 전담 지원하는 상설기구로 ‘입법지원센터’를 건립하겠다고 했다.

후보자 수 역대 최다

이번 선거엔 2013년 직선제 도입 이후 가장 많은 후보자가 출마했다. 2년 전 제50대 회장 선거에서 이찬희 후보가 단독 출마해 당선된 것과 사뭇 다른 양상이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대한변협 위상이 과거에 비해 높아진 것을 이번 선거의 과열 경쟁 이유로 꼽고 있다. 일례로 대한변협 회장은 새로 출범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처장후보추천위원회에 당연직 위원을 맡고 있다. 법조계가 각종 세력으로 분열되면서 유일한 법적 단체인 대한변협의 역할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이찬희 현 회장의 갑작스런 불출마 역시 후보 난립 요인 중 하나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유력한 후보였던 이 회장이 불출마를 선언한 후 다소 급박하게 회장 선거에 뛰어든 후보가 많다”고 말했다.

이번에 출마한 후보들은 각자 다른 지지층을 확보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보수 성향의 황용환 후보자는 40대 중반 이상 변호사와 대형 로펌의 지지를 받고 있다. 이종엽 후보자는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을 졸업한 청년변호사 모임인 한국법조인협회(한법협)가 밀고 있다. 조현욱 후보자는 대한변협 70년 역사상 첫 여성 회장에 도전하고 있다. 판사 출신으로 한국여성변호사회장을 지내는 등 풍부한 커리어가 강점이다. 박종흔 후보자는 ‘합리적 중도 성향’과 ‘신선함’을 내세워 지지층을 확보하고 있다. 인천지방변호사회장을 지낸 이종린 후보자는 인천 등 경인 지역 지지층을 기반으로 세 확산을 노리고 있다.

선거는 ‘결선투표’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1차 투표에선 전체 유효 투표 수의 3분의 1 이상을 득표한 자 중 다수 득표자가 당선된다. 하지만 한 후보에게 몰표가 나올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현장투표와 함께 처음으로 전자투표가 실시되는 점도 복병으로 꼽힌다. 서울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20~30대 젊은 변호사를 비롯해 과거보다 훨씬 많은 변호사가 투표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선거 결과가 예측에서 크게 벗어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안효주 기자 j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