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현 팜에이트 사장이 서울지하철 상도역의 스마트팜에서 재배하고 있는 채소의 발육 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안대규 기자
강대현 팜에이트 사장이 서울지하철 상도역의 스마트팜에서 재배하고 있는 채소의 발육 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안대규 기자
서울지하철 7호선 상도역사엔 핑크빛 LED(발광다이오드) 조명으로 가득한 수직 실내농장이 있다. 버터헤드레터스, 카이피라 등 10가지 종류의 샐러드용 채소 2만1000포기가 231㎡ 면적의 6단 선반 위에서 빼곡하게 자라고 있다. 국내 최대 스마트팜 업체이자 국내 최대 샐러드 판매업체인 팜에이트가 조성한 실내농장(메트로팜)이다.

국내 최대 샐러드 판매업체로 등극

팜에이트는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농업에 도입해 샐러드 판매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킨 국내 스마트팜업계 선두주자다. 서울을 비롯해 경기 화성, 평택, 천안, 이천 등에 설치한 스마트팜에서 새싹채소, 어린잎채소, 파프리카, 허브 등 150여 종을 재배해 하루 6만5000팩, 30t의 샐러드를 판매한다. ‘무농약’ 수경재배로 혹한 폭우 등 기후 이변과 토양오염, 미세먼지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 장점이다. 가까운 도심지에서 재배해 수확 후 곧바로 신선하게 먹을 수 있어 소비자로부터 인기를 끌고 있다.

팜에이트 식물공장에선 식물 광합성에 필요한 온도, 습도 등 10가지 환경 변수를 첨단기술로 재현해낸다. LED를 활용한 인공 태양광과 식물 뿌리의 양분 흡수를 조절하는 토양 전기전도도(EC)와 산도(pH) 등이 대표적이다. 각 품종에 적합한 최적의 환경을 AI와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제공하기 때문에 일반 농지에 비해 생산성이 40배가량 높다. 상도역 스마트팜에서도 땅에 심었다면 상암 월드컵경기장 면적에서 자랄 분량의 채소가 불과 40분의 1 공간에서 자란다.

소비자는 누구나 한 번쯤 이 회사가 재배한 채소를 먹어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써브웨이 샌드위치에 들어가는 양상추는 이미 팜에이트가 국내 최대 공급자이고, 버거킹 햄버거에 들어가는 양상추의 상당량도 이 회사에 의존하고 있다.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뿐만 아니라 삼성웰스토리 아워홈 등 급식업체를 비롯해 KFC, 스타벅스, CU, GS25 등 이 회사 채소가 들어가지 않는 곳을 찾기 힘들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폭발적으로 성장한 온라인 샐러드시장에서도 이미 쿠팡에서 샐러드판매 1위 판매업체에 올랐다.

일본에 스마트팜 설비 수출도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세계 스마트팜 시장 규모는 지난해 352조원에서 2022년에는 450조원으로 연평균 약 13% 성장할 전망이다. 작년 팜에이트 매출도 전년보다 25% 증가한 590억원을 기록했다. 올해는 52% 늘어난 900억원이 목표다. 팜에이트 매출의 85%는 샐러드용 채소 재배 및 판매에서, 15%는 스마트팜 설비 구축에서 나온다. 아시아에서 스마트팜 노하우가 가장 앞선 일본에도 지난해 스마트팜 설비를 수출했다. 팜에이트는 설비사업 매출을 작년 80억원에서 올해 320억원으로 네 배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팜에이트는 스마트팜 기술에선 아시아 3대 어그테크(농업기술) 기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경기 평택 본사 수직실내농장은 세계적인 네덜란드 종자기업으로부터 세계 10대 스마트팜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이 회사는 올해 일반 가정, 소규모 공장에 적합한 저가 보급형 스마트팜과 가정용 미니 스마트팜을 출시할 계획이다. 중동지역에 대규모 설비 수출도 앞두고 있다.

강대현 팜에이트 사장은 “아직 전체 농업 생산에서 스마트팜이 차지하는 비중이 1% 미만이지만 10년 후엔 국민의 식탁을 바꿔놓을 것”이라며 “채소뿐만 아니라 토마토, 딸기 등 과일과 비싼 망고 등도 스마트팜으로 재배해 저렴하게 먹을 수 있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