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의 시각으로 바라봐야 전투를 이긴다는 말이 있다. 공매도와 싸울 때도 마찬가지다. 기관들이 왜 공매도를 하고, 어떨 때 하는지 알아야 공매도에 당하지 않을 수 있다. 운용사들은 공매도가 생각만큼 쉽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기대 수익은 한정된 반면 손실은 무한정으로 커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주가가 5만원인 A라는 종목을 공매도해서 주가가 반토막이 났을 때 상환할 경우 수익률은 50%다. 하지만 이 종목이 급등하기 시작하면 손실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이 때문에 기관은 급등하는 종목은 공매도를 잘 안 하는 경향이 있다. 고점이 아니라 추세가 꺾였을 때 공매도가 수월하다. 한 헤지펀드 운용사 관계자는 “지금 시장으로 치면 반도체, 2차전지 등 급등하는 종목은 공매도를 섣불리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떨어지는 종목에 공매도가 더 붙는 이유도 여기 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공매도가 가장 민감한 것은 호재나 모멘텀”이라며 “주가가 오를 만한 재료가 많은 종목은 공매도를 치기 쉽지 않다”고 전했다.

공매도 투자자들은 급등한 뒤 하락세로 돌아서는 종목을 가장 좋아한다고 한다. 이런 종목은 악재가 반영되지 않아 하락폭이 더 커질 여지가 많기 때문이다. 증권사 리서치센터 관계자는 “빠르게 오르다가 투자심리가 갑자기 위축될 때를 항상 조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중소형주에 공매도가 많다면 주의할 필요가 있다. 중소형주는 빌리는 수수료가 최대 연 20%에 달한다. 확고한 믿음이 있어야 공매도할 수 있다. 중소형주에 공매도가 많다면 주가가 오르기 힘든 이유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대형주는 수수료가 연 3~4% 수준으로 훨씬 저렴하다.

무엇보다 공매도 투자자 처지에서 생각하라는 조언이 많다. 스스로를 공매도 투자자라고 가정했을 때, 극도의 불안함을 느끼면 주가가 상승 여력이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공매도 투자자들이 불안감을 느끼면 빌려서 판 주식을 다시 사들이고, 이는 개인투자자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

■ 공매도

주가 하락이 예상되는 종목의 주식을 미리 빌려서 매도한 뒤 실제 주가가 내려가면 낮은 가격에 주식을 사서 되갚는 투자기법이다. 갖고 있지 않은 종목을 팔기 때문에 공매도라고 한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