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탈레반, 본협상 돌입 못 해…미국 새 정부 출범 등 변수
아프간 평화협상, 개막 4개월에도 지지부진
아프가니스탄 정부와 이슬람 무장 조직 탈레반이 역사적인 평화 협상 테이블을 마련한 지 4달이 지났지만, 진행 상황은 매우 지지부진하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18일 톨로뉴스 등 아프간 언론에 따르면 카타르 도하에서 협상 중인 양측은 정전 선언, 새 정치 체제 구축 등 민감한 주제를 다루는 공식 본협상을 아직 시작하지 못했다.

평화협상은 지난해 9월 12일 시작됐으며 휴지기를 거친 뒤 이달 9일부터 2라운드가 열리고 있다.

하지만 양측은 2라운드에서 불과 4차례밖에 만나지 못했다고 톨로뉴스는 전했다.

본협상에 돌입하지 못한 것은 물론 아직 협상 의제를 최종적으로 마무리하지도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율법 이슈 등으로 인해 갈등을 빚었던 양측은 지난달 초 본협상 규칙과 어젠다 예비 목록 등 전체적인 방향에는 어느 정도 합의를 이뤘지만 이후 진전이 없는 것이다.

평화협상이 이처럼 헛바퀴를 도는 데는 최근 미국의 정치 상황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미국은 2001년 공습으로 탈레반 정권을 무너뜨린 후 아프간 정세를 사실상 좌우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미국의 아프간 정책이 명확하게 제시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미군 감축을 통해 아프간에서 발을 빼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물러나는 등 정권 교체기를 맞았기 때문이다.

아프간 정치 지도자인 아타 모하마드 누르는 "내가 확보한 정보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취임식을 앞둔 상황이라 아프간 정부 측과 탈레반 모두 협상 시작에 관심이 없는 형편"이라고 설명했다.

또 탈레반 지도부와 정부 대표단 일부가 도하에 뒤늦게 도착하면서 2라운드의 초반 협상이 동력을 얻지 못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아프간 평화협상, 개막 4개월에도 지지부진
이 와중에 아프간 본토에서는 탈레반의 공세와 테러가 갈수록 강화되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탈레반이 협상 지렛대로 활용하기 위해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아프간 정부와 탈레반이 이러한 형태의 공식 회담 테이블을 마련한 것은 사실상 처음이다.

그간 탈레반은 아프간 정부가 미국의 꼭두각시라며 직접 협상을 거부하다가 지난해 2월 미국과 평화 합의 후 태도를 바꿨다.

미국은 평화 합의에서 14개월 내 미군 등 국제동맹군 철수를 약속했고, 탈레반은 아프간에서의 극단주의 무장 조직 활동 방지와 함께 아프간 정파 간 대화 재개 등에 동의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