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18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남쪽 답방은 남북한 간에 합의된 사항”이라며 “언젠가 이뤄지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신년 기자회견에서 “언제 어디서든 김 위원장과 만날 용의가 있고, 그렇게 만남이 지속되고 신뢰가 쌓이면 언젠가 답방도 이뤄질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미·북 비핵화 협상 교착으로 대화의 문을 닫아버린 북한에 다시 한번 화해·협력의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란 분석이다.

문 대통령은 “남북 관계 발전에 도움이 된다면, 만나는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무언가 성과를 낼 수 있다면 언제 어디서든 만날 수 있다”며 “화상회담을 비롯해 여러 비대면 방식으로도 대화할 수 있다는 의지를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임기 내 남북 정상회담 가능성과 관련해 “올해 집권 5년차이기 때문에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며 “서두를 수는 없지만 제게 남은 마지막 시간에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말했다.

독자적인 대북 협력사업 추진 의지도 재차 드러냈다. 문 대통령은 “현재 남북 관계는 유엔 제재 틀 속에 있기 때문에 여러 협력을 마음껏 할 수 없는 장애가 있다”며 “제재에 저촉되지 않거나 예외 승인을 받으면서 할 수 있는 협력사업을 실천해 나간다면 남북 관계뿐 아니라 북·미 대화를 진전시키는 추동력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와 관련해선 “김 위원장의 평화에 대한 의지, 대화에 대한 의지, 비핵화에 대한 의지는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며 “다만 북한이 요구하는 것은 그 대신에 미국으로부터 체제 안전을 보장받고 미국과의 관계를 정상화하는 것”이라고 했다. 20일(현지시간) 출범하는 조 바이든 미국 차기 행정부와 대북 정책을 긴밀히 조율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문 대통령은 “바이든 행정부와 한국 정부는 가치 지향이나 정책 기조에서 비슷한 점들이 있고 이른바 ‘코드’가 같다고 느껴지는 부분들이 있어 한·미 관계가 더 큰 진전을 이룰 것이란 기대를 갖고 있다”며 “북한 문제가 미국의 외교 문제에서 후순위로 밀리지 않도록 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일 관계에 대해선 “과거사는 과거사이고 한·일 간에 미래지향적으로 발전시켜야 하는 것은 그것대로 또 해나가야 할 문제”라며 “과거사도 사안별로 분리해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이어 “2015년 한·일 정부 간 위안부 합의가 양국 간 공식적 합의였다는 사실을 인정한다”며 “그 토대 위에서 피해자 할머니들도 동의할 해법을 찾도록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