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탱고 듀오 세바스티안 아코스타(남성)와 라우라 다나(여성). 오는 31일 ‘아디오스 피아졸라’ 공연에서 아르헨티나 전통 탱고의 매력을 선보인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아르헨티나 탱고 듀오 세바스티안 아코스타(남성)와 라우라 다나(여성). 오는 31일 ‘아디오스 피아졸라’ 공연에서 아르헨티나 전통 탱고의 매력을 선보인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사람들은 대개 탱고를 연인들만 추는 춤이라고 오해하죠. 일부만 맞는 이야기입니다. 탱고는 가족, 친구 등 모두를 위한 사랑 춤입니다.”

지난 15일 서울 압구정동 연습실에서 만난 탱고 댄서 세바스티안 아코스타와 라우라 다나의 ‘탱고론’이다. 탱고는 성적인 매력을 뽐내는 춤이 아니라 교감을 위한 춤이라는 얘기다. 아르헨티나 출신 무용수인 아코스타는 “아르헨티나에선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려고 탱고를 춘다”며 “아버지와 아들, 동성 친구끼리도 허리를 껴안고 박자를 탄다”고 했다.

탱고는 원래 남성들이 추던 커플 춤이다. 19세기 초 부에노스아이레스 항구에 모인 이민자들이 외로움을 달래려 서로를 껴안고 박자를 맞췄다고 한다. 아르헨티나 민요 장르인 ‘폴클로레’와 전통 춤곡 ‘밀롱가’를 반주로 틀었다. 다나는 “부둣가에서 나온 춤이라 이별을 노래하는 곡이 많지만 연애를 이야기하는 곡은 드물다”며 “주로 우정과 형제애가 가사를 통해 드러난다”고 설명했다.

탱고가 1910년대 유럽으로 건너가 대륙식 탱고(콘티넨털)가 나왔다. 전통 탱고에 비해 세련되게 바뀌었다. 주로 고급 살롱을 통해 전파돼서다. 서로 상체를 완전히 붙이는 전통 탱고와 달리 왈츠처럼 상반신을 띄어 놓는다. 반주자들도 반도네온 대신 아코디언을 쓰며 경쾌하게 연주한다. “유럽에서는 카바레나 살롱에서 추다 보니 관능적인 춤이란 인식이 퍼졌죠. 하지만 ‘진짜’ 탱고는 누군가와 진심을 다해 소통하고 싶을 때 춰야 해요.”(아코스타)

아코스타와 다나 듀오는 오는 31일 전통 탱고를 선보인다. 서울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음악회 ‘아스토르 피아졸라’에서다. 공연 1부에는 반도네오니스트 고상지와 함께 최문석(피아노), 윤종수(바이올린), 김아람(바이올린), 박용은(비올라), 안지은(첼로), 김유성(더블베이스)으로 이뤄진 탱고 밴드가 무대에 올라 ‘천사의 탱고’ ‘망각’ 등 피아졸라의 대표 레퍼토리를 들려준다. 2부에선 아코스타·다나 커플과 미켈 칼보·펠린 칼보 커플이 번갈아 무대에 올라 아르헨티나 민요 ‘밀롱가’에 맞춰 춤사위를 선보인다.

아코스타는 2014년 아르헨티나 탱고 챔피언십을 제패한 베테랑이다. 발레리나였던 다나와 2015년부터 호흡을 맞췄다. 지난해 10월 공연차 한국에 온 이들은 코로나19 때문에 뜻하지 않게 오래 머물고 있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한국인들의 정서와 탱고가 통하는 면이 있어요. 트로트와 비슷한 면이 많습니다. 겉보기엔 신나고 화려하지만 처량한 감정이 실려 있거든요.”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