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경의 콘텐츠인사이드] '경이로운' 웹툰, 그들의 새로운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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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경 문화스포츠부 기자
국숫집에서 국수를 팔다가 돌연 빨간 추리닝으로 갈아입는다. 융(저승)에 있는 존재들과 연결돼 초능력을 갖게 된 네 명의 악귀 사냥꾼 ‘카운터’들이다. 이들은 나쁜 사람의 몸에 들어가 기생하는 악귀를 잡으러 다닌다. 괴력을 발휘하기도 하고, 기억을 읽기도 한다.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사진)이 ‘한국형 히어로물’로 불리며 시청률 10%를 돌파했다. CJ ENM의 장르 전문 채널 OCN이 개국한 이후 역대 최고 시청률이다. 동시 방영되고 있는 넷플릭스에서도 ‘오늘 한국의 TOP10 콘텐츠’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국내 드라마에서 보기 힘든 히어로물에 사후 세계를 재해석해 접목했다. 작품의 원작은 7000만 뷰를 기록한 장이 작가의 웹툰이다.
독특하고 참신한 세계관을 담은 웹툰이 콘텐츠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경이로운 소문’에 이어 넷플릭스 3위를 차지하고 있는 ‘스위트홈’도 웹툰이 원작이다. 괴물과 인간이 명백히 구분됐던 기존 작품들과 달리 ‘스위트홈’에선 욕망을 지닌 인간이 괴물이 된다. 다양성을 무기로 한국시장 공략에 나선 넷플릭스에서도 한국 웹툰을 원작으로 한 작품들이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새로운 세계관이 조성된 것도 이 변화로부터 시작됐다. 종이 만화를 만들 땐 많은 작가가 도제식 시스템에 갇혀 있었다. 자신의 이름을 건 작품 하나 제대로 내기 어려웠다. 하지만 온라인 세상에선 누구나 동등하게 참여할 수 있었다. 현재 국내에만 9000여 명의 웹툰 작가가 자신만의 세계를 마음껏 펼쳐 보이고 있다.
소재와 장르적 한계도 뛰어넘었다. SF부터 추리물, 역사, 사회 비판까지 웹툰 세계에선 어떤 한계도 존재하지 않는다. 네이버웹툰 ‘정년이’는 여성 국극을 소재로 삼아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위대한 방옥숙’은 부동산 이야기를 다뤄 화제가 됐다. 만화를 보며 전통 공연의 재미를 깨닫고, 부동산 문제를 고민하게 될 줄은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
이 서사는 웹툰에서 유독 독특하고 극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웹툰은 스마트폰으로 쉽게 볼 수 있도록 세로로 컷이 이어진다. 아래로 빠르게 내려가는 시선을 붙잡아 두려면 달라야만 했다. 카카오페이지의 ‘기다리면 무료’와 같은 결제 방식도 영향을 미쳤다. 이용자들은 주어진 시간을 기다리면 무료로 다음 회를 볼 수 있다. 반대로 창작자는 그들이 궁금해서 기다리지 못하고 결제 버튼을 누를 만큼 재밌게 그리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 했다.
지난해 8월 미국 온라인 청원사이트에선 한국 웹툰이 화제가 됐다. 웹툰 ‘나 혼자만 레벨업’을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 달라는 요청이었다. “노벨상을 줘야 한다”는 등의 댓글이 달리며 17만 명에 달하는 사람이 청원에 참여했다. 이 작품뿐만 아니라 ‘신의 탑’이 45억 뷰, ‘여신강림’이 40억 뷰를 기록하는 등 해외에서도 인기를 얻는 웹툰이 잇달아 나오고 있다. K팝 등에 가려져 있지만 그 인기는 상상 이상이다. 부모님 몰래 봐야 했던 만화가 이제 방탄소년단, ‘기생충’에 이은 새로운 한류의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스토리 공화국의 힘이다.
hkkim@hankyung.com
독특하고 참신한 세계관을 담은 웹툰이 콘텐츠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경이로운 소문’에 이어 넷플릭스 3위를 차지하고 있는 ‘스위트홈’도 웹툰이 원작이다. 괴물과 인간이 명백히 구분됐던 기존 작품들과 달리 ‘스위트홈’에선 욕망을 지닌 인간이 괴물이 된다. 다양성을 무기로 한국시장 공략에 나선 넷플릭스에서도 한국 웹툰을 원작으로 한 작품들이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도제식 시스템 벗어난 작가들 '훨훨'
국내에선 유독 만화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높았다. 어린 시절엔 부모님의 눈치를 보며 몰래 만화책을 봐야 했고, 어른이 된 후에는 만화를 보면 ‘한심하다’는 눈총을 받곤 했다. 하지만 플랫폼과 형식이 바뀌며 모든 것이 달라졌다. 한국은 세계 최초로 종이만화를 디지털화해 웹툰으로 만들어냈다. 디지털 기술에 민감하고 빠르게 적용하는 습성이 비주류 장르 만화로까지 확산된 것이다. 이로 인해 사람들은 스마트폰으로 만화를 언제 어디서나 볼 수 있게 됐다.새로운 세계관이 조성된 것도 이 변화로부터 시작됐다. 종이 만화를 만들 땐 많은 작가가 도제식 시스템에 갇혀 있었다. 자신의 이름을 건 작품 하나 제대로 내기 어려웠다. 하지만 온라인 세상에선 누구나 동등하게 참여할 수 있었다. 현재 국내에만 9000여 명의 웹툰 작가가 자신만의 세계를 마음껏 펼쳐 보이고 있다.
소재와 장르적 한계도 뛰어넘었다. SF부터 추리물, 역사, 사회 비판까지 웹툰 세계에선 어떤 한계도 존재하지 않는다. 네이버웹툰 ‘정년이’는 여성 국극을 소재로 삼아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위대한 방옥숙’은 부동산 이야기를 다뤄 화제가 됐다. 만화를 보며 전통 공연의 재미를 깨닫고, 부동산 문제를 고민하게 될 줄은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
스토리 공화국의 면모가 웹툰에도
참신함만 내세워선 이야기의 설득력을 얻기 힘들지만, 촘촘한 전개로 이용자들을 사로잡고 있다. 이야기를 좋아하고 즐겼던 ‘스토리 공화국’으로서의 면모가 웹툰에도 녹아 있다. 《슈퍼맨은 왜 미국으로 갔을까》의 저자인 문화심리학자 한민은 작품 속 귀신 이야기를 비교해 한국 콘텐츠만의 특성을 소개한다. 일본 작품에 나오는 귀신들은 등장할 때 아무 이유가 없다. 갑자기 나타나 불특정 다수를 공격한다. 반면 한국 귀신은 ‘맥락’을 갖고 있다. 자신만의 사연을 갖고 등장하고, 한이 풀리면 좋은 곳으로 가는 식으로 전개된다. 그래서 우리 웹툰에 나타나는 귀신, 악당 등은 각자의 서사를 품고 있다.이 서사는 웹툰에서 유독 독특하고 극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웹툰은 스마트폰으로 쉽게 볼 수 있도록 세로로 컷이 이어진다. 아래로 빠르게 내려가는 시선을 붙잡아 두려면 달라야만 했다. 카카오페이지의 ‘기다리면 무료’와 같은 결제 방식도 영향을 미쳤다. 이용자들은 주어진 시간을 기다리면 무료로 다음 회를 볼 수 있다. 반대로 창작자는 그들이 궁금해서 기다리지 못하고 결제 버튼을 누를 만큼 재밌게 그리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 했다.
지난해 8월 미국 온라인 청원사이트에선 한국 웹툰이 화제가 됐다. 웹툰 ‘나 혼자만 레벨업’을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 달라는 요청이었다. “노벨상을 줘야 한다”는 등의 댓글이 달리며 17만 명에 달하는 사람이 청원에 참여했다. 이 작품뿐만 아니라 ‘신의 탑’이 45억 뷰, ‘여신강림’이 40억 뷰를 기록하는 등 해외에서도 인기를 얻는 웹툰이 잇달아 나오고 있다. K팝 등에 가려져 있지만 그 인기는 상상 이상이다. 부모님 몰래 봐야 했던 만화가 이제 방탄소년단, ‘기생충’에 이은 새로운 한류의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스토리 공화국의 힘이다.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