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은 대충 빵으로 때웁니다. 새로 계좌를 개설하기 위해 찾아오는 고객부터 코스피지수가 하락하는데 제대로 신경 쓰고 있느냐고 묻는 기존 고객까지 쉴 새 없이 문의가 쏟아져서요.”

증권사 지점 프라이빗뱅커(PB)들이 과도한 업무량으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비대면 시대에 발맞춰 증권사 지점을 잇달아 폐쇄한 상태에서 대면 고객이 갑자기 늘어났기 때문이다. 점포 수가 적은 지방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1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전체 증권사 국내 점포는 지난해 3분기 기준 986개다. 5년 만에 231개가 줄었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 증시가 급등하자 주식은 쳐다보지도 않던 개인 고객들이 뭉칫돈을 들고 증권사 지점을 찾기 시작했다. 강원지역 A증권사 지점은 올해 하루평균 수익이 2019년과 비교해 10배로 늘었다. 하루평균 수수료 등으로 400만원을 벌다가 4000만원을 벌게 됐다는 의미다. 수익이 두둑해졌음에도 PB들은 웃지 못한다. 이 지점의 PB는 세 명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같은 기간 경기·충청권 지점들도 하루평균 거래 금액이 6~9배로 늘었다.

콜센터도 업무 과중에 시달리기는 마찬가지다. 또 다른 증권사는 올 들어 60~70명의 인력이 하루평균 1만5000콜을 상대하고 있다. 2019년까지만 해도 고객 상담은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콜센터에서 소화하지 못한 고객 상담이 지점으로 넘어가면서 PB들이 상대해야 하는 고객도 늘고 있다. 뒤늦게 인력 충원을 추진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대면 창구로 찾아와 ‘비대면 거래’ 방법을 묻는 고객도 많다. 주로 고령층이다. B증권사 PB는 “신분증 촬영부터 간편 비밀번호까지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을 일일이 설정해 달라고 요청하는 고객 때문에 기존 고객을 응대할 시간이 부족하다”고 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대면 거래에서 비대면 거래로 시장 트렌드가 바뀌는 과정에서 지방 고령층 투자자는 실시간 거래와 정보 측면에서 소외되는 상황이 오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