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대통령 "외교적 해법이 더 우선"…강제징용 문제 해결 의지 피력
스가, 한국에만 책임 돌려 "적절한 대응 강하게 요구"
한일 정상, 같은날 양국갈등 언급했지만…입장차만 재확인
한일 정상이 18일 최근 사법부 판결 등에서 비롯된 양국 갈등의 해법을 찾겠다고 했지만, 접근법에 대한 간극이 커 쉽지 않아 보인다.

일본은 여전히 모든 책임을 한국에 돌리고 있으며, 한국 정부의 노력에도 강제징용에 이어 최근 일본군 위안부 문제까지 수면 위로 오르면서 한일관계의 얽힌 매듭은 더 꼬여가는 형국이다.

엎친 데 덮친 격 한일 협력 기회로 여겼던 도쿄올림픽마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취소 가능성이 거론되는 등 여건이 녹록지 않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일본 정부가 위안부 피해자에게 배상하도록 명령한 최근 한국 법원 판결과 관련해 2015년 양국 간 위안부 합의를 언급하면서 "정부는 그 합의가 양국 정부 간의 공식적인 합의였다는 사실을 인정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토대 위에서 이번 판결을 받은 피해자 할머니들도 동의할 수 있는, 그런 해법을 찾아 나갈 수 있도록 한일 간에 협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강제징용 문제에 대해서는 "강제집행의 방식으로 현금화된다든지, 판결이 실현되는 방식은 한일 양국 간의 관계에 있어서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그런 단계가 되기 전에 양국 간에 외교적인 해법을 찾는 것이 더 우선"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그런(외교적) 노력을 하는 중에 위안부 판결 문제가 더해져서 솔직히 조금 곤혹스러운 것이 사실"이라고도 했다.

일본 피고 기업의 자산 매각을 의미하는 현금화와 위안부 판결에 대한 문 대통령의 이런 발언은 무조건적인 판결 이행보다 외교적 해법을 중요시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그만큼 강한 관계 개선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한일 정상, 같은날 양국갈등 언급했지만…입장차만 재확인
그러나 이런 의지를 일본 측이 긍정적으로 받아들일지 불투명하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는 이날 정기국회 개원을 계기로 한 시정방침 연설에서 "현재 양국 관계는 매우 엄중한 상황에 있다"면서도 그 책임이 한국에 있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스가 총리는 "건전한 관계로 돌아가기 위해서라도 우리나라(일본)의 일관된 입장에 토대를 두고 한국 측에 적절한 대응을 강하게 요구해 가겠다"고 말했다.

강제징용 및 위안부 문제 모두 1965년 청구권 협정이나 2015년 위안부 합의 등으로 이미 해결됐으니 한국이 최근 배상 판결에 따른 한일갈등을 해소할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는 기존 요구에서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정부가 아무리 노력해도 지금처럼 일본이 한국 법원의 판결 자체를 부정하며 시정을 요구하는 한 간극은 쉽게 좁혀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외교적으로 풀려고 해도 계기가 마땅치 않다는 것도 문제다.

문 대통령은 최근 강창일 주일대사에게 신임장을 수여하면서 스가 총리를 만나 진솔하게 대화하고 싶다는 의지를 피력했다고 하지만, 두 정상이 언제 만날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지난해 기대를 모았던 한중일 정상회의는 일본이 '현금화 방지 약속'을 스가 총리의 방한 조건으로 거는 바람에 해를 넘겼으며 올해도 개최 여부가 확정되지 않았다.

정부는 도쿄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일본과 협력하겠다는 의사를 여러 번 표명했지만, 최근 고노 다로(河野太郞) 행정개혁 담당상이 일본 각료 중 처음으로 올림픽 취소 가능성을 언급하는 등 개최 회의론이 커지고 있다.

양국이 갈등 속에서도 기업 활동 보장을 위해 지난해 10월부터 시행했던 '기업인 특별입국' 제도도 변이 코로나19에 발목이 잡히면서 인적 교류마저 타격을 입게 됐다.

양 정상의 자국 내 지지율이 최근 하락세라 여론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점도 상대방에 대한 양보를 쉽지 않게 한다.

양기호 성공회대 교수는 "문 대통령이 진일보한 입장을 말한 것으로 보여 정부의 한일관계 개선 의지는 분명한 것 같다"면서도 "일본 입장에서는 한국이 강제징용, 위안부 문제 해법을 포괄적으로 들고 오지 않는 한 의지가 없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일 정상, 같은날 양국갈등 언급했지만…입장차만 재확인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