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지난해 100% 수익률 거둔 펀드에 지금 투자해도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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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월가를 휩쓸고 있는 화제의 펀드 운용사가 있습니다. 액티브 상장지수펀드(ETF)를 운용하는 아크 인베스트(ARK Invest)입니다.
캐시 우드가 이끄는 이 회사는 지난해 주력인 ARK 이노베이션 ETF(ARK innovation ETF, ARKK) 등 대부분 펀드가 100%가 넘는 수익률을 올렸습니다. 테슬라 엔비디아 모더나 핀테크 등 혁신 기술기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한 덕분입니다. 지난해 코로나가 터진 뒤 수익률이 급격히 높아지면서 작년 하반기엔 기록적 규모의 자금이 아크 인베스트에 몰려들었습니다. 2014년 세워진 이 회사는 5조5000억 달러 규모인 세계 ETF 시장에서 벌써 10위 운용사에 진입했고 올 초 기준 415억 달러의 자금을 운용하고 있습니다. 1년 전에는 운용자산이 35억 달러에 불과했었습니다. 최근 우주관련 ETF를 내놓는다는 소식에 버진갤럭틱 등 우주 관련주들이 일제히 폭등하기도 했습니다.
펀드평가사 모닝스타에 따르면 2020년에 100% 이상 수익률을 올린 주식형 펀드는 ARKK를 포함해 18개에 달했습니다. 이는 2009년 이후 가장 많은 수치입니다. 18개 가운데 15개는 주식형 뮤추얼 펀드였고, 3개는 주식형 상장지수펀드(ETF)였습니다. 이렇게 작년에 대박을 터트린 펀드에 지금이라도 가입해야할까요?
과거 사례를 따져보는 게 유용할 겁니다. 모닝스타에 따르면 1990년부터 연간 수익률 100% 이상을 기록했던 펀드는 141개가 있었습니다. 이렇게 높은 수익률은 매우 예외적이지요. 이 기간 운용됐던 전체 펀드의 0.18%에 불과합니다. 이들 중 작년에 돈을 두 배로 불린 18개를 제외한 123개 펀드의 수익률을 따져보았습니다. 이들은 대박(100% 이상 수익률)을 터트린 이듬해 평균 9.9% 손실을 냈습니다. 이후 2년간을 따져도 17.5%, 이후 3년간은 16.6%의 손실을 봤습니다. 이들 중 대박 이후 3년간 플러스 수익률을 거둔 펀드는 24개에 불과했습니다. 즉 전년에 많이 번 펀드에 투자하면 80% 확률로 돈을 잃었다는 뜻입니다.
다만 이 통계엔 주의해야할 점이 있습니다. 2000년 닷컴버블로 인한 왜곡이 있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123개 펀드 중 버블이 터지기 전인 1999년에 100% 수익률을 거둔 펀드가 88개에 달합니다. 이들은 닷컴버블 붕괴와 함께 2002년까지 대부분 큰 손실을 봤습니다. 이 때문에 통계가 왜곡됐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1999년이 아닌 다른 해에 대박을 냈던 35개 펀드는 어떨까요? 2003년에 두 배 이상 돈을 불렸던 5개 펀드는 2004~2006년 연평균 18.2% 수익률을 거뒀습니다. 하지만 2009년에 100% 넘게 벌었던 29개 펀드의 성적은 그렇게 좋진 않았습니다. 이들은 이후 3년간 0.6% 수익률을 올렸습니다. 35개 펀드를 모두 합치면 대박 이후 향후 3년간 연 평균 3.3%의 수익률을 거두는 데 그쳤습니다. 이들 펀드의 대박 이후 성과를 미리 점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모닝스타가 연구해본 결과 대박 이전 성과와 대박 이후 성과가 연관이 있었습니다. 큰 대박을 터트리기 이전 몇 년 간 돈을 많이 잃었던 펀드가 이후 대박 이후에도 몇 년 간 플러스 수익을 낼 가능성이 훨씬 큰 것으로 나타난 겁니다.
대박을 낸 해 이전에 돈을 잃었던 펀드들은 대박 이후 3년간 11%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반면 대박 이전에 돈을 벌었던 펀드들은 이후 3년간 무려 52%에 달하는 손실을 봤습니다. 지난해 100% 이상 수익률을 올린 펀드 18개를 분석하면 이전 3년인 2017~2019년 연 평균 23.48%의 수익률을 기록했습니다. 모닝스타측은 이 통계를 바탕으로 올해 이들 펀드들의 수익률에 대해 우려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이들 18개 펀드의 포트폴리오를 분석한 결과, 밸류에이션이 매우 높은 주식들을 갖고 있다는 게 공통점으로 드러났습니다. 이들이 가진 주식의 주가수익비율(PER)은 80~90배 수준으로 S&P 500 지수의 20배 초중반보다 훨씬 비쌌습니다. (물론 이들 펀드의 매니저들이 올 들어 포트폴리오를 교체할 수 있습니다) 이들이 산 주식들이 지난해 폭등한 효과도 있겠지만, 2019년 말 기준으로 봐도 50배 수준으로 평균보다 훨씬 비쌌습니다. 모닝스타측은 결론적으로 “전년에 두 배 이상 돈을 불렸던 펀드들은 이듬해부터 돈을 잃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습니다. 이들이 높은 수익률을 거둔 결과로 매우 비싼 주식들을 보유하게 됐기 때문입니다.
이들 펀드의 매니저도 이런 위험을 알고 있습니다. 모건스탠리의 인스티튜셔널 인셉션 펀드(MSSGX)는 지난 한 해 동안 150.6% 수익률을 올렸습니다. 이 펀드는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선정한 2020년 미국 최고의 주식형 뮤추얼 펀드로 뽑혔습니다. 이를 운용하는 모건스탠리 자산운용의 데니스 린치 카운터포인트 글로벌팀장(사진)은 WSJ와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전자상거래 기업 및 전자상거래 확대로 수혜를 입는 기업, 재택근무 관련주, 스트리밍 엔터테인먼트 등에 충분한 양 이상을 투자했다"고 말했습니다. 여기엔 스퀘어, 줌, 테슬라, 스포티파이, 트윌로 등이 포함됩니다. 린치는 "기존 산업을 뒤흔들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기업들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왔으며, 지난해 팬데믹으로 그런 변화 추세가 가속화되면서 그동안 선택했던 주식들이 시장의 사랑을 받았다"고 높은 수익률의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그는 또 "코로나 전염병과 금리 하락은 투자자들이 어려움을 이겨내고 지속적으로 성장을 창출하는 많은 기업, 산업에 대해 더 높은 가격을 내도록 만들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비트코인이 최고의 수익률을 내는 자산으로 여겨지는 환경"이라며 "모든 투자자가 프리미엄 밸류에이션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린치는 다만 (주가가 많이 상승한) 기업들이 올해 평균 이상의 성장을 하면서 뛰어난 매출과 이익을 거둔 다해도 그들의 주가는 정체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주가가 이미 미래(경기 회복)을 굉장히 선반영해 오른 상태"라고 강조했습니다.
린치는 "미래의 증시 수익률은 훨씬 낮아질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린치는 지난해 자신의 펀드를 최고로 만든 많은 주식들을 계속 보유하는 데 "편안하다"면서도 "기대치는 훨씬 낮아졌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우리의 확신 수준은 1년 전 만큼 높지는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는 모닝스타의 분석과 유사합니다.
이에 따라 린치는 올해 포트폴리오의 커버리지 뿐 아니라 숫자도 대폭 확대하고 있습니다. 1년 전 그의 펀드는 30~40개 종목에 집중 투자했지만 지금은 40~60개로 확대했습니다. 그는 어떤 종목을 갖고 있는 지는 WSJ에 밝히지는 않았습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
캐시 우드가 이끄는 이 회사는 지난해 주력인 ARK 이노베이션 ETF(ARK innovation ETF, ARKK) 등 대부분 펀드가 100%가 넘는 수익률을 올렸습니다. 테슬라 엔비디아 모더나 핀테크 등 혁신 기술기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한 덕분입니다. 지난해 코로나가 터진 뒤 수익률이 급격히 높아지면서 작년 하반기엔 기록적 규모의 자금이 아크 인베스트에 몰려들었습니다. 2014년 세워진 이 회사는 5조5000억 달러 규모인 세계 ETF 시장에서 벌써 10위 운용사에 진입했고 올 초 기준 415억 달러의 자금을 운용하고 있습니다. 1년 전에는 운용자산이 35억 달러에 불과했었습니다. 최근 우주관련 ETF를 내놓는다는 소식에 버진갤럭틱 등 우주 관련주들이 일제히 폭등하기도 했습니다.
펀드평가사 모닝스타에 따르면 2020년에 100% 이상 수익률을 올린 주식형 펀드는 ARKK를 포함해 18개에 달했습니다. 이는 2009년 이후 가장 많은 수치입니다. 18개 가운데 15개는 주식형 뮤추얼 펀드였고, 3개는 주식형 상장지수펀드(ETF)였습니다. 이렇게 작년에 대박을 터트린 펀드에 지금이라도 가입해야할까요?
과거 사례를 따져보는 게 유용할 겁니다. 모닝스타에 따르면 1990년부터 연간 수익률 100% 이상을 기록했던 펀드는 141개가 있었습니다. 이렇게 높은 수익률은 매우 예외적이지요. 이 기간 운용됐던 전체 펀드의 0.18%에 불과합니다. 이들 중 작년에 돈을 두 배로 불린 18개를 제외한 123개 펀드의 수익률을 따져보았습니다. 이들은 대박(100% 이상 수익률)을 터트린 이듬해 평균 9.9% 손실을 냈습니다. 이후 2년간을 따져도 17.5%, 이후 3년간은 16.6%의 손실을 봤습니다. 이들 중 대박 이후 3년간 플러스 수익률을 거둔 펀드는 24개에 불과했습니다. 즉 전년에 많이 번 펀드에 투자하면 80% 확률로 돈을 잃었다는 뜻입니다.
다만 이 통계엔 주의해야할 점이 있습니다. 2000년 닷컴버블로 인한 왜곡이 있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123개 펀드 중 버블이 터지기 전인 1999년에 100% 수익률을 거둔 펀드가 88개에 달합니다. 이들은 닷컴버블 붕괴와 함께 2002년까지 대부분 큰 손실을 봤습니다. 이 때문에 통계가 왜곡됐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1999년이 아닌 다른 해에 대박을 냈던 35개 펀드는 어떨까요? 2003년에 두 배 이상 돈을 불렸던 5개 펀드는 2004~2006년 연평균 18.2% 수익률을 거뒀습니다. 하지만 2009년에 100% 넘게 벌었던 29개 펀드의 성적은 그렇게 좋진 않았습니다. 이들은 이후 3년간 0.6% 수익률을 올렸습니다. 35개 펀드를 모두 합치면 대박 이후 향후 3년간 연 평균 3.3%의 수익률을 거두는 데 그쳤습니다. 이들 펀드의 대박 이후 성과를 미리 점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모닝스타가 연구해본 결과 대박 이전 성과와 대박 이후 성과가 연관이 있었습니다. 큰 대박을 터트리기 이전 몇 년 간 돈을 많이 잃었던 펀드가 이후 대박 이후에도 몇 년 간 플러스 수익을 낼 가능성이 훨씬 큰 것으로 나타난 겁니다.
대박을 낸 해 이전에 돈을 잃었던 펀드들은 대박 이후 3년간 11%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반면 대박 이전에 돈을 벌었던 펀드들은 이후 3년간 무려 52%에 달하는 손실을 봤습니다. 지난해 100% 이상 수익률을 올린 펀드 18개를 분석하면 이전 3년인 2017~2019년 연 평균 23.48%의 수익률을 기록했습니다. 모닝스타측은 이 통계를 바탕으로 올해 이들 펀드들의 수익률에 대해 우려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이들 18개 펀드의 포트폴리오를 분석한 결과, 밸류에이션이 매우 높은 주식들을 갖고 있다는 게 공통점으로 드러났습니다. 이들이 가진 주식의 주가수익비율(PER)은 80~90배 수준으로 S&P 500 지수의 20배 초중반보다 훨씬 비쌌습니다. (물론 이들 펀드의 매니저들이 올 들어 포트폴리오를 교체할 수 있습니다) 이들이 산 주식들이 지난해 폭등한 효과도 있겠지만, 2019년 말 기준으로 봐도 50배 수준으로 평균보다 훨씬 비쌌습니다. 모닝스타측은 결론적으로 “전년에 두 배 이상 돈을 불렸던 펀드들은 이듬해부터 돈을 잃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습니다. 이들이 높은 수익률을 거둔 결과로 매우 비싼 주식들을 보유하게 됐기 때문입니다.
이들 펀드의 매니저도 이런 위험을 알고 있습니다. 모건스탠리의 인스티튜셔널 인셉션 펀드(MSSGX)는 지난 한 해 동안 150.6% 수익률을 올렸습니다. 이 펀드는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선정한 2020년 미국 최고의 주식형 뮤추얼 펀드로 뽑혔습니다. 이를 운용하는 모건스탠리 자산운용의 데니스 린치 카운터포인트 글로벌팀장(사진)은 WSJ와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전자상거래 기업 및 전자상거래 확대로 수혜를 입는 기업, 재택근무 관련주, 스트리밍 엔터테인먼트 등에 충분한 양 이상을 투자했다"고 말했습니다. 여기엔 스퀘어, 줌, 테슬라, 스포티파이, 트윌로 등이 포함됩니다. 린치는 "기존 산업을 뒤흔들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기업들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왔으며, 지난해 팬데믹으로 그런 변화 추세가 가속화되면서 그동안 선택했던 주식들이 시장의 사랑을 받았다"고 높은 수익률의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그는 또 "코로나 전염병과 금리 하락은 투자자들이 어려움을 이겨내고 지속적으로 성장을 창출하는 많은 기업, 산업에 대해 더 높은 가격을 내도록 만들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비트코인이 최고의 수익률을 내는 자산으로 여겨지는 환경"이라며 "모든 투자자가 프리미엄 밸류에이션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린치는 다만 (주가가 많이 상승한) 기업들이 올해 평균 이상의 성장을 하면서 뛰어난 매출과 이익을 거둔 다해도 그들의 주가는 정체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주가가 이미 미래(경기 회복)을 굉장히 선반영해 오른 상태"라고 강조했습니다.
린치는 "미래의 증시 수익률은 훨씬 낮아질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린치는 지난해 자신의 펀드를 최고로 만든 많은 주식들을 계속 보유하는 데 "편안하다"면서도 "기대치는 훨씬 낮아졌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우리의 확신 수준은 1년 전 만큼 높지는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는 모닝스타의 분석과 유사합니다.
이에 따라 린치는 올해 포트폴리오의 커버리지 뿐 아니라 숫자도 대폭 확대하고 있습니다. 1년 전 그의 펀드는 30~40개 종목에 집중 투자했지만 지금은 40~60개로 확대했습니다. 그는 어떤 종목을 갖고 있는 지는 WSJ에 밝히지는 않았습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