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해 9월 서해상 공무원 피살 사건 당시 우리 군의 대응에 “문제가 없다”는 취지의 답변을 유엔에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피해자 유족들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실종 직후 북한에 구조 요청을 하지 않은 사실 등을 의도적으로 빼뜨리는 등 북한을 지나치게 두둔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19일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와 피해자 유족 등에 따르면 정부는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당시 정부 조치의 적절성을 묻는 유엔 측의 ‘혐의서한(allegation letter)’에 대해 최근 “북한에 조사, 사과, 책임자 처벌, 사건 재발 방지 등을 공식 요청했다”는 취지의 답변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에 공동 조사와 군사 대화 재개 및 통신선 복구도 요구했다”는 내용도 답변에 포함됐다. 지난해 11월 유엔 측이 유족들의 정보 접근, 사건 당시 당국의 조치 등 문제점을 지적하는 혐의서한을 보낸 것에 대한 우리 정부의 공식 대응이다.

유족들은 “답변서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사건 발생 가장 초기부터 행동을 취했다”는 답변서 내용이 대표적이다. 당시 우리 군은 국제통신망이나 남북한 핫라인 등을 통해 북한에 구조 요청을 하지 않았다. 서욱 국방부 장관이 국회 국정감사에서 “첩보를 가지고 북측에 구조 요청을 하기엔 리스크가 있었다”는 해명을 내놓기도 했다. 당시 정부는 남북간 핫라인이 단절됐다고도 밝혔지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피해자 실종 나흘 만에 핫라인을 통해 통지문을 보낸 일도 있었다. 유엔에 보낸 답변엔 이런 내용들이 모두 빠졌다는 게 유족 측 주장이다.

정부는 유족과 정보를 공유하지 않는다는 유엔의 지적에 대해서도 “해양경찰청이 유족의 여러 질의에 답했고 조사 진행 사항을 브리핑을 통해 공유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작 유엔이 질의한 유해의 소재 등에 대해서는 “조사 중인 사안”으로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