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옐런은 무시…달러 약세 베팅 지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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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틴 루터 킹 데이로 뉴욕 증시로 휴장한 지난 18일(미 현지시간) 재닛 옐런 재무장관 지명자의 상원 청문회 모두발언 내용이 보도되면서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선물은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경기 부양을 위해 돈을 적극적으로 더 많이 쓰겠다는 발언이니까요. 19일 뉴욕 증시는 예상대로 상승세로 출발했습니다. 아침 10시께 시작된 청문회에서 옐런은 예상대로 "act big"을 외쳤습니다. 옐런은 또 △달러 약세를 추구하지 않겠다 △팬데믹 극복 이후 증세 추진 △중국에 대한 강경 대응 △비트코인 규제 필요성 △미 국채 50년물 발행 검토 등을 언급했습니다.
이를 정리해 보겠습니다.
① 달러 약세 추구 않는다
-"시장에서 결정되는 환율을 믿는다. 달러 가치는 시장에서 결정돼야 한다."
-"미국은 경쟁 우위를 얻기 위해 달러 약세를 추구하지 않으며, 다른 나라가 그렇게 하는 것도 반대한다. 인위적 환율 조작은 용납할 수 없다."
② 중국에 맞서 싸우겠다
-"중국이 가장 중요한 전략적 경쟁자라는 것은 분명하다. 불법 보조금과 덤핑, 지식재산권 도둑질, 무역장벽 등을 동원해 미국 기업들을 약화시키고 있다. 중국의 불공정하고 폭력적이며 불법적 관행에 맞서 싸워야 한다. 다양한 수단을 사용할 준비가 돼 있다."
-"중국은 끔찍한 인권침해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
③ 재정 많이 쓰는 게 최선
-"금리가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에서 가장 현명한 일은 크게 행동하는 것이다. 그 혜택이 비용을 훨씬 초과할 것으로 믿는다.“
-"경제 대비 부채 비중이 커졌지만 이자 부담은 그렇지 않다."
-"팬데믹을 물리치는 게 미국의 재정을 지속시키는 최선의 방법이다. 적게 지출하는 것은 미국의 재정 여건을 더 악화시킬 것이다.“
-"50년물 등 미 국채 장기물 발행은 이렇게 금리가 낮을 때는 장점이 있다. 이 이슈를 살펴보는 게 매우 즐거울 것이고 시장이 이런 장기물을 좋아할 지 검토해보겠다."
④ 증세는 팬데믹 극복 이후
-"바이든 당선인과 경제팀은 팬데믹으로 타격을 받은 미국인에 대한 신속한 구제책에 집중하고 있다. (최우선 과제에) 증세는 있지 않다."
-"2017년 감세가 미국 기업들의 경쟁력을 높였다는 사실에는 동의한다. 바이든 당선인이 2017년 이전 수준까지 법인세율을 높이겠다는 건 아니다. 다만 기업들과 부유한 개인들이 공정한 몫을 내는 것은 중요하다."
-"다른 나라들과 협력한다면 미국은 높은 법인세율을 감당할 수 있을 것이다. 법인세 인하를 둘러싼 세계의 파괴적(destructive) 경쟁을 막기 위해 다국적기업에 대한 법인세 협상을 통해 다른 나라들과 OECD를 통해 적극 협력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미국 경제가 더 많은 세금을 견딜 수 있을 정도로 회복했을 때 법인세율을 올리게 될 것이다."
-"자본소득도 어느 시점에는 세금을 (많이) 물려야 한다."
⑤ 가상화폐 규제 필요
“가상화폐는 자금세탁, 테러리스트 자금조달 등의 측면에서 특별한 걱정꺼리다. 적어도 거래 측면에서 불법자금 거래에 많이 쓰이고 있다. 우리가 가상화폐 채널을 통해 불법자금세탁 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우리는 규제하고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월가는 옐런의 발언 중 증세에 대해 "온건하다"고 평가했습니다. 팬데믹이 끝난 뒤 각국과의 협력을 통해 올리겠다는 것인데다, 2017년 감세를 전부 되돌리겠다는 것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또 과감한 지출을 요구한 데 대해서도 이미 1조9000억 달러 규모의 추가 부양책에 반영되어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리고 추가 부양책 중 의회를 통과할 수 있는 규모는 여전히 1조 달러 수준으로 보고 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상원에서 이를 통과시키는 데 정상적 절차를 통하려면 60표가 필요하고, 조정 절차(budget reconciliation)를 거치기로 할 경우 주·지방정부 지원액 3500억 달러 등은 조정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빼는 게 불가피하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달러에 대해서도 원론적인 입장이란 평가를 내놓았습니다. UBS는 "옐런의 발언은 이미 형성된 달러 약세 기대를 바꾸는 데 아무 것도 하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분석 때문에 옐런의 발언은 뉴욕 채권 시장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았습니다. 10년물 금리는 전날 오후 옐런 발언 내용이 알려지면서 연 1.1% 선으로 올랐다가 다시 1.095%선으로 내려왔습니다. 50년물 발행 가능성 등으로 30년물 금리는 소폭 상승하기도 했지만 전반적으로 안정된 모습을 보였습니다. 또 달러 가치도 소폭 하락해서 90.4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이날 증시에서는 유동성 확대+경기 부양 기대감에 기술주, 소형주, 경기민감주 등 대부분 주식이 상승했습니다. 다우는 0.38%, S&P 500 지수는 0.81% 올랐고 나스닥은 1.53% 급등했습니다. 이날 JP모간은 'FAANG 피로'에서 벗어나 대형기술주를 다시 매수해야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래서인지 기술주들이 상대적으로 상승폭이 컸습니다.
이런 뉴욕 증시 흐름은 이날 뱅크오브아메리카의 1월 글로벌 펀드매니저 설문에서도 확인됐습니다. 1월 8~14일 실시된 이 설문에는 5610억 달러 규모의 자산을 운용하는 194명의 펀드매니저가 참여했습니다.
① 가장 붐비는 거래는 '비트코인 매수'
2019년 10월 이후 매달 가장 붐비는 거래, 즉 인기 있는 거래는 '기술주 매수'였습니다. 그러나 이달 기술주 매수가 2위(31%)로 떨어지고, 1위로 '비트코인 매수'(36%)가 올라섰습니다. 다만 월가 관계자는 "다들 비트코인 얘기를 하고 있지만 정작 비트코인을 매수하는 기관들은 많지는 않다"고 말했습니다. 전체 비트코인 시장에서 기관투자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아직 1% 남짓한 수준입니다. 세 번째 인기 있는 거래는 '달러화 매도'(23%)였습니다. 최근 달러화 가치가 소폭 반등했지만 여전히 숏 물량이 기록적 수준으로 많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달러 약세 베팅으로 지나치게 몰려있다"며 "혹시라도 기존 백신을 무력화시키는 코로나 변종 발견 등 예상치 못한 일이 터질 경우 숏커버링(short covering)으로 달러가 급격히 올라갈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② 현금비중 사상 최저 수준
펀드매니저들의 현금 비중은 이달 3.9%까지 떨어져 2013년 3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이는 뱅크오브아메리카는 현금비중 4% 미만을 '신뢰할 수 있는 매도 신호'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그럼 펀드매니저들은 돈을 어디에 넣고 있을까요? 주식에 대한 자산 배분은 2년래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주식과 상품을 합친 비중은 10 년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습니다.
③ 인플레+금리 상승할 것
응답자의 83%가 채권 수익률곡선이 더욱 가팔라질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83%는 사상 최고로 높은 수준입니다. 2008년의 리먼브라더스 파산, 2013년 테이퍼링 텐드럼, 2016년 대선 때보다도 더 높게 나타난 겁니다. 인플레이션 상승을 점친 응답자도 92%로 사상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④ 깊어지는 위험 선호
응답자의 19%는 평상시보다 더욱 많은 위험 투자를 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이 또한 사상최고 수준입니다. ⑤ 소형주 > 대형주
기록적 수준인 41%의 투자자가 향후 12개월 동안 소형주가 대형주 수익률을 능가 할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경기 회복에 따른 '리플레이션 트레이드'가 인기를 얻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⑥ 백신 보급 차질만 없다면
투자자들은 경제의 최대 꼬리 위험요인으로 코로나 백신 보급 및 접종 차질(30%), Fed의 테이퍼링(29%), 월가의 거품(18%) 등을 꼽았습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