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추진하는 공공건설사업이 대부분 예산 확보 없이 졸속으로 추진돼 공사 지연과 세금 낭비로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정부와 건설사 간의 공사계약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20일 경실련에 따르면 지난해 준공된 100억원 이상의 공공 공사 49건 중 41건이 ‘장기계속공사’로 최초 계약이 체결된 것으로 드러났다. 장기계속공사 계약은 국회 의결을 얻지 않고도 사업에 착수할 수 있는 계약방식이다. 예산 확보 없이 발주가 가능한 탓에 착공을 하기는 용이하다. 반면 계속비공사계약은 총예산을 확보하고 연차별 계약금액인 연부액을 명시해 국회 의결을 받아야 한다.

경실련에 따르면 장기계속공사 41건 중 14건은 전체 공사비의 1%도 예산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였다. 절반 이상인 26건이 5%도 안 되는 예산으로 사업에 나선 것으로 분석됐다. 10% 이상 예산이 확보된 경우는 12건에 불과했다.

이로 인해 대부분 사업에서 공사가 지연되고 계약금액이 늘어 세금이 낭비되는 폐해가 발생했다. 분석 대상 사업 49건 중 43건(88%)의 공사 기간이 늘어났다. 3년 이상 장기간 늦어진 사업은 장기계속공사 10건, 계속비공사 1건이었다. 공사가 지연되는 동안 물가 상승으로 공사비 역시 불어나기 때문에 건당 평균 119억4000만원이 증액된 것으로 나타났다. 경실련은 “계획대로 완성된 사업이 전혀 없다는 것이며 공사기간 지연으로 인해 국가 예산이 낭비됐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경실련은 대형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은 계속비공사로 이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실련 관계자는 “예산 확보 없이 착공만 서두른다면 이는 필연적으로 공사기간 연장을 유발한다”며 “선거철이 다가오면서 무분별한 토건 개발 공약이 난무하는 만큼 사업 지연의 주범인 장기계속공사 제도를 즉각 폐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