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딩 팔고 뉴딜에 투자해야"…연기금·공제회 압박한 與
더불어민주당이 아파트에 이어 업무용 부동산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국내 상업용 빌딩(오피스빌딩) 가격이 지나치게 높다며 국내 연기금 및 공제회에 부동산 투자 가이드라인을 도입하겠다고 나섰다. 정부·여당이 전문 투자 집단인 국내 기관투자가의 투자 결정에 간섭하려는 것 자체가 반(反)시장주의적 발상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김진표 민주당 의원(사진)은 20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연기금, 공제회, 대기업 등이 투자하는 오피스빌딩은 최근 공실률이 늘어나고 임대료 수입이 줄어드는 반면 가격은 서울 강남 기준으로 2년 동안 35%나 뛰었다”며 “금융 리스크(위험)를 줄이기 위해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연기금 및 공제회는 이를 자산운용지침 등에 반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연기금 및 공제회가 부동산 투자금을 회수해 그 자금을 정부·여당의 역점 사업인 ‘한국판 뉴딜’에 투입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 임기가 1년4개월 남은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한국판 뉴딜을 통해 선도 국가로 갈 수 있는 핵심 동력을 키우는 것”이라며 “성과가 나오려면 시장의 금융자금이 빨리 (한국판 뉴딜에) 투자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연기금 및 공제회가 부동산에 과다 투입한 부동산금융을 뉴딜금융으로 바꿔 갈 수 있는 전략을 짜야 한다”고 했다.

국내 기관투자가와 부동산 관계자는 이 같은 김 의원 발언에 크게 반발했다. 정부·여당발(發) 가이드라인에 따라 투자 손실을 보고 강제로 매각해야 하는 등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한국판 뉴딜 등에 대한 민간 투자 역시 정확한 투자 판단에 의해 이뤄져야지, 정부가 강제로 국내 연기금 및 공제회 자금을 동원하면 안 된다고 경고했다.

기관투자가 관계자는 “오피스빌딩 등 부동산 투자는 매달 임대료 수익이 들어오기 때문에 연기금이나 공제회의 주요 수익 창출원(캐시카우) 역할을 한다”며 “부동산 투자를 기반으로 주식 투자 등 변동성 자산에도 투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 기관투자가가 투자하는 오피스빌딩의 경우 대부분 우량 임차인을 두고 있기 때문에 공실률이 상대적으로 낮다”며 “공실이 생기더라도 장기적으로 볼 때 건물 가격은 상승하는 추세이기 때문에 당장 손실을 보고 매각할 필요가 없다”고 반발했다.

부동산업계에서는 정부·여당이 인위적으로 부동산 투자 가이드라인을 도입할 경우 국내 기관투자가는 역차별당한 채 해외 투자자 주머니만 불릴 것으로 관측했다. 한 국내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국내 투자자와 달리 해외 투자자는 거리낄 것 없이 임대료를 올릴 것이고 이에 따라 부동산 가격도 폭등할 것”이라며 “강남 아파트 집값을 잡겠다고 정부가 개입했다가 여러 부작용이 발생한 사례와 비슷한 일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동훈/홍선표 기자 lee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