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이' 구내염 진단한 소아과 근황…공소장에 드러난 만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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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부모의 학대 끝에 16개월 짧은 생을 마감한 입양아, 이른바 '정인이 사건'으로 비난받은 소아과 측이 잇따르는 국민들의 비난에 법적대응을 예고했다
'정인이 사건 소아과'로 알려진 서울 화곡동 모 소아과 외벽에는 최근 "언론중재신청 및 소송 등 법적 절차를 통해 잘못된 사실관계를 바로 잡겠다"는 내용이 적힌 현수막이 걸렸다.
이는 '정인이를 살리지 못한 책임이 있다'며 해당 소아과에 비난이 쇄도하고 온라인 상에서 해당 소아과가 공유되며 정상적인 진료를 방해받자 병원측이 대응이 나선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해 10월 발생한 정인이 사망 사건은 2일 SBS '그것이 알고싶다'를 통해 재조명 됐다. 방송 내용에 따르면 정인이가 다니던 어린이집 교사들은 2개월 만에 등원한 날 정인이를 보고 경악했다.
2개월 전과 비교해 몰라보게 영양상태가 안 좋을 뿐 아니라 걷지도 않고 축 처져 있었기 때문이다. 교사는 정인이를 소아과에 데려갔으며 아이를 진단한 소아과 전문의 A 씨는 보는 순간 학대 정황을 파악했다.
A 씨는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5월에 1차 어린이집 선생님께서 아동학대 신고를 하셨을 때 허벅지 안쪽에 멍 자국에 대한 그 아동학대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서 그때 경찰들하고 아동보호기관, 그리고 부모님하고 같이 저희 병원에 온 적이 있었다"면서 "6월 경에는 그 정인이 아빠가 아이를 데리고 오신 적 있는데 왼쪽 쇄골 부위가 부어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 진료 내용이 있었던 차에 9월 23일 날 정인이 모습을 보니까 퍼즐이 맞춰지는 것처럼 심각한 아동 학대구나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어 신고를 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A 씨의 신고는 결과적으로 소용이 없었다. 아동보호기관 직원이 또 다른 소아과를 방문해 정인이 상태를 진단했는데 해당 소아과 의사 B 씨는 정인이 입 안의 상처를 단순 구내염으로 진단했고 양부모와 정인이는 분리되지 못했다. 한 달 만에 정인이가 양부모의 학대로 숨지자 정인이의 불량한 발육상태 등을 보고도 아동학대 진단을 내리지 않은 B 의사에 대해 여론의 뭇매가 쏟아졌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의사가 존경받는 건 똑똑하고 잘나서가 아니라 생명을 구하기 때문이다. 의사로서의 소양과 양심이 없는 의사는 국민의 생명을 위협한다. 화곡**소아과의원에서 정인이에게 허위진단서를 내린 의사의 의사면허를 박탈해 달라"는 글이 게재됐다.
하지만 B 씨는 억울함을 소호했다. 그는 "정인이의 진료와 관련해 어떤 진단서나 소견도 작성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그는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제3차 아동학대를 신고한 소아과 의사와 다른 의견을 제시한 이유에 관해서는 "해당 의사는 지난해 5월께 이미 정인이가 아동학대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어 9월 23일 3차 신고를 했으나, 저는 같은 날 정인이의 진료를 볼 때 과거에 정인이가 구타를 당했다거나 과거에 아동학대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인이의 양부와 아동보호소 직원에게 정인이의 2개월간 0.8㎏의 체중감소와 관해서는 큰 병원에서 별도의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분명히 설명했으나 아동보호소 직원은 저의 조언을 무시하고 별도의 검사를 시행하지 않았다고 한다"고 말했다.
B 씨는 한경닷컴과 인터뷰에서 "정인이를 도와줄 수 있는 기회를 살리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제가 밝힌 소견이 정인이 양부모에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사실에 대해선 깊이 책임을 통감한다. 어린 생명을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에 자책도 많이 했다"면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부분에 관해 다시 한 번 고개 숙여 진심으로 사죄드린다. 정인이의 죽음에 관해 도의적, 법적으로 책임질 부분이 있다면 그에 대한 불이익이나 비난도 당연히 감수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사망 당시 체중이 8kg에 불과했던 정인이는 온몸이 골절돼고 췌장이 끊어져 피로 복부가 가득한 상태였다.
해당 소아과에 비난이 쏟아지고 항의 전화가 빗발치자 같은 병원에 근무하는 부원장은 "양부를 본 적도 없다"면서 "양부와 이름이 비슷하다는 이유로 친인척, 사촌관계라는 오해를 사고 비난을 받고 있다. 한 아이의 부모로서 이번 사건에 분노를 느낀다"는 입장을 전했다. 한편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실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정인이 입양모 장모 씨와 남편 안 씨 공소장에 따르면 장 씨는 자신의 폭행으로 뼈가 부러져 깁스를 하고 있는 정인이를 밀쳐 머리를 바닥에 부딪히게 한 것으로 조사됐다. 장씨는 정인이에게 지난해 6월부터 10월까지 총 7회에 걸쳐 골절, 장간막(장을 정착시키는 복막의 일부분) 파열 등 치명적 부상을 입히는 폭행을 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장씨는 정인이가 12개월이었던 6월17일 오후 7시께 정인이의 기저귀를 갈아주면서 이미 자신의 폭행으로 쇄골이 골절돼 깁스를 하고 있던 정인이의 어깨를 강하게 밀쳐 넘어뜨렸고, 이에 정인이는 머리를 바닥에 '쿵' 소리가 날 정도로 부딪힌 것으로 조사됐다.
또 장씨는 지난해 비슷한 시기인 여름께 정인이의 허벅지를 가격해 우측 대퇴골 부근을 골절시켰고, 옆구리를 때려 우측 9번째 늑골도 부러뜨린 것으로 나타났다. 한 현직의사는 '그것이 알고 싶다'에 공개된 정인이 엑스레이 사진을 판독해본 결과 "어깨나 팔을 잡고 애를 빙빙 돌렸는지 GH joint(어깨 관절) 부위의 손상 및 골절도 보인다. 어깨가 거의 뭉개진 것이다"라면서 "아니면 왼쪽 팔을 고정한 상태에서 복부나 명치를 엄청나게 세게 때리거나 발로 밟았다는 생각도 든다. 안 그러면 소아 견관절이 저렇게 골절소견이 나온다는 건 들어본 적이 없다. 참혹하다"라고 소견을 밝혔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정인이 사건 소아과'로 알려진 서울 화곡동 모 소아과 외벽에는 최근 "언론중재신청 및 소송 등 법적 절차를 통해 잘못된 사실관계를 바로 잡겠다"는 내용이 적힌 현수막이 걸렸다.
이는 '정인이를 살리지 못한 책임이 있다'며 해당 소아과에 비난이 쇄도하고 온라인 상에서 해당 소아과가 공유되며 정상적인 진료를 방해받자 병원측이 대응이 나선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해 10월 발생한 정인이 사망 사건은 2일 SBS '그것이 알고싶다'를 통해 재조명 됐다. 방송 내용에 따르면 정인이가 다니던 어린이집 교사들은 2개월 만에 등원한 날 정인이를 보고 경악했다.
2개월 전과 비교해 몰라보게 영양상태가 안 좋을 뿐 아니라 걷지도 않고 축 처져 있었기 때문이다. 교사는 정인이를 소아과에 데려갔으며 아이를 진단한 소아과 전문의 A 씨는 보는 순간 학대 정황을 파악했다.
A 씨는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5월에 1차 어린이집 선생님께서 아동학대 신고를 하셨을 때 허벅지 안쪽에 멍 자국에 대한 그 아동학대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서 그때 경찰들하고 아동보호기관, 그리고 부모님하고 같이 저희 병원에 온 적이 있었다"면서 "6월 경에는 그 정인이 아빠가 아이를 데리고 오신 적 있는데 왼쪽 쇄골 부위가 부어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 진료 내용이 있었던 차에 9월 23일 날 정인이 모습을 보니까 퍼즐이 맞춰지는 것처럼 심각한 아동 학대구나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어 신고를 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A 씨의 신고는 결과적으로 소용이 없었다. 아동보호기관 직원이 또 다른 소아과를 방문해 정인이 상태를 진단했는데 해당 소아과 의사 B 씨는 정인이 입 안의 상처를 단순 구내염으로 진단했고 양부모와 정인이는 분리되지 못했다. 한 달 만에 정인이가 양부모의 학대로 숨지자 정인이의 불량한 발육상태 등을 보고도 아동학대 진단을 내리지 않은 B 의사에 대해 여론의 뭇매가 쏟아졌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의사가 존경받는 건 똑똑하고 잘나서가 아니라 생명을 구하기 때문이다. 의사로서의 소양과 양심이 없는 의사는 국민의 생명을 위협한다. 화곡**소아과의원에서 정인이에게 허위진단서를 내린 의사의 의사면허를 박탈해 달라"는 글이 게재됐다.
하지만 B 씨는 억울함을 소호했다. 그는 "정인이의 진료와 관련해 어떤 진단서나 소견도 작성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그는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제3차 아동학대를 신고한 소아과 의사와 다른 의견을 제시한 이유에 관해서는 "해당 의사는 지난해 5월께 이미 정인이가 아동학대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어 9월 23일 3차 신고를 했으나, 저는 같은 날 정인이의 진료를 볼 때 과거에 정인이가 구타를 당했다거나 과거에 아동학대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인이의 양부와 아동보호소 직원에게 정인이의 2개월간 0.8㎏의 체중감소와 관해서는 큰 병원에서 별도의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분명히 설명했으나 아동보호소 직원은 저의 조언을 무시하고 별도의 검사를 시행하지 않았다고 한다"고 말했다.
B 씨는 한경닷컴과 인터뷰에서 "정인이를 도와줄 수 있는 기회를 살리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제가 밝힌 소견이 정인이 양부모에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사실에 대해선 깊이 책임을 통감한다. 어린 생명을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에 자책도 많이 했다"면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부분에 관해 다시 한 번 고개 숙여 진심으로 사죄드린다. 정인이의 죽음에 관해 도의적, 법적으로 책임질 부분이 있다면 그에 대한 불이익이나 비난도 당연히 감수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사망 당시 체중이 8kg에 불과했던 정인이는 온몸이 골절돼고 췌장이 끊어져 피로 복부가 가득한 상태였다.
해당 소아과에 비난이 쏟아지고 항의 전화가 빗발치자 같은 병원에 근무하는 부원장은 "양부를 본 적도 없다"면서 "양부와 이름이 비슷하다는 이유로 친인척, 사촌관계라는 오해를 사고 비난을 받고 있다. 한 아이의 부모로서 이번 사건에 분노를 느낀다"는 입장을 전했다. 한편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실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정인이 입양모 장모 씨와 남편 안 씨 공소장에 따르면 장 씨는 자신의 폭행으로 뼈가 부러져 깁스를 하고 있는 정인이를 밀쳐 머리를 바닥에 부딪히게 한 것으로 조사됐다. 장씨는 정인이에게 지난해 6월부터 10월까지 총 7회에 걸쳐 골절, 장간막(장을 정착시키는 복막의 일부분) 파열 등 치명적 부상을 입히는 폭행을 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장씨는 정인이가 12개월이었던 6월17일 오후 7시께 정인이의 기저귀를 갈아주면서 이미 자신의 폭행으로 쇄골이 골절돼 깁스를 하고 있던 정인이의 어깨를 강하게 밀쳐 넘어뜨렸고, 이에 정인이는 머리를 바닥에 '쿵' 소리가 날 정도로 부딪힌 것으로 조사됐다.
또 장씨는 지난해 비슷한 시기인 여름께 정인이의 허벅지를 가격해 우측 대퇴골 부근을 골절시켰고, 옆구리를 때려 우측 9번째 늑골도 부러뜨린 것으로 나타났다. 한 현직의사는 '그것이 알고 싶다'에 공개된 정인이 엑스레이 사진을 판독해본 결과 "어깨나 팔을 잡고 애를 빙빙 돌렸는지 GH joint(어깨 관절) 부위의 손상 및 골절도 보인다. 어깨가 거의 뭉개진 것이다"라면서 "아니면 왼쪽 팔을 고정한 상태에서 복부나 명치를 엄청나게 세게 때리거나 발로 밟았다는 생각도 든다. 안 그러면 소아 견관절이 저렇게 골절소견이 나온다는 건 들어본 적이 없다. 참혹하다"라고 소견을 밝혔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