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전세난’을 잡기 위해 공급하겠다고 밝힌 ‘전세형 공공임대’ 중 서울 아파트는 아직 한 채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다세대(빌라)나 도시형 생활주택, 오피스텔 소형 면적 위주로 구성돼 아파트로부터 촉발된 전세난을 해소하기에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아파트는 한 채도 없는 서울 '전세형 공공임대'
LH(한국토지주택공사)는 20일까지 전세형 공공임대주택 전국 1만4843가구(건설임대 1만2337·매입임대 2506가구)에 대해 청약 신청을 받았다. 전세형 공공임대주택은 소득·자산에 관계없이 무주택자라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당첨되면 인근 임대료의 80% 수준에 최대 6년까지 거주 가능하다.

이번 공급은 지난해 정부가 ‘11·19 전세 대책’을 발표한 뒤 LH가 처음으로 내놓는 물량이다. 정부는 새 임대차보호법 시행 등의 영향으로 전세난이 심해지자 2022년까지 공공전세와 매입임대를 포함한 공공임대 11만4000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토교통부는 “최근 주거 트렌드를 반영해 아파트 수준의 중산층 대상 임대주택을 공급하겠다”고 했다.

청약 신청을 받은 전체 1만4843가구 중 서울 물량은 178가구에 불과했다. 이 중 아파트는 한 채도 없었다. 빌라 111가구, 도시형 생활주택 및 오피스텔 67가구 등으로 구성됐다. 평균 전용면적 40㎡(약 12평)에 ‘투룸형’(방 두 개)이 대부분이다. 부부와 자녀로 구성된 일반적인 3~4인 가구가 선호하는 유형의 주택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흔히 말하는 ‘전세난’은 아파트 공급이 부족한 데서 출발했는데 빌라나 오피스텔 공급은 임대 시장의 수요를 충족시키기에 한계가 있다”며 “공공이 공급하는 전세에 실망한 임대 수요가 민간 임대나 매수 수요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LH 관계자는 “정부 정책에 따라 신속하게 공급하기 위해 3개월 초과 공실임대를 전세형으로 전환하다 보니 빌라나 오피스텔 위주로 구성됐다”며 “서울은 매입임대용으로 아파트를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신청 기준을 대폭 완화했지만 소득별로 모집 순위에 차등을 둬 일정 수준 이상의 소득자는 당첨되기 어려운 구조다. 전세형 공공임대 입주자 1순위 자격은 생계·의료급여 수급자로 제한된다.

그 밖에 △2순위 소득 50%(3인가구 기준 세전 281만원) 이하 △3순위 소득 100%(세전 393만원) 이하 △4순위 소득 100% 초과 등 순이다. 동순위 내 경쟁 시 추첨으로 당첨자를 정하고 해당 순위에서 마감되면 다음 순위는 모집하지 않는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