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을 항상 따라다니는 핵가방(오른쪽) [사진=EPA 연합뉴스]
미국 대통령을 항상 따라다니는 핵가방(오른쪽) [사진=EPA 연합뉴스]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20일(현지시간) 취임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의 이른바 '핵가방'(nuclear football) 인수인계 작업이 어떤 식으로 이뤄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핵가방'은 미 대통령이 핵공격 개시 명령에 쓰는 장비가 들어 있는 가죽가방을 말한다. 그동안 신임 미 대통령이 취임선서를 하면 취임식 현장에서 전임 대통령을 수행하던 군 당국자가 새 대통령을 수행하는 군 당국자에게 '핵가방'을 전달하는 것으로 인수인계 절차가 마무리됐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당선인 취임식에 불참하기로 해 이 같은 방식의 핵가방 전달이 불가능해졌다.

핵 가방에는 핵무기를 바로 발사할 수 있는 버튼이나 코드는 없고, 단지 대통령이 공격을 지시하는데 필요한 장비를 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CNN 방송은 전날 군 고위 당국자 등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 "핵무기 사용이 대통령의 고유권한이긴 하지만 혼자선 이를 행사할 수 없다"며 "핵 통제권의 원활한 이양을 위한 안전장치가 갖춰져 있다"고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핵 가방이 여러 개 있고 신구 대통령의 임기 개시·종료 시점인 낮 12시를 기해 핵 코드가 자동으로 바뀐다.

구체적으로 20일 취임 당일에는 2개의 핵 가방이 움직인다. 하나는 트럼프 대통령을 따라 플로리다까지 갈 핵 가방이고 다른 하나는 바이든 당선인의 취임식이 열리는 취임식장에 배치된다.

임기 종료·개시 시점을 기준으로 플로리다까지 핵 가방을 들고 따라간 군사 참모는 이를 다시 워싱턴으로 가져온다. 또 바이든 당선인의 핵 가방을 담당할 새로운 참모는 취임식장에 머물다 이 가방을 전달받는다.

거의 동시간대에 두 개의 핵 가방이 존재하지만 핵 사용 권한을 통제하는 장치가 작동해 인계에 별 문제가 없다는 게 매체의 설명이다.

대통령이 핵무기 사용을 명령하려면 플라스틱 카드인 일명 '비스킷'이 필요하고, 대통령은 항상 이를 휴대해야 한다. 여기에는 명령자가 대통령임을 식별할 수 있도록 글자와 숫자를 조합한 코드가 있는데 이 코드가 낮 12시를 기해 바뀐다.

트럼프 대통령이 가진 비스킷의 코드가 비활성화하면서 사용할 수 없게 되고 대신 바이든 당선인의 비스킷 코드가 활성화한다는 뜻이다.

바이든 당선인은 취임식 전 핵 공격 개시 절차에 관한 브리핑을 받는데 이때 미리 비스킷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의 비스킷은 낮 12시부터 활성화한다.

미 핵과학자회보의 스티븐 슈워츠 비상임연구원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엔 같은 종류의 핵가방이 3~4개 정도 있다. 각각 대통령과 부통령, 그리고 대통령 취임식이나 의회 국정연설 같은 행사 때 '지정생존자'(designated survivor)로 정해진 인물에게 지급된다"며 여분의 핵가방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