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파트 최고예요"…집주인들 '눈물의 자랑 배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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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떨어질라" 조바심에 인터넷서 적극 활동
"집 한 채 달랑인데…이렇게 해라도 자산 지켜야"
작년 아파트 매매 최대치, 세대도 급증해
의견 놓고 대립·논쟁 붙기도…욕 먹어도 일단 '내 집 마련'
"집 한 채 달랑인데…이렇게 해라도 자산 지켜야"
작년 아파트 매매 최대치, 세대도 급증해
의견 놓고 대립·논쟁 붙기도…욕 먹어도 일단 '내 집 마련'
"우리 동네에도 GTX-O선이 들어올 모양이네요. 더블역세권이 기대됩니다", "저번에 눈 왔을 때 창 밖 풍경이예요. 코로나로 답답한데 리조트 갈 필요도 없어요", "뉴스에서는 거래가 줄었다고 하지만, 사는 사람입장에서는 너무 만족스러워요"….(부동산 커뮤니티 게시글)
부동산 관련 어플리케이션과 카페, 커뮤니티 등에 아파트 자랑이 넘치고 있다. 매수의향이 있는 예비 수요자들에게 아파트의 장점을 소개해주거나 내 집의 시세를 떠받들기 위해 집주인들이 직접 나서는 것이다.
예전에는 공인중개사들이 중개를 위해 아파트 홍보에 직접 나서는 경우가 많았다. 아파트의 장점을 소개하면, 개별로 오는 쪽지나 연락을 통해 중개도 가능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집주인들이 자청해서 아파트 자랑에 나서고 있다. 다주택자들로 집을 높은 값에 팔기 위해서가 아니다. 1주택자임에도 높은 가격대에 매수한만큼 아파트의 평판이나 미래가치에 더욱 신경을 쓰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주택 매매거래량은 127만8305건으로 전년(80만5272건) 대비 58.9% 늘어났다. 5년 평균(97만1071건)보다 31.7% 증가한 거래량이다. 이는 정부가 주택 거래량 통계를 작성한 2006년 이후 역대 최대치다. 2016년 거래량은 105만3000건에 달했지만 2019년 80만5000건까지 떨어졌다가 지난해 지방 광역시를 비롯해 전국적으로 '패닉바잉' 현상이 나타나면서 매매거래가 치솟았다. 이처럼 매수에 적극적으로 나선 까닭은 1가구 1주택을 우대하는 방향으로 부동산 관련 정책이 강화되면서다. 세대 분리를 하게 되면 세금이나 주택 청약 등에 유리하다. 부모가 1주택 상태에서 같은 세대인 자녀 명의로 주택을 사면 2주택으로 취득세율이 8%가 적용되지만, 세대분리한 20대 자녀가 주택을 구입하면 기본 취득세율인 1~3%가 적용된다. 지난해 말 주민등록 세대 수는 2309만3108가구로 전년보다 61만1642가구(2.72%) 증가했다고 통계청은 발표했다.
지난해 규제지역 지정에 따라 집값이 요동쳤던 경기도의 경우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정부가 3기 신도시를 예고한 탓에 공급이 쏟아질 우려가 있는 동시에 교통대책이나 개발호재에 따라 집값이 올라갈 가능성도 있다. 지역 카페에 호재를 나누면서 보다 큰 카페나 앱에 글, 사진 등을 공유하고 있다.
그러면서 "자주 들어가다보니까 글 쓰는 분들도 거의 정해져 있더라"라며 "김포에서 글 올리시는 분들은 얼굴을 보진 못했어도 대충 어디쯤 살고 식구가 어떻게 되는지 알겠더라"라고 귀띔했다. 또 "호갱노노에 우리 아파트가 검색어로 뜨면 좋겠다"고도 했다. 3대가 일산신도시에 살고 있는 고양시 토박이인 박모씨는 작년부터 글을 몇개 올리기 시작했다가 재미를 붙이고 있다. 그는 "서울에서 지방까지 수억원씩 집값이 올랐는데, 우리 동네랑 아파트만 안오른다고 생각하니 답답한 마음에 글을 올렸고 큰 호응을 받았다"며 "가진 거라곤 집 하나 달랑 한 채인데, 이것마저 가치가 떨어지면 안되겠다고 생각해서 최근에는 지역 신문들을 찾아보면서 호재가 될만한 뉴스를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쯤되니 아파트 자랑에 대한 해석이라는 유머글까지 돌고 있다. 이 글에 따르면 '실거주하기 좋아요'는 집값이 안 오르는 아파트라는 뜻이고, '숲세권'이라는 자랑 이면에는 구석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호재가 많다거나 곧 OO이 들어온다는 말도 믿을 게 못 된다고 해석했다.
자랑글과 비방글을 놓고 두 편으로 갈려 논쟁이 붙기도 한다. 자랑글이 과도하거나 거짓말이라고 리플로 공격을 하거나 반대로 '비방글은 곧 욕세권'이라며 칭찬으로 해석하는 경우다. 욕세권은 역과 가까운 아파트를 지칭하는 역세권에서 따온 말로, 비판이나 지적을 많이 받는 아파트의 시세가 오를 때 '욕 먹는 아파트가 잘된다'는 뜻에서 만들어진 신조어다.
이 단지에 청약을 넣었다는 A씨는 "생애최초 특별공급으로 넣는다니까 주변에서 '아깝게 거기에 왜 넣느냐'고 한 마디씩을 들었다"며 "강남 좋은 건 전국민이 알고 나도 안다. 의정부에서도 역세권 좋은 건 당연히 알지만, 시세가 6억~7억원인데 내 능력으로는 영끌해도 살 수 없으니 청약을 하게 됐다"고 토로했다. 그는 "시골이다 구석이다 아파트를 보는 눈이 없다고 하는데, 나도 오죽 답답하면 여기까지 넣었겠나"고 반문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아파트 자랑은 통한 '시세 지키기'가 시장 교란 행위가 되지 않겠느냐는 우려도 있다. 정부는 부동산 카페나 커뮤니티, 유튜버 등에서 집값 상승을 주도한다는 의견을 수차례 비친바 있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도 과거 이와 연관된 발언을 내놔 주목받기도 했다. 정부가 지자체와 국세청, 경찰 등과 합동조사하는 내용 중에는 '집값 담합'을 유도하는 인터넷 카페글도 포함이 된다. 실제 수도권에서는 현수막 또는 인터넷 카페 글 게시를 통해 집값 담합을 유도한 행위를 적발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집값에 버블(거품)이 많아졌다고 하면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하지만 실제 집값이 떨어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라며 "주택을 구매한 사람들은 1주택자들이 대부분이다보니 가진 게 '집 한채'인 경우들이 많다. 정부가 인위적으로 집값을 떨어트린다면 1주택자들의 자산이 깎이게 되는데, 매달 수백만원의 대출금을 갚아나가는 1주택자들 입장에서는 말도 안되는 상황이다. 집값의 움직임에 민감하고 시세를 떠받들기 위해 개인적으로 글을 쓰는 행위까지 제재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
부동산 관련 어플리케이션과 카페, 커뮤니티 등에 아파트 자랑이 넘치고 있다. 매수의향이 있는 예비 수요자들에게 아파트의 장점을 소개해주거나 내 집의 시세를 떠받들기 위해 집주인들이 직접 나서는 것이다.
예전에는 공인중개사들이 중개를 위해 아파트 홍보에 직접 나서는 경우가 많았다. 아파트의 장점을 소개하면, 개별로 오는 쪽지나 연락을 통해 중개도 가능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집주인들이 자청해서 아파트 자랑에 나서고 있다. 다주택자들로 집을 높은 값에 팔기 위해서가 아니다. 1주택자임에도 높은 가격대에 매수한만큼 아파트의 평판이나 미래가치에 더욱 신경을 쓰고 있다.
1주택자 집주인들, 자발적으로 '시세 받치기' 나서
23일 국토교통부와 통계청 등에 따르면 지난해에는 주택 매매거래량이 역대급으로 늘어났고 가구수도 급증했다. 집값 및 전셋값이 오르면서 내집 마련 욕구가 커진데다 정부의 '1가구 1주택' 우대정책으로 세대분리가 촉진됐기 때문이다. 신용대출까지 동원한 '영끌'로 내집 마련을 한 1주택자들은 단 하나의 자산인 '아파트 띄우기'에 적극적이 됐다. 매달 대출금을 갚기에 벅차지만, 집값이 떨어지지만 않는다면 다행이라는 마음에서 비롯됐다.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주택 매매거래량은 127만8305건으로 전년(80만5272건) 대비 58.9% 늘어났다. 5년 평균(97만1071건)보다 31.7% 증가한 거래량이다. 이는 정부가 주택 거래량 통계를 작성한 2006년 이후 역대 최대치다. 2016년 거래량은 105만3000건에 달했지만 2019년 80만5000건까지 떨어졌다가 지난해 지방 광역시를 비롯해 전국적으로 '패닉바잉' 현상이 나타나면서 매매거래가 치솟았다. 이처럼 매수에 적극적으로 나선 까닭은 1가구 1주택을 우대하는 방향으로 부동산 관련 정책이 강화되면서다. 세대 분리를 하게 되면 세금이나 주택 청약 등에 유리하다. 부모가 1주택 상태에서 같은 세대인 자녀 명의로 주택을 사면 2주택으로 취득세율이 8%가 적용되지만, 세대분리한 20대 자녀가 주택을 구입하면 기본 취득세율인 1~3%가 적용된다. 지난해 말 주민등록 세대 수는 2309만3108가구로 전년보다 61만1642가구(2.72%) 증가했다고 통계청은 발표했다.
지난해 규제지역 지정에 따라 집값이 요동쳤던 경기도의 경우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정부가 3기 신도시를 예고한 탓에 공급이 쏟아질 우려가 있는 동시에 교통대책이나 개발호재에 따라 집값이 올라갈 가능성도 있다. 지역 카페에 호재를 나누면서 보다 큰 카페나 앱에 글, 사진 등을 공유하고 있다.
부동산 카페·앱에 호재성 글…"시세 안오른다" 분노글도 호응받아
작년 여름에 경기도 김포에서 아파트를 매수한 김모씨는 부동산 카페 3곳과 호갱노노 어플을 하루에 한 번씩 들어가본다. 혹시 동네나 아파트와 관련된 뉴스나 호재관련 소식이 있으면 '좋아요'를 표시하기 위해서다. 그는 "글솜씨가 없다보니 직접 쓰진 못해도 '살기 좋다'는 내용 정도의 리플을 꼭 달고 나온다"고 말했다. 이어 "집 사면 카페 들어갈 일이 없을 줄 알았는데, 작년에 집을 사고서도 워낙 동네관련 소식이 많다보니 꾸준히 들어가보는 게 습관이 됐다"고 말했다.그러면서 "자주 들어가다보니까 글 쓰는 분들도 거의 정해져 있더라"라며 "김포에서 글 올리시는 분들은 얼굴을 보진 못했어도 대충 어디쯤 살고 식구가 어떻게 되는지 알겠더라"라고 귀띔했다. 또 "호갱노노에 우리 아파트가 검색어로 뜨면 좋겠다"고도 했다. 3대가 일산신도시에 살고 있는 고양시 토박이인 박모씨는 작년부터 글을 몇개 올리기 시작했다가 재미를 붙이고 있다. 그는 "서울에서 지방까지 수억원씩 집값이 올랐는데, 우리 동네랑 아파트만 안오른다고 생각하니 답답한 마음에 글을 올렸고 큰 호응을 받았다"며 "가진 거라곤 집 하나 달랑 한 채인데, 이것마저 가치가 떨어지면 안되겠다고 생각해서 최근에는 지역 신문들을 찾아보면서 호재가 될만한 뉴스를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쯤되니 아파트 자랑에 대한 해석이라는 유머글까지 돌고 있다. 이 글에 따르면 '실거주하기 좋아요'는 집값이 안 오르는 아파트라는 뜻이고, '숲세권'이라는 자랑 이면에는 구석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호재가 많다거나 곧 OO이 들어온다는 말도 믿을 게 못 된다고 해석했다.
자랑글과 비방글을 놓고 두 편으로 갈려 논쟁이 붙기도 한다. 자랑글이 과도하거나 거짓말이라고 리플로 공격을 하거나 반대로 '비방글은 곧 욕세권'이라며 칭찬으로 해석하는 경우다. 욕세권은 역과 가까운 아파트를 지칭하는 역세권에서 따온 말로, 비판이나 지적을 많이 받는 아파트의 시세가 오를 때 '욕 먹는 아파트가 잘된다'는 뜻에서 만들어진 신조어다.
시장 교란·집값 담합으로 비칠수도 '우려'
신규 분양되는 아파트에 이러한 '욕세권' 별명이 붙는 경우가 많다. 분양가가 높다거나 입지가 별로라던가, 입주시에 집값 상승이 없을 것이라는 등의 식이다. 최근 경기 의정부 고산지구에 들어서는 ‘의정부 고산 수자인 디에스티지’ 총 3개 블록(C1, C3, C4) 1순위 청약에 3만1119건이 몰리며 전 주택형이 마감됐다. 청약에 앞서 '긍정'과 '부정'으로 갈렸던 의견들은 청약 이후 청약자들이 글을 올리기 시작하면서 분위기는 급반전됐다.이 단지에 청약을 넣었다는 A씨는 "생애최초 특별공급으로 넣는다니까 주변에서 '아깝게 거기에 왜 넣느냐'고 한 마디씩을 들었다"며 "강남 좋은 건 전국민이 알고 나도 안다. 의정부에서도 역세권 좋은 건 당연히 알지만, 시세가 6억~7억원인데 내 능력으로는 영끌해도 살 수 없으니 청약을 하게 됐다"고 토로했다. 그는 "시골이다 구석이다 아파트를 보는 눈이 없다고 하는데, 나도 오죽 답답하면 여기까지 넣었겠나"고 반문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아파트 자랑은 통한 '시세 지키기'가 시장 교란 행위가 되지 않겠느냐는 우려도 있다. 정부는 부동산 카페나 커뮤니티, 유튜버 등에서 집값 상승을 주도한다는 의견을 수차례 비친바 있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도 과거 이와 연관된 발언을 내놔 주목받기도 했다. 정부가 지자체와 국세청, 경찰 등과 합동조사하는 내용 중에는 '집값 담합'을 유도하는 인터넷 카페글도 포함이 된다. 실제 수도권에서는 현수막 또는 인터넷 카페 글 게시를 통해 집값 담합을 유도한 행위를 적발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집값에 버블(거품)이 많아졌다고 하면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하지만 실제 집값이 떨어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라며 "주택을 구매한 사람들은 1주택자들이 대부분이다보니 가진 게 '집 한채'인 경우들이 많다. 정부가 인위적으로 집값을 떨어트린다면 1주택자들의 자산이 깎이게 되는데, 매달 수백만원의 대출금을 갚아나가는 1주택자들 입장에서는 말도 안되는 상황이다. 집값의 움직임에 민감하고 시세를 떠받들기 위해 개인적으로 글을 쓰는 행위까지 제재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