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대선 후보 시절 ‘동맹과의 관계 회복’을 공약으로 내걸었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한·미 관계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보다 안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반중(反中) 연합전선’ 참여와 한·일 관계 개선을 압박하는 미국의 목소리는 지금보다 커질 것으로 보인다. 대북(對北) 유화 기조를 고수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가 ‘선(先) 비핵화, 후(後) 대북 제재 완화’ 원칙을 여러 차례 밝혔던 바이든 행정부와 마찰을 빚을 가능성도 있다.

바이든 행정부의 한반도 정책 라인과 기조는 오는 5~6월이 지나야 틀이 잡힐 것이란 관측이 많다. 대북 정책의 기본 틀이 잡히면 트럼프 행정부의 정상 간 ‘톱다운(하향식)’ 방식이 아닌, 비핵화 실무 협상을 우선순위에 둔 ‘보텀업(상향식)’ 방식으로 대북 대화에 나설 전망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의 대북 정상 외교를 “무의미한 프로젝트”라고 비판해 왔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후보자도 지난 20일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북한 비핵화에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 미·북 정상회담을 여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즉흥적인 대북 외교를 펼쳤던 트럼프와 달리 바이든 행정부는 촘촘한 비핵화 협상안을 만들 것”이라며 “그 과정에서 한국 정부의 역할이 종전보다 커질 것”이라고 했다. 정대진 아주대 아주통일연구소 교수는 “북한으로부터 ‘영변 핵시설 폐기 플러스알파’ 로드맵을 받는 조건으로 실무 협상을 재개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구체화되기 전 북한이 미국과의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에 서기 위해 군사 도발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미·북 간 전쟁 일보 직전까지 갔던 2017년 위기가 재연될 수 있다는 게 외교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과도한 인상 요구로 1년 넘게 협상에 진전이 없는 방위비 분담 특별 협정(SMA)은 합리적인 수준에서 타결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반중 정책 기조가 강화되면서 다자 안보 협력체인 쿼드(quad)에 한국도 동참하라는 압박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미·일 3국 안보 협력을 중시했던 버락 오바마 정부 때처럼 한·일 관계를 개선하라는 요구도 거세질 수 있다.

하헌형/송영찬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