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오른쪽)이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3차 혁신성장 전략점검회의 겸 정책점검회의 겸 한국판뉴딜 점검 TF’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오른쪽)이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3차 혁신성장 전략점검회의 겸 정책점검회의 겸 한국판뉴딜 점검 TF’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22일 (자영업) 손실보상법 등 이른바 ‘상생연대 3법’ 입법을 추진하기로 하면서 많게는 비용이 10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되는 손실보상 법제화의 정당성을 놓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피해를 본 자영업자의 손실을 정부가 일정 부분 보상해야 할 필요성에 대해서는 별다른 이론이 없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법제화를 통해 자영업자 손실을 지원하게 되면 형평성, 신속성 등 여러 측면에서 오히려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각종 포퓰리즘 법안의 재원 마련을 위한 과도한 국채 발행으로 국가 신용등급 강등, 외국인 투자자 이탈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치권은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영업 제한에 따른 손실을 보전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을 앞다퉈 제출하고 있다.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방침에 따라 집합금지 또는 집합제한을 했을 경우 일정액의 지원금을 주는 방식이다. 다만 지원 대상을 선정하고 보상 금액을 정하는 방식은 제각각이다. 법안 발의자들이 자의적으로 이를 정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강훈식 민주당 의원은 영업이 제한된 자영업자에게 일정 수준 보상금을 주는 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집합금지 및 제한 업체에 휴업 기간 중 최저임금 정도를 제공하고 임대료·세금 등도 지원하자는 것이다. 송영길 민주당 의원은 ‘소상공인 임대료 국가 분담제’를 제안했다. 전체 임대료 중 임차인이 50%, 국가가 25%, 임대인이 25%를 부담하자는 것이 핵심이다.
이날 민병덕 민주당 의원은 집합금지 업종은 코로나19 손실 매출의 70% 내에서, 그 외 업종은 50~60% 범위 내에서 대통령령이 정한 금액으로 보상하도록 하는 특별법을 발의했다. 관련 법안 중 지원 규모가 가장 크다.

하지만 이런 손실보상 법안이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비판했다. 우선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 의원 법안은 손실 보상 한도를 집합금지 업종에 월 3000만원, 집합제한 업종엔 월 2000만원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게 현실화하면 소상공인을 보호하고 지원해야 한다는 법 취지와 달리 ‘부자 자영업자’일수록 더 큰 금액을 지원받을 수 있게 된다. 규모가 작은 업장을 운영하는 소상공인 등의 상대적 박탈감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언제까지 정부가 나서 모든 자영업자를 보호해야 하느냐 하는 근본적인 질문도 나온다.

실무적으론 손실 규모를 어떻게 산정할 것인가도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홍기용 인천대 교수는 “행정자료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재무제표를 작성하지 않는 자영업자들의 손실을 정확히 산출하는 게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재정 지원이 가능할 것인가 하는 의문도 제기된다. 강 의원 법안대로라도 월 1조2000억원의 재정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민 의원 법안이 통과되면 한 달에 필요한 재정액은 24조원이 넘을 것이란 추산도 나온다. 방역기간을 4개월 정도로 가정하면 98조원을 넘게 된다.

이는 국가 재정건전성을 크게 악화시킬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작년 코로나19 대응과정에서 43.9%까지 올랐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올해 47.3%까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가채무 총액은 작년 말 847조원에서 올해 93조5000억원 이상, 내년 100조원 이상 증가가 예상된다. 내년 말 사상 처음으로 채무 총액이 1000조원을 돌파하게 된다.

자영업자만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도 논란거리다. 코로나19 피해 양상이 굉장히 다양한 것에 비해 피해업종 선정이 지나치게 단순하다는 것이다. 자영업과 연관된 제조 중소기업 등 일반 기업의 피해가 무시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다양한 업종을 모두 포괄하는 형태로 법안이 구성되지 않는다면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며 “다른 업종의 반발을 무마하려고 또 다른 지원 법안을 내놓는다면 현재 거론되는 재정소요액을 훨씬 웃도는 금액이 필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법에 각종 요건을 명시할 경우 경직성이 강화돼 피해 보상을 제때 해주기 어려워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에 담기지 않은 피해 사례가 있을 경우 유권해석이나 법 개정을 기다려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법안을 만들더라도 ‘국가 정책으로 피해를 입은 경우 손실 보상을 해야 한다’ 정도의 내용만 담고 구체적인 지원 대상이나 범위, 금액 등은 시행령 또는 별도의 기구를 통해 상황에 따라 결정하는 방식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