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100억달러(약 11조원)를 투자해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 있는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공장(사진)을 증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미국에 파운드리 공장을 짓기로 한 대만 TSMC를 견제하는 동시에 인텔 등 미국 고객사 물량을 추가로 확보하기 위한 목적으로 평가된다. 파운드리는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업체) 등 공장이 없거나 부족한 반도체업체의 주문을 받아 제품을 생산·납품하는 사업이다.

블룸버그통신은 22일 “삼성전자가 100억달러 이상을 투자해 오스틴에 반도체 생산라인을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현재 오스틴엔 선폭(전자가 흐르는 트랜지스터 게이트의 폭) 14㎚(나노미터, 1㎚=10억분의 1m), 28㎚, 32㎚ 공정을 주력으로 하는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공장이 돌아가고 있다.

블룸버그는 관련 사항에 정통한 관계자를 인용해 “2022년 시범 운영을 거쳐 2023년부터 본격 가동하는 게 삼성전자의 목표”라며 “EUV(극자외선) 노광장비를 쓰는 3㎚ 라인이 들어설 예정”이라고 전했다. 삼성전자는 3㎚ 공정 기술을 개발 중이다.

삼성전자의 증설은 세계 1위 파운드리업체 TSMC를 견제하기 위한 목적으로 분석된다. TSMC는 지난해 총 120억달러(약 13조원)를 투자해 미국 애리조나에 새 공장을 짓기로 했다. 2024년 완공이 목표다. 5㎚ 미만 최첨단 파운드리 라인이 들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TSMC의 미국 공장이 가동되면 인텔, 엔비디아, 퀄컴, AMD 등 주요 파운드리 고객사의 최신 반도체 외주 생산 물량이 TSMC에 몰릴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 오스틴 공장의 주력 라인은 14㎚다. 최신 AP(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 등을 생산하는 데 한계가 있다. 최첨단 제조시설인 3㎚ 공정 증설 가능성이 거론되는 배경이다. 블룸버그는 “삼성이 경쟁 관계에 있는 TSMC를 따라잡으려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삼성전자는 오스틴 공장 주변에 신축 시설용 부지를 확보했다. 2018년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축구장 140개를 합친 면적인 104만4089㎡ 규모 토지를 꾸준히 매입했다. 오스틴 시의회에도 부지 개발 승인을 요청한 상태다.

삼성전자와 TSMC의 미국 공장 신축이 완료되면 반도체 수주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종합반도체기업(IDM) 인텔까지 “반도체 외주 생산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시장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공장 증설과 관련해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고 밝혔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