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오는 3월 공매도를 재개한다는 입장을 밝혔다./사진=연합뉴스
금융위원회가 오는 3월 공매도를 재개한다는 입장을 밝혔다./사진=연합뉴스
공매도 재개 여부를 놓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재개 방침을 밝힌 금융당국는 정치권의 공세가 이어지자 입을 닫고 "결정된 게 없다"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대형주 일부만 재개하고 대부분의 종목은 금지를 연장하는 절충안에 무게가 실린다.

2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지난달 31일 올라온 '영원한 공매도 금지를 청원합니다'라는 글이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현재까지 16만9300여명이 동의했다. 코스피지수가 3000선을 돌파하며 상승 흐름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공매도를 재개해 국내 기업 가치를 낮추려는 이유가 궁금하다는 청원이다.

가열되는 '공매도 논란'…눈치보는 금융위

공매도는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될 때 주식을 빌려 매도하는 거래를 말한다. 공매도는 합법적인 거래 행위다. 다만 기관과 외국인이 시세조종 수단으로 악용한다는 비판이 많다. 개인이 공매도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며 폐지를 요청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금융위는 지난해 3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증시가 급락하자 6개월 공매도 금지 조치를 내렸다. 이후 추가로 6개월을 더 연장해 오는 3월16일 재개될 예정이다.
정치가 앞서는 '공매도' 논쟁…대형주 일부만 허용?[금융레이더]
금융위는 그동안 공매도 재개 입장을 여러차례 드러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송년간담회에서 "공매도에 대한 개인의 불신을 줄이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 중"이라며 사실상 공매도 재개 의사를 밝혔다.

지난 11일과 12일에는 "3월 공매도 재개를 목표로 불법공매도 처벌 강화, 시장조성자 제도개선, 개인의 공매도 접근성 제고 등 제도개선을 마무리 해 나갈 계획"이라는 연달아 강조했다.

"3개월 연장 후 대형주 허용 논의"

그러나 정치권을 중심으로 공매도 연장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금융위는 한발 물러섰다. 은 위원장은 지난 18일 "(공매도 재개 여부가) 2월 중 결정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며 유보적인 모습을 보였다.

청와대도 공매도 금지 연장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3개월 더 연장하는 방안에 대한 검토가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현재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공매도 제도 개선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재개 시점을 3개월 더 연장하고, 시가총액과 거래량이 많은 상위 종목만 먼저 허용하는 주장이 나온다.

여당 정무위 소속 의원 한 보좌관은 "3개월 연장 후 제한적인 공매도 재개로 의견을 모으고 있다"며 "상대적으로 공매도 영향이 적은 대형주에 먼저 허용할 것으로 보이나 금융위와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정치가 앞서는 '공매도' 논쟁…대형주 일부만 허용?[금융레이더]
금융위는 결정된 게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빠르게 개선안을 준비해 논란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다.

다시 주목 받는 홍콩식 공매도 지정제

업계 안팎에선 대안으로 홍콩식 공매도 지정제가 도입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홍콩식 공매도는 시가총액이 30억홍콩달러(약 4700억원) 이상이면서 시총 기준 12개월 회전율(주식 보유자가 바뀌는 비율)이 60% 이상인 종목에만 공매도를 허가하는 제도다. 홍콩거래소가 지정 종목을 직접 점검하고 변경한다.

금융감독원은 해당 제도가 우리나라에서 추진 가능한 방안이라고 보고 지난해 초 금융위에 제안했다. 금융위는 지난해부터 홍콩식 공매도 지정제 도입과 관련한 검토를 진행했지만, 당시에는 부정적인 기류가 강했던 게 사실이다. 이미 우리나라의 공매도 규제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수준인 만큼 더이상의 규제는 외국인 자금 이탈만 부추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공매도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계속되는 만큼 국내 사정에 맞는 수정된 홍콩식 공매도 지정제가 도입될 수 있다는 평가에 무게추가 기운다.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전날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공매도 영향을 크게 받는 쪽(중소형주)은 연장하고, 거래량이 많아 공매도 영향이 안 미치는 대형주 쪽은 풀어주자는 것도 검토할 대안인 것 같다"며 "대형주 위주로 단계적으로 허용하는 것도 방법일 수 있다"고 했다. 손 이사장은 지난해 11월까지 금융위 부위원장으로 일했다.

이에 대해 금융위 관계자는 "구체적인 방향을 갖고 협의하고 있지 않다"며 "다양한 가능성을 갖고 논의를 진행하겠다"고 했다.

윤진우 한경닷컴 기자 jiin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