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닷컴 홈페이지에 올라온 행크 에런 추모 영상. / 출처=MLB닷컴

베이브 루스의 메이저리그 최다 홈런 기록을 깬 ‘홈런왕’ 행크 에런이 22일(현지시간) 별세했다. 향년 86세. 이후 배리 본즈가 에런을 넘어 통산 홈런 1위가 됐지만 본즈의 약물 복용 논란 탓에 에런은 ‘진짜 홈런왕’으로 불리기도 한다.

현역 시절 행크 에런이 주로 활약한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구단은 이날 “에런이 평화롭게 영면에 들었다”고 밝혔다.

에런의 메이저리그 통산 홈런 기록은 755개. 홈런왕으로 유명한 베이브 루스(714개)를 넘어섰다. 인종차별 분위기가 강하게 남아있던 1974년 흑인 에런이 백인들의 우상 루스의 홈런 기록을 깨자 수많은 협박을 받은 일화는 유명하다.

1954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해 1976년 은퇴한 에런은 3298경기에 출전해 통산 타율 3할5리, 3771안타, 755홈런, 2297타점의 기록을 남겼다. 통산 홈런 기록은 2007년 본즈(762개)가 경신했으나 최다 타점과 장타 기록은 아직도 깨지지 않고 있다.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행크 에런은 이달 5일 미국의 흑인들에게 백신이 안전하다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코로나19 백신을 접종받았다. / 사진=AP
행크 에런은 이달 5일 미국의 흑인들에게 백신이 안전하다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코로나19 백신을 접종받았다. / 사진=AP
부고가 알려지자 메이저리그는 일제히 에런을 추모했다.

MLB닷컴은 에런의 별세 소식을 전하며 “가난과 인종차별을 극복한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에런이 루스의 홈런 기록에 근접하자 백인 우월주의자들의 극심한 협박에 시달린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더그아웃의 에런 옆자리는 늘 비어 있었다. 총을 맞을 수 있다는 농담이 들릴 정도였다”고 전했다.

메이저리그 사무국도 롭 맨프레드 커미셔너 명의로 성명을 내고 애도했다. 맨프레드 커미셔너는 “모든 위대한 선수 중에서도 최고였다. 기록뿐 아니라 인성은 더 대단했다”면서 “애런에 영원히 감사한다. 그는 야구 역사에서 특별한 사람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에런의 통산 홈런 기록을 깬 본즈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경기장 안팎에서 에런은 매우 존경할 만한 분이었다. 그는 상징이자 전설, 진정한 영웅이었다”고 썼다. 현역 선수 중 전설의 길을 걷고 있는 마이크 트라우트(로스앤젤레스 에인절스) 역시 “에런을 보며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오늘 전설을 잃었다”고 했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