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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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새해 초 전직 대통령 사면 카드를 들고 나왔다가 좌절되면서 정치적 리더십에 큰 상처를 입었다. 신중한 성격의 그가 청와대와 사전 조율을 거쳐 사면론을 꺼냈을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문재인 대통령과 당내 친문 세력들이 이를 수용하지 않으면서 그는 ‘낙동강 오리알’신세가 됐다.

그가 사면론을 꺼낸 것은 두 가지 의도가 있었다는 것이 정치권의 분석이다. 우선 지난해 하반기부터 미끄럼을 타기 시작한 지지율 하락을 반전시키기 위한 회심의 일격으로 삼으려 했다는 것이다. 또 윤석열 검찰총장 찍어내기가 수포로 돌아가면서 여당 대표로서 반전 카드가 필요했다. 그러나 사면론은 당내 거센 반발에 이를 관철시킬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역효과만 낳았다.

이 대표로가 사면초가 상황을 탈피하기 위해 이익공유제를 들고 나왔다는 게 정치권의 시각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피폐해진 민생을 보듬는다는 것을 명분으로 국민적인 호응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민주당은 보고 있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이 대표가 이익공유제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사면론으로 실추된 정치 리더십을 되찾고 지지율도 견인할 수 있으리라는 판단을 한 것 같다”고 했다.

민주당은 당내 ‘포스트코로나 불평등 해소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이 대표의 구상을 현실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일부 공공기관에서 시범사업을 하고 있는 ‘협력이익 공유제’와 ‘사회연대기금’조성 방안 등이 논의되고 있다. 기업들의 기부를 받아 연대기금을 마련해 소상공인을 돕자는 것이다. 기부에 참여하는 기업에는 세제 혜택을 주거나 정부 조달 사업 참여 때 우대하는 인센티브를 지급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자발적 참여라고 하지만, 기업들에게 압력으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정황들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당내에선 참여 기업으로 삼성과 LG, SK 등 대기업과 네이버, 카카오 등 플랫폼 기업 이름들이 나오고 있다. 이미 TF는 플랫폼 업계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열고 이익공유제를 설명했다. 이 대표는 페이스북에 “민간의 연대와 상생의 노력도 필요하다. 자발적 참여를 통한 사랑 나누기, ‘이익공유’를 제안한 이유”라고 썼다.

그러나 코로나로 늘어난 기업들의 이익이 얼마인지 환산하기 쉽지 않고, 미래 투자를 위해 써야 할 기업의 이익을 기부하라는 것은 말이 안된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주주 이익을 침해할 소지도 크다. 이 대표의 이익공유제는 시장경제의 기본원칙을 부정하고, 있는자와 없는자로 갈라치기 하는 정략이라는 비판도 받고 있다.

그의 이익공유제는 결과적으로 당내 유력 대선 주자 간 ‘돈풀기’경쟁에 불을 붙인 꼴이 됐다. 저마다 방법은 다르지만, 이슈를 선점해 대선 가도에 유리한 고지를 점하자는 전략이 깔려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집합 금지 또는 제한 조치로 피해를 입은 자영업자들에게 손실을 법적·제도적으로 보상해주자는 주장을 펴고 있고, 이재명 경기지사는 지난해에 이어 전 도민들에게 10만원씩 2차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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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총리는 손실보상제를 꺼낸 이유에 대해 정부의 방역 기준을 따르느라 영업을 제대로 못한 분들에게 제도화를 통해 지원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주장을 편다. 제도화에 부정적인 기획재정부를 향해 “여기가 기재부의 나라냐”고 질타하면서까지 정면돌파 의지를 드러냈다. 정 총리는 최근 들어 부쩍 자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 8일 국회 본회의 대정부 질문 답변에서 국민의힘 의원이 코로나 백신 확보 문제와 관련, “대통령이 13차례 지시했다며 담당자들에게 떠넘기고 있다”고 하자 언성을 크게 높이며 “국가 원수에 그렇게 하는 것은 아니다. 품위를 지켜달라”고 강하게 반박했다. 평소 언행에 신중한 정 총리의 이런 발언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적지 않았다.

민주당은 손실보장세 제도화 방안 마련에 나서고 있다. 이미 관련 법안들이 제출돼 있다. 문제는 엄청난 재원이다. 법안에 따르며 최저 월 1조 2000억원에서 25조원 가까운 예산이 필요하다. 고강도 방역 대책을 추진한 지난 4개월을 기준으로 삼을 경우 최대 100조원 가까이 소요된다. 코로나 상황이 언제 진정될 지 알수도 없어 법제화가 되면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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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지사가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을 받으면서도 재난기본소득을 밀어붙이는 이유는 그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다시피 한 선명성 경쟁에서 우위를 유지하려는 전략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그의 선명성은 ‘사이다’로 포장되면서 지지율을 끌어올린 주요 요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분석이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역대 대선주자급 경기지사들이 대선에서 실패한 이유는 웬만해선 중앙무대의 관심을 끌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반면 이 지사는 정치·사회적으로 화제가 되는 이슈들을 끊임없이 던지면서 주목도를 높였고,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여론 조사 전문가인 배종찬 인사이트 케이 연구소장도 “대선 주자는 이슈 파이팅을 해야 주목도를 높이고 경쟁력을 평가받을 수 있다”며 “그런 점에서 젊은 세대들은 이슈 파이팅을 많이 하는 이 지사에게 열광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대통령이 되려는 사람이 대중의 욕망에 편승해 ‘사이다’와 같은 선명성에 의존하는 것은 통합이라는 시대 정신과 맞지 않다는 비판도 나온다.

코로나 보상 문제를 계기로 이들 주자 간 견제와 협력도 시작됐다. 정 총리와 이 대표가 지지율 1위를 달리는 이 지사를 협공하는 모양새다. 당 안팎에선 ‘퍼주기’경쟁으로 대선 전초전이 시작됐다는 분위기다. 이 대표는 지난 19일 MBC 인터뷰에서 이 지사의 전 도민 재난지원금 지급 추진에 대해 “마치 왼쪽 깜빡이를 켜고 오른쪽으로 가는 것과 비슷할 수가 있다”고 정면 비판했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고 있는데 소비하라고 말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얘기다.

지난 23일 KBS 1TV 심야토론에 출연해선 ‘재정은 화수분이 아니라고 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발언을 정 총리와 이 지사가 강력 비판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기획재정부 곳간지기를 구박한다고 무엇이 되는 게 아니다”며 “독하게 얘기해야만 선명한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신중한 이 대표가 이렇게 직접적으로 상대를 공격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정 총리는 라디오에 출연해 “경기도가 지원하는 것은 좋지만, 지금은 피해를 본 분들한테 지원하는 것이 적절한 타이밍”이라고 이 지사를 비판했다. 이익공유제에 대해선 교통방송에 나와 “저는 그 용어를 사용하지 않는다”며 “어떤 것을 제도화하려면 국민적 공감대가 먼저 이뤄진 연후에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경우에 따라선 또 다른 갈등의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를 견제한 발언이란 해석이 나온다.

문제는 엄청난 나랏돈이 소요되는데도 재원 조달에 대한 구체적 방안도 없이 경쟁적으로 던지고 보자는 것이 초래할 위험성이다. 더욱이 코로나 상황에 따라서는 재원이 얼마나 더 소요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재정 씀씀이를 다시 점검해 줄일 건 줄이지 않고 국채를 발행해 충당한다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미래 세대에 떠넘기게 될 수 밖에 없다. 나라와 당의 최고위 직책과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광역단체장을 맡고 있는 여당의 대선주자들이 주요한 정책을 조율 한 번 없이 자신들의 브랜드로 던져놓고 상대를 향해 견제하고 싸움 하는 것은 책임있는 자세가 아니라는 비판이 적지 않다.

홍영식 논설위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