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그래도 양천 경찰서에 지인 있는데 누가 신고했는지 알려줄 수 있대. 찾아내서 무고죄로 신고할 거야."

"왜 신고했어?"

사망한 입양아 정인이의 양모 장모 씨가 2차 신고자에게 보낸 메시지 중 일부다.

23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 공개된 2차 신고자의 메시지에 따르면 경찰 측이 정인이 사건과 관련해 비밀유지 의무를 저버리고 신고자를 장 씨에게 알려줬다는 의혹 제기가 가능하다.

차량 안에 정인이를 홀로 방치한 장 씨는 경찰 조사를 받고 난 뒤 "양천 경찰서에 지인이 있다"면서 "신고자를 무고죄로 고소할 것이다"라며 분노했다.

한 달 뒤 보낸 메시지에는 "왜 그랬어요?"라고 원망을 담았다.
'그것이 알고 싶다' 김상중은 "아동학대는 비밀유지가 필수다. 이는 신고자를 보호하고 제대로 된 수사하기 위한 것이다"라며 "경찰이 이제 와 핑계대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해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정치권이 경찰 수사 과정과 관련해 정보공개를 하자 이를 거부한 것을 비판한 것이다.

'그것이 알고 싶다' 정인이 후속 방송에서는 학대 신고가 3차례나 이뤄지는 과정 속에서 정인이를 살릴 수 있었음에도 어떤 시스템적인 문제로 인해 그러지 못했는지 대안 제시에 집중했다.

정인이는 지난해 3월부터 어린이집에 다녔으며 어린이집 교사들은 5월 25일 아이 허벅지와 배 부분 다수의 멍을 발견하고 1차 학대 신고했다.

아동보호전문기관 관계자는 "오다리 교정하기 위한 마사지였다"는 양부모의 해명을 믿었으며 경찰 또한 "의심되는 정황이 없다"면서 사건을 종결시켰다.

경찰 보고서에는 "아이를 키우다 보면 설명할 수 없는 멍도 생긴다"며 오히려 양부모를 두둔하는 모습이 담겼다.

2차 신고는 정인이가 홀로 차 안에 방치돼 있는 것을 목격한 지인의 신고였다.

2차 신고자는 고심 끝에 이를 아동보호 전문기관에 알렸다.

아동보호전문기관 관계자는 "신고 접수를 받고 양부모를 만났는데 (학대 의혹을) 부인해서 수사의뢰를 했다"고 전했다

정인이가 차에 방치된 채 발견된 곳은 양모가 첫째딸을 데려간 미술학원 부근이다.

당연히 사건 당시 CCTV를 확인했다면 정인이가 방치돼 있던 구체적 정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하지만 미술학원 원장은 "경찰이 찾아와 확인한 적이 없다"면서 "한 달이 지나서야 경찰이 찾아와 건물 CCTV를 볼 수 있느냐고 물었다"고 전했다.
경찰이 국회에 제출한 서류를 보면 경찰은 사건 발생 장소를 찾는데 14일이나 소요했다.

경찰 측은 "수사를 진행할 수 있도록 사건 발생 장소 등을 알려줘야 하는데 아동보호기관에서 사건 발생정보를 구체적으로 제공하지 않고 신고자 정보를 알려주기를 원치 않았다"고 떠넘겼다.

2차 신고자는 이 내막을 전해 듣고 황당해 했다. "발생 장소를 구체적으로 전달했었다"는 것.

하지만 2차 신고자의 신원을 경찰이 노출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이게 사실이라면 경찰은 이에 대한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승재현 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아동학대범죄신고자는 특정범죄 신고자 보호법에 따라 보호되어야 하며, 절대 신고자의 인적사항은 물론 범죄신고자임을 미루어 알수 있는 사실도 공개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보호의무를 위반하면 3년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승재현 위원은 "더 중요한 것은 신고자 신상을 보호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신고자의 신변안전까지 지켜야 하는 것이 경찰의 의무다"라며 "신고자 보호가 안되면 학대 신고는 요원해진다"고 경고했다.

신고자 보호법 제13조에 따르면 경찰서장은 범죄신고자등이나 그 친족등이 보복을 당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일정 기간 동안 해당 경찰서 소속 공무원으로 하여금 신변 안전을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하게 하거나 대상자의 주거지 또는 현재지(現在地)를 관할하는 경찰서장에게 신변안전조치를 하도록 요청할 수 있다. 이 경우 요청을 받은 경찰서장은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즉시 신변안전조치를 하도록 되어 있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 화면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 화면
'그것이 알고 싶다'는 3차 신고자 의사 인터뷰를 통해 '월정로의 비극'을 소개했다.

'월정로의 비극'이란 월정로를 사이에 두고 정인이 양부모의 집은 양천구이고 정인이가 다니던 어린이집과 3차 신고 소아과는 강서구에 위치해 있어 출동한 지구대 경찰과 수사에 착수한 경찰이 관할이 달랐던 점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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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