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박스 확인 사실"…진상조사 결과 따라 후폭풍 예고
경찰, '이용구 블랙박스' 없었다더니…수렁에 빠진 경찰
경찰이 이용구 법무부 차관의 택시 운전기사 폭행 사건과 관련된 블랙박스 영상을 보고도 이를 덮었다는 사실이 뒤늦게 확인되면서 또다시 구설에 올랐다.

경찰은 그동안 이 차관 사건에서 택시 블랙박스를 확인할 수 없었다고 했으나, 담당 수사관이 지난해 11월 11일 피해자인 택시 기사 A씨가 휴대전화로 촬영한 블랙박스 영상을 본 것으로 확인되면서 곤란한 처지에 놓이게 됐다.

24일 서울경찰청은 서울 서초경찰서 수사관이 택시 블랙박스 영상을 본 것으로 확인됐다며 해당 경찰관을 대기발령 조치하고 진상조사단을 꾸려 사태 파악에 나선다고 밝혔다.

이번 논란은 경찰이 이 차관의 택시 기사 폭행 사건에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가법) 대신 반의사 불벌죄인 형법상 폭행 혐의를 적용한 뒤 내사 종결을 한 것을 놓고 `봐주기 수사' 의혹이 제기되면서 시작됐다.

특가법은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아도 입건된다.

이 차관은 지난해 11월 6일 오후 11시 30분께 서울 서초구 아파트 자택 앞에서 술에 취한 자신을 깨우려던 택시 기사 A씨를 폭행했다.

택시 기사는 사건 발생 사흘 만인 같은 달 9일 담당 형사에게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명한 뒤 처벌 불원서를 제출했고, 서초서는 12일 사건을 내사 종결했다.

이 과정에서 A씨와 경찰은 신고 당일인 6일과 서초경찰서에 출석했던 9일에도 블랙박스 영상을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 차관 사건이 논란을 낳자 '블랙박스에 영상이 녹화돼있지 않아 증거관계가 불분명했다'는 점 등을 들어 사건 처리에 문제가 없었다는 태도를 고수해왔다.

하지만 A씨가 전날 언론 인터뷰에서 "11월 11일 경찰 조사에서 수사관에게 블랙박스 영상을 보여줬지만 `차가 정차 중이니 영상은 안 본 것으로 하겠다'는 말을 들었다"는 취지로 밝혔고, 경찰은 이를 인정했다.

당시 담당 수사관은 A씨가 이 차관과 합의한 뒤 11월 9일 처벌 불원서를 제출한 상황이어서 블랙박스 영상에서 특가법을 적용할만한 새로운 요소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자의적 판단에 따라 이 사실을 상부에 보고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해당 영상에서 특가법을 적용할 결정적 요인이 있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또 이 수사관이 영상을 본 사실을 상부에 보고했는지를 비롯해 구체적인 보고 내용과 대상, 시점도 진상조사단에서 밝혀야 할 과제다.

현재로선 담당 경찰관 1명이 개인적인 판단에 따라 '블랙박스 영상을 봤다'는 사실을 상부에 보고하지 않은 문제인지, 아니면 경찰이 조직적으로 사건을 은폐하려는 의도가 있었는지 판단하기 어렵다.

다만 `블랙박스 영상이 없다'던 경찰의 주장이 뒤집히면서 경찰이 거짓말을 했다는 비난을 면치 못하게 됐다.

진상조사 결과에 따라 경찰에게 1차 수사종결권을 부여하는 게 적절한지를 놓고 비판 여론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