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진 워크이노베이션랩 대표 "中企 '월급쟁이 부자' 늘어나야 혁신 가능하죠"
“경제 문제를 논할 때 정책 당국자들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를 자주 거론하곤 합니다. 중소기업 직원 월급이 대기업의 절반밖에 안 되는데, 너무 적다는 거죠. 그런데 그 절반이 정말 적은 금액일까요?”

김홍진 워크이노베이션랩 대표(67·사진)는 지난 21일 인간개발연구원이 주최한 기업인 대상 조찬 세미나에서 ‘중소기업의 생산성 향상’을 주제로 강연하며 이 같은 질문을 던졌다. 40여 년간 국내외 정보기술(IT) 기업을 거쳐 KT 사장을 지낸 뒤 최근 기업의 조직 혁신을 컨설팅하고 있는 그는 국내 중소기업의 가장 큰 문제로 ‘낮은 생산성’을 꼽았다.

김 대표는 “한국 중소기업의 노동생산성은 대기업의 30% 수준에 불과하다”며 “생산성은 (대기업의) 30%에 그치는데 월급은 절반만큼 받으면, 상대적으로 임금이 높은 셈”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연구원에 따르면 2018년 기준 근로자 10인 이상 30인 미만인 국내 중소기업의 노동생산성은 근로자 500명 이상 대기업의 27.6%에 불과하다. 반면 중소기업(10~99인) 근로자의 평균 임금은 대기업의 59.9%로 나타났다.

김 대표는 “정부가 인간다운 삶을 강조하며 주 52시간 근로제를 도입했지만, 주 52시간 근로제로 임금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중소기업 근로자가 정말 인간다운 삶을 살려면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를 아무리 문제삼고 강제로 좁혀보려 해도 중소기업의 생산성 향상이 이뤄지지 않으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생산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중소기업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김 대표는 “중소기업 오너들부터 생각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 기업인들은 자신이 세운 회사는 오롯이 자기 것이라는 인식이 너무 강합니다. 직접 창업했으면 회사 지분도 당연히 자기 것이고, 자식에게 물려줘야 한다고 생각하죠. 하지만 이런 경직적인 회사엔 유능한 인재가 오지 않아요. 생산성을 높이려면 좋은 인재를 유치해야 하는데, 이들에게 현실적으로 고액 연봉을 보장하기 힘들다면 회사 지분을 나눠줘야 합니다.”

인재 유치가 핵심이라는 주장이다. 김 대표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커다란 흐름에 대응하며 기업의 ‘IT 트랜스포메이션’을 주도할 수 있는 인재가 중소기업엔 없다”고 했다. 국내외 대기업들이 유능한 IT 인력을 유치하려고 경쟁하는데, 굳이 중소기업에 입사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월급쟁이 부자’들이 많이 나오는 사회가 돼야 중소기업과 사회의 혁신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가 말하는 월급쟁이 부자란 다달이 받는 월급뿐만 아니라 지분과 같은 인센티브를 통해 부를 이룬 직원을 말한다. 그는 “중소기업 스스로 월급 이외의 인센티브를 줄 수 있는 ‘구조적 혁신’을 고민하는 동시에 정부도 중소기업의 혁신을 방해하는 구시대적 규제를 과감히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