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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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감염을 막는 면역력은 몸속에서 빠르게 사라지지만, 질병 위험을 낮춰주는 면역력은 오래 지속된다. 어릴 때 감염되면 일정 수준의 면역력을 얻는 풍토병으로 남을 것이다.”

제니 라빈 미국 에모리대 생물학부 교수팀은 최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공개한 논문을 통해 이렇게 말했다. 코로나19가 인류 곁에 계속 머무를 가능성이 높다는 취지다. 미국 유럽 등 여러 국가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서 세계 과학자들은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력이 얼마나 갈지’에 관심을 쏟고 있다.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앞으로 인류가 확인해야 할 것을 풀어봤다.

(1) 코로나19가 풍토병 될까

세계 과학자들은 과거 유행했던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을 통해 코로나19의 미래 모습을 추정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라빈 교수팀이 진행한 연구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코로나19가 네 종류의 감기코로나바이러스, 사스(급성중증호흡기증후군),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와 비슷하게 진행된다는 것을 가정해 유행 상황을 그려봤다.

감기 바이러스는 세계를 돌면서 계속 유행하지만 증상이 약하다. 사스와 메르스는 치사율이 높지만 전파력은 낮다. 코로나19는 어릴 때 노출되면 평생 심하게 앓지 않는 감염병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연구팀은 평가했다. 다만 증상이 심한 풍토병으로 남는다면 어릴 때 백신을 맞아야 한다. 영유아 필수 예방접종에 코로나19가 포함될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는 시뮬레이션 결과일 뿐이다. 코로나19의 유행 양상이 달라질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

(2) 얼마나 많은 사람이 면역 얻어야 하나

코로나19 백신 예방률은 70~95% 정도다. 예방률이 70%인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모든 인구가 맞으면 70% 인구가 면역을 얻을 수 있다. 이를 현실에 적용하면 달라진다. 백신을 맞는 인구집단의 면역 상태, 거주 형태, 국가별 백신 접종 전략 등에 따라 예방률에 차이가 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빠른 속도로 백신을 접종하는 이스라엘은 인구의 30% 이상이 코로나19 백신을 맞았다. 하지만 하루 확진자는 6000~7000명으로 확산세가 이어지고 있다. 백신을 먼저 접종한 고령층에서 위중증 비율이 낮아졌다는 분석도 나왔지만 아직 공식 통계는 아니다.

코로나19 유행 초기에는 인구 70%가 면역을 얻으면 전파가 멈추는 집단면역 상태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최근에는 이 숫자가 올라가고 있다. 앤서니 파우치 미국 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장은 “90%가 백신을 맞아야 집단면역을 형성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파력이 높은 홍역과 비슷한 수준이다.

(3) 몸속 면역은 얼마나 지속될까

백신 개발은 통상 10년 넘게 걸린다.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등을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백신은 개발에 1년도 걸리지 않았다. 백신 효과가 얼마나 오래갈지도 확인하지 못했다. 변이에 대한 효과도 검증되지 않았다.

화이자 모더나 등의 백신 면역 유지 기간에 대한 연구 결과는 이달 말께 나온다. 일부 소규모 연구 결과는 긍정적이다. 미국 의료진은 백신을 두 번 맞은 지 3~14주 지난 사람 20명을 분석했더니 몸속 면역력이 상당한 수준으로 유지됐다는 연구 결과를 최근 발표했다. 감염됐다가 회복된 지 한 달 정도 된 사람의 면역 수준과 비슷했다. 80억 명의 세계 인구가 접종하기에는 부족한 백신 물량 때문에 ‘한 번만 맞자’는 주장이 나오지만 과학적 근거는 없다. A백신을 맞은 뒤 B백신을 맞는 교차접종 효과에 대한 연구도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

(4) 자연면역이 해결책 될 수 있나

지난해 10월 일부 과학자들은 “건강한 사람은 일상생활로 돌아가 자연적으로 코로나19 면역을 얻어야 한다”는 내용의 그레이트배링턴 선언을 발표했다. 노인은 최대한 보호하고 치사율이 낮은 젊은 층은 평소처럼 활동해 면역을 얻어야 한다는 취지다.

또 다른 과학자들은 영국 학술지 ‘랜싯’에 이에 반대하는 존스노 성명을 실었다. 이들은 “취약계층을 보호하고 건강한 사람이 코로나19에 걸리도록 하는 것은 과학적 근거가 없는 위험한 오류”라고 비판했다.

백신이 나오면서 논란은 일단 수그러들었다. 하지만 젊은 사람은 가볍게 앓고 지나는 코로나19의 특성 때문에 여전히 일각에서는 ‘자연면역’이 낫다고 주장한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