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바이든·포스트 코로나 시대…'중심축 국가'가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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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국 이익이 연합보다
우선시되는 'G0' 시대
인구·부존자원 넘어선
다른 성장동인 있어야
'중심 국가' 될 수 있어
'초연결 시대' 생존 방법
다양한 국가와 관계 구축
우선시되는 'G0' 시대
인구·부존자원 넘어선
다른 성장동인 있어야
'중심 국가' 될 수 있어
'초연결 시대' 생존 방법
다양한 국가와 관계 구축
올해 6월 영국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회의에 한국이 초청됐지만, 2차 대전 이후 세계 경제를 주도해온 ‘G-something’ 체제는 갈수록 약화되는 추세다. ‘그룹 제로(G0)’로 가는 시대에서 국제 관계는 자국의 이익이 우선적으로 고려될 수밖에 없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국제통화기금(IMF), 세계무역기구(WTO), 유엔 등과 같은 국제기구의 위상과 합의 사항에 대한 이행력이 떨어지고 있다. 합의 사항 위반으로 제재하더라도 이를 지키려고 하는 국가가 많지 않다. 이 때문에 ‘국제기구 축소론’과 ‘역할 재조정론’이 끊임없이 제기돼왔다.
지난 20일 출범한 조 바이든 미국 정부는 “미국이 돌아왔다”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트럼프 정부에 의해 크게 훼손됐던 세계 경제질서 복원에 나서고 있다. 이를 감안하면 G0 시대가 일시적으로 나타난 과도기적 현상인지 아니면 오히려 더 강화될 것인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예상되는 세계 경제질서는 ①미국과 중국이 상호 공존하는 ‘차이메리카’ ②미·중이 경제 패권을 놓고 대립하는 ‘신냉전 2.0’ ③지역 또는 국가별로 분화하는 ‘분권화’ ④모두 조화되는 ‘다자주의’ ⑤무정부 상태인 ‘서브 제로(sub zero)’ 등 다섯 가지 시나리오로 상정해볼 수 있다.
①과 ②가 반복될 확률이 가장 높기 때문에 미국과 중국을 제외한 국가는 지역이나 자국 문제 해결에 우선순위를 두는 ③으로 흐를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세계 경제는 종전의 이론으로는 설명되지 않으면서 예측까지 어려운 ‘뉴 애브노멀 젤리형 질서’가 지금까지 유지돼온 ‘스탠더드형 질서’와 공존하는 형태를 띨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세계 경제질서를 특징짓는 ‘뉴 애브노멀’은 기존 스탠더드와 거버넌스의 한계에서 출발한다고 누리엘 루비니 미국 뉴욕대 교수는 진단했다. 2차 대전 이후 스탠더드와 지배구조를 주도해왔던 미국과 유럽에서 각각 금융위기와 재정위기가 발생했고, 각국이 동시다발적으로 직면한 코로나 사태에도 가장 많은 피해를 봤기 때문이다.
중층적 세계 경제질서에서는 경제학에도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당장 눈에 띄는 것은 주류 경제학과 비주류 경제학 간의 경계가 무너지는 현상이다. 학계에서는 이런 현상을 ‘경제학의 혼돈’으로 부른다. 금융위기와 코로나 사태를 잇달아 겪으면서 ‘합리적 인간’을 가정한 주류 경제학에 대한 회의론이 확산하는 가운데 행동주의 경제학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합리적 인간’이라는 가정이 무너진다면 자유와 창의를 바탕으로 한 시장경제에도 변화가 올 수밖에 없다. 금융위기, 코로나 사태와 같은 시장 실패 부문에 대해서는 국가가 개입할 수 있는 정당성을 부여해준다. 시장과 국가가 경제 문제를 함께 풀어나가는 국가 자본주의가 온정적 자본주의와 함께 ‘4세대 자본주의’로 부각되고 있다.
G0 시대에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브릭스(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등과 같이 공통적인 성장동인(예: 인구, 부존자원 등)을 매개로 특정 국가들을 한데 묶는 짐 오닐 방식의 ‘일반화 함정’이다. 증시에서 FAANG(페이스북·애플·아마존·넷플릭스·구글), MAGA(마이크로소프트·애플·구글·아마존) 등도 마찬가지다.
G0 시대에는 어느 국가가 지속적으로 성장해 경제 발전 단계가 높아질 수 있느냐 하는 점이 중요하다. 뉴밀레니엄 시대 이후 세계 경제를 주도한 브릭스 국가가 공통적으로 가진 인구와 부존자원 외에 다른 성장동인이 있어야 지배국 혹은 중심국으로 부상할 수 있다는 게 월트 로스토가 주장했던 ‘제1 도약론’에 이은 ‘제2 도약론’이다.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디지털 콘택트 추세가 더 앞당겨져 초연결 사회가 도래한 만큼 ‘중심축 국가(pivot state)’일수록 부상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중심축 국가’란 특정 국가에 의존하기보다 다양한 국가와 서로 이익이 될 만한 관계를 독자적으로 구축할 수 있는 국가를 말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해상 실크로드) 계획 등을 통해 중국 중심의 네트워크 체제 구축에 주력하고, 바이든 정부가 동맹국과의 관계 복원에 우선적으로 나서는 것도 이 때문이다. 중심축 국가의 영향력이 커지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전제는 네트워크에 가담하는 국가 수가 많아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과 미국, 한국은 어느 편에 서야 하는가? 문재인 정부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schan@hankyung.com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국제통화기금(IMF), 세계무역기구(WTO), 유엔 등과 같은 국제기구의 위상과 합의 사항에 대한 이행력이 떨어지고 있다. 합의 사항 위반으로 제재하더라도 이를 지키려고 하는 국가가 많지 않다. 이 때문에 ‘국제기구 축소론’과 ‘역할 재조정론’이 끊임없이 제기돼왔다.
지난 20일 출범한 조 바이든 미국 정부는 “미국이 돌아왔다”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트럼프 정부에 의해 크게 훼손됐던 세계 경제질서 복원에 나서고 있다. 이를 감안하면 G0 시대가 일시적으로 나타난 과도기적 현상인지 아니면 오히려 더 강화될 것인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예상되는 세계 경제질서는 ①미국과 중국이 상호 공존하는 ‘차이메리카’ ②미·중이 경제 패권을 놓고 대립하는 ‘신냉전 2.0’ ③지역 또는 국가별로 분화하는 ‘분권화’ ④모두 조화되는 ‘다자주의’ ⑤무정부 상태인 ‘서브 제로(sub zero)’ 등 다섯 가지 시나리오로 상정해볼 수 있다.
①과 ②가 반복될 확률이 가장 높기 때문에 미국과 중국을 제외한 국가는 지역이나 자국 문제 해결에 우선순위를 두는 ③으로 흐를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세계 경제는 종전의 이론으로는 설명되지 않으면서 예측까지 어려운 ‘뉴 애브노멀 젤리형 질서’가 지금까지 유지돼온 ‘스탠더드형 질서’와 공존하는 형태를 띨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세계 경제질서를 특징짓는 ‘뉴 애브노멀’은 기존 스탠더드와 거버넌스의 한계에서 출발한다고 누리엘 루비니 미국 뉴욕대 교수는 진단했다. 2차 대전 이후 스탠더드와 지배구조를 주도해왔던 미국과 유럽에서 각각 금융위기와 재정위기가 발생했고, 각국이 동시다발적으로 직면한 코로나 사태에도 가장 많은 피해를 봤기 때문이다.
중층적 세계 경제질서에서는 경제학에도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당장 눈에 띄는 것은 주류 경제학과 비주류 경제학 간의 경계가 무너지는 현상이다. 학계에서는 이런 현상을 ‘경제학의 혼돈’으로 부른다. 금융위기와 코로나 사태를 잇달아 겪으면서 ‘합리적 인간’을 가정한 주류 경제학에 대한 회의론이 확산하는 가운데 행동주의 경제학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합리적 인간’이라는 가정이 무너진다면 자유와 창의를 바탕으로 한 시장경제에도 변화가 올 수밖에 없다. 금융위기, 코로나 사태와 같은 시장 실패 부문에 대해서는 국가가 개입할 수 있는 정당성을 부여해준다. 시장과 국가가 경제 문제를 함께 풀어나가는 국가 자본주의가 온정적 자본주의와 함께 ‘4세대 자본주의’로 부각되고 있다.
G0 시대에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브릭스(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등과 같이 공통적인 성장동인(예: 인구, 부존자원 등)을 매개로 특정 국가들을 한데 묶는 짐 오닐 방식의 ‘일반화 함정’이다. 증시에서 FAANG(페이스북·애플·아마존·넷플릭스·구글), MAGA(마이크로소프트·애플·구글·아마존) 등도 마찬가지다.
G0 시대에는 어느 국가가 지속적으로 성장해 경제 발전 단계가 높아질 수 있느냐 하는 점이 중요하다. 뉴밀레니엄 시대 이후 세계 경제를 주도한 브릭스 국가가 공통적으로 가진 인구와 부존자원 외에 다른 성장동인이 있어야 지배국 혹은 중심국으로 부상할 수 있다는 게 월트 로스토가 주장했던 ‘제1 도약론’에 이은 ‘제2 도약론’이다.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디지털 콘택트 추세가 더 앞당겨져 초연결 사회가 도래한 만큼 ‘중심축 국가(pivot state)’일수록 부상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중심축 국가’란 특정 국가에 의존하기보다 다양한 국가와 서로 이익이 될 만한 관계를 독자적으로 구축할 수 있는 국가를 말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해상 실크로드) 계획 등을 통해 중국 중심의 네트워크 체제 구축에 주력하고, 바이든 정부가 동맹국과의 관계 복원에 우선적으로 나서는 것도 이 때문이다. 중심축 국가의 영향력이 커지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전제는 네트워크에 가담하는 국가 수가 많아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과 미국, 한국은 어느 편에 서야 하는가? 문재인 정부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