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헤지펀드들이 아마존과 애플 등 대형 기술기업 지분을 늘리고 있다. 작년 말 밸류에이션이 높아졌다며 일부를 처분한 것과는 정반대 움직임이다.

2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를 인용해 지난 18일 헤지펀드들의 메가캡(시가총액 2000억달러를 넘는 기업) 기술기업 순매수 포지션은 지난 한달 중 최대치를 기록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에 따라 헤지펀드들의 포트폴리오에서 기술 메가캡 기업 노출도가 지난 수년간 가장 빠른 수준으로 늘었다'고 보도했다.

골드만삭스 분석에 따르면 헤지펀드들의 빅테크에 대한 롱(매수)/쇼트(매도) 포지션 비율은 이달 초 14%에서 20.5%로 늘었다. 매수를 택한 곳이 더 많아졌다는 얘기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달 초만해도 빅테크들이 수익 성장세를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던 것과는 다른 움직임"이라고 보도했다.

각 헤지펀드는 '빅테크' 기업들의 실적 공개를 앞두고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 애플과 이베이 등은 오는 28일 작년 4분기 실적을 공개한다.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페이스북 등은 오는 29일에 실적을 발표한다. 테슬라도 이날 실적을 알린다.

블룸버그인텔리전스 집계에 따르면 페이스북, 애플, 아마존, MS, 알파벳 등 '빅5' 테크기업은 시장 대비 더 빠른 수익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마존 등 빅테크 보유 늘리는 세계 헤지펀드…"실적 믿는다"
자산운용사 JO함브로캐피털매니지먼트의 조르지오 카푸토 선임 펀드매니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해 멈췄던 경제가 다시 재가동되고 있지만, 여전히 디지털화와 자동화 경향은 계속되고 있다"며 "광고는 계속 온라인으로 이동하고, 각 기업은 클라우드 사용을 늘리는 있어 소프트웨어·인터넷 기업의 성장세가 지속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넬라 리저드슨 ADP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디지털 연결과 디지털 소통의 필요성은 코로나19 이후 경제가 개선되도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기술 지배력은 계속될 것이란 인식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로는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세터러 파이낸셜그룹의 진 골드만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헤지펀드들이 어닝서프라이즈를 예상하고 기술기업을 사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골드만 CIO는 "빅테크가 장기적으로는 두 가지 '폭풍'을 겪을 것"이라며 "만약 금리 상승할 경우 주가가 높아진 주식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위험이 있고, 각국 정부가 규제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도 리스크"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빅테크에 대한 단기적 낙관론은 금리 상승과 정부규제 등 두가지 요인이 빅테크 주식 매력을 떨어뜨리기 앞서 거의 마지막으로 나오는 '만세'와 비슷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