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환경 오염 기업에 대출 않겠다"…여신도 투자도 ESG 중심 재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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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빨라진 ESG 시계
(7) 은행권에 불붙는 ESG 경영
금융사 ESG 경영, 산업계 돈 흐름 바꾼다
(7) 은행권에 불붙는 ESG 경영
금융사 ESG 경영, 산업계 돈 흐름 바꾼다
국민은행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담당 부서는 요즘 영국 런던으로부터의 소식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이달 초 ‘적도 원칙’(Equator Principles: 대규모 사업이 환경·사회에 영향을 줄 경우 참여하지 않겠다는 국제협약) 가입을 위해 신청서를 냈기 때문이다. 이 협약은 런던에서 심사 중이다.
KB금융지주 관계자는 “‘RE100’(2050년까지 신재생에너지를 100% 사용하겠다는 협약) 가입 신청도 금융권에서 처음으로 할 계획”이라며 “다음달부터 여신과 투자·에너지 전략이 바뀌고 이에 따라 기업 평가와 자금 지원의 틀도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권이 ESG 시계를 빠르게 돌리고 있다. 올해 초 4대 금융지주(신한 KB 하나 우리) 회장들은 신년사에서 일제히 ESG를 새해 경영 키워드로 내걸었다. 각 계열사 실무 부서도 분주해졌다. 올해부터 금융사가 기업 여신을 평가할 때도 ESG 요소를 상당 부분 반영할 전망이다. 금융 기틀이 ESG를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산업계의 자금 흐름도 달라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은행은 그동안 프로젝트 규모와 수익성을 기준으로 참여 여부를 판단해 왔다. 한 시중은행 PF(프로젝트파이낸싱)담당 임원은 “대규모 프로젝트는 기본적으로 수천억원, 수조원 규모이기 때문에 약간의 수수료만 받아도 큰 수익을 낼 수 있었다”며 “앞으로는 환경에 악영향을 주거나 석탄 원료 등을 사용하는 기업이 주도하는 사업은 수익성과 상관없이 대출하기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은행은 이미 지난해 하반기부터 프로젝트별 리스크 등급에 대한 기준을 마련하고 있다. 신한금융은 17개 자회사의 ESG 성과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그룹 ESG 통합체계’를 수립 중이다.
이에 따라 기업을 평가하고, 여신과 투자를 결정하는 기준도 대폭 변경된다. 시중은행의 한 ESG담당 임원은 “기존에는 재무지표 중심의 신용등급과 거래 이력만 봤지만 앞으로는 ESG 평가가 나쁘면 재무 구조가 좋다고 하더라도 대출을 새로 받거나 증액을 받기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조용범 국민은행 ESG기획부장은 “최근 몇 년 새 산불, 폭우, 폭설 등 이상기후가 이어지는데 이 같은 피해가 반복되면 관련된 기업의 자산이나 수익에 영향을 받고, 결과적으로는 은행의 담보가치도 하락할 것”이라며 “은행들도 기후 변화를 고려해 새로운 신용 평가를 만들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각 금융사 이사진에도 ESG 전문가가 포진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금융지주들이 ‘ESG 경영’을 대표 전략 키워드로 내세운 만큼 이를 감독·보좌하는 이사들도 이해도가 높아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하반기 KB금융 우리사주조합이 “ESG 전문 이사가 필요하다”며 외부 인사를 이사로 추천해 주주총회에서 대립하기도 했다.
은행 등 금융사의 ESG 경영은 산업계의 ESG 바람을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들이 원활한 자금 지원을 받으려면 지속가능성에 중심을 둔 경영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금융회사로서도 환경·사회 기여도가 높은 기업에 자금 지원을 확대하는 게 장기적인 리스크를 줄이는 일이다. 김광수 은행연합회장은 “ESG에 충실한 기업을 얼마나 많이 발굴하고 고객으로 확보하는지가 각 은행의 경쟁력과 직결되는 시대가 왔다”며 “금융권의 대출, 투자 포트폴리오가 ESG를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소람/김대훈 기자 ram@hankyung.com
KB금융지주 관계자는 “‘RE100’(2050년까지 신재생에너지를 100% 사용하겠다는 협약) 가입 신청도 금융권에서 처음으로 할 계획”이라며 “다음달부터 여신과 투자·에너지 전략이 바뀌고 이에 따라 기업 평가와 자금 지원의 틀도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권이 ESG 시계를 빠르게 돌리고 있다. 올해 초 4대 금융지주(신한 KB 하나 우리) 회장들은 신년사에서 일제히 ESG를 새해 경영 키워드로 내걸었다. 각 계열사 실무 부서도 분주해졌다. 올해부터 금융사가 기업 여신을 평가할 때도 ESG 요소를 상당 부분 반영할 전망이다. 금융 기틀이 ESG를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산업계의 자금 흐름도 달라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기후변화, 담보 가치에도 직결”
25일 은행권에 따르면 주요 금융지주들은 올해 상반기부터 대규모 인프라·프로젝트 참여 시 ESG 요소를 고려해 평가할 계획이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국내 은행 중 처음으로 ‘적도 원칙’에 가입했고, 이에 따라 사업 평가 체계를 개편했다. 이후 국민은행에 이어 우리은행도 이르면 올해 가입을 목표로 준비 중이다.은행은 그동안 프로젝트 규모와 수익성을 기준으로 참여 여부를 판단해 왔다. 한 시중은행 PF(프로젝트파이낸싱)담당 임원은 “대규모 프로젝트는 기본적으로 수천억원, 수조원 규모이기 때문에 약간의 수수료만 받아도 큰 수익을 낼 수 있었다”며 “앞으로는 환경에 악영향을 주거나 석탄 원료 등을 사용하는 기업이 주도하는 사업은 수익성과 상관없이 대출하기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은행은 이미 지난해 하반기부터 프로젝트별 리스크 등급에 대한 기준을 마련하고 있다. 신한금융은 17개 자회사의 ESG 성과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그룹 ESG 통합체계’를 수립 중이다.
이에 따라 기업을 평가하고, 여신과 투자를 결정하는 기준도 대폭 변경된다. 시중은행의 한 ESG담당 임원은 “기존에는 재무지표 중심의 신용등급과 거래 이력만 봤지만 앞으로는 ESG 평가가 나쁘면 재무 구조가 좋다고 하더라도 대출을 새로 받거나 증액을 받기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조용범 국민은행 ESG기획부장은 “최근 몇 년 새 산불, 폭우, 폭설 등 이상기후가 이어지는데 이 같은 피해가 반복되면 관련된 기업의 자산이나 수익에 영향을 받고, 결과적으로는 은행의 담보가치도 하락할 것”이라며 “은행들도 기후 변화를 고려해 새로운 신용 평가를 만들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SG 알아야 임원 된다”
4대 시중은행은 일제히 임원 평가에 ESG 지표를 반영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예를 들어 담당한 실무에서 ESG 기조와 맞지 않는 대출 또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친환경 상품 등을 기획·판매하는 행위 등은 긍정적인 평가 요인이다. ESG 이해도가 높아야 임원이 될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다.각 금융사 이사진에도 ESG 전문가가 포진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금융지주들이 ‘ESG 경영’을 대표 전략 키워드로 내세운 만큼 이를 감독·보좌하는 이사들도 이해도가 높아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하반기 KB금융 우리사주조합이 “ESG 전문 이사가 필요하다”며 외부 인사를 이사로 추천해 주주총회에서 대립하기도 했다.
은행 등 금융사의 ESG 경영은 산업계의 ESG 바람을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들이 원활한 자금 지원을 받으려면 지속가능성에 중심을 둔 경영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금융회사로서도 환경·사회 기여도가 높은 기업에 자금 지원을 확대하는 게 장기적인 리스크를 줄이는 일이다. 김광수 은행연합회장은 “ESG에 충실한 기업을 얼마나 많이 발굴하고 고객으로 확보하는지가 각 은행의 경쟁력과 직결되는 시대가 왔다”며 “금융권의 대출, 투자 포트폴리오가 ESG를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소람/김대훈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