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그룹이 25일 명품 브랜드 ‘오프화이트’와 협업한 화장품을 선보였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샤넬’로 불리는 명품 브랜드 오프화이트가 한국 기업과 손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타격으로 실적이 급감한 아모레퍼시픽이 절치부심해 내놓은 신제품 전략이란 평가가 나온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은 올해 초 신년사에서 “시대정신을 충실히 반영한 강한 브랜드를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모레, 名品 오프화이트 협업…중국 화장품 시장 반격 나선다

오프화이트, 韓 기업과 첫 협업

아모레퍼시픽그룹과 오프화이트의 협업 화장품은 오프화이트가 내놓은 첫 화장품이기도 하다. 제품 생산부터 포장 디자인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 걸쳐 두 회사가 협의해 개발했다. 제품을 제작하는 데만 1년가량 걸린 것으로 알려졌다.

제품명은 ‘프로텍션 박스’(사진)다. 코로나19 확산 상황을 반영했다. 프로텍션 박스엔 화장품과 패션소품이 들어 있다. 시트 마스크팩과 톤업 쿠션, 립밤은 아모레퍼시픽이, 천 마스크와 마스크 스트랩은 오프화이트가 각각 만들었다. 박스 디자인은 오프화이트가 적극적으로 의견을 냈다. 스트랩을 달면 가방으로도 쓸 수 있다. 가격은 19만5000원이다.

한정판 제품인 이 제품은 다음달 1일 오전 10시 아모레퍼시픽 온라인몰에서 무작위 추첨 방식으로 판매를 시작한다. 이어 8일부터 네이버쇼핑, 10일부터 아모레스토어, 아모레성수 등 매장에서도 구입할 수 있다. 3월엔 중국과 일본에서 판매한다. 추가 생산은 하지 않기로 했다.

비매품으로 윷놀이 세트도 제작했다. 윷놀이 세트는 이벤트를 통해 한정 수량만 줄 예정이다. 윷놀이 게임세트를 만들자는 아이디어는 오프화이트의 창업자이자 디자이너인 버질 아블로가 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한국 놀이 문화에 관심이 많은 아블로가 윷놀이 세트를 넣자고 제안했다”며 “출시 시점을 설 직전으로 잡은 이유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강한 브랜드” 전략

오프화이트는 2012년 아블로 디자이너가 설립한 명품 스트리트 캐주얼 브랜드다. 그동안 루이비통, 나이키, 리모와 등 글로벌 명품 패션 브랜드들과 주로 협업해왔다. 아블로는 협업 대상을 까다롭게 고르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2018년부터 지금까지 루이비통 남성복의 아티스틱 디렉터도 겸직하고 있다.

아모레, 名品 오프화이트 협업…중국 화장품 시장 반격 나선다
아모레퍼시픽이 글로벌 브랜드와 협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초부터 협업 전문 프로젝트팀(CTF)을 구성해 오프화이트와 협업을 준비해왔다. 중국 시장에서 반등을 노리고 이번 협업을 추진한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오프화이트는 한국뿐만 아니라 중국에서도 인기가 치솟고 있다.

두 회사의 협업은 오프화이트 본사에서 근무하는 한국인 직원을 통해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오프화이트도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어 관심이 높았다.

아모레퍼시픽은 2017년 중국의 한한령과 지난해 코로나19 등으로 최근 실적이 부진했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실적이 반등하기 시작했다.

아모레퍼시픽이 설화수, 라네즈 등 자사 브랜드가 아닌 회사명을 내걸고 오프화이트와 손잡았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화장품업계 관계자는 “강한 브랜드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서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며 “글로벌 브랜드와 협업 행보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