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 전파속 빠른 백신접종이 변이 유발 가능"

코로나19 백신 접종률 1위 이스라엘, 변이 나올까 촉각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이뤄지는 이스라엘에서 변이 바이러스 출현에 대한 우려가 잇따르고 있다.

이스라엘은 백신 접종 관련 데이터를 화이자에 실시간 제공하는 조건으로 조기에 대규모 물량을 확보해 빠른 속도로 접종을 진행, 인구 대비(약 930만명) 접종률이 30%에 육박한다.

현지 매체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 집계에 따르면 이날까지 1차 접종자는 258만여 명, 2차 접종까지 마친 인원은 109만9천여 명이다.

전 세계 연구자들은 이런 이스라엘의 빠른 백신 접종 상황과 그 효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하지만 이런 백신 접종 속도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에서는 아직 하루 3천 명이 넘는 신규 확진자가 나오고 있고, 영국, 남아프리카공화국, 미국 등에서 처음 보고된 변이 바이러스도 확인되고 있다.

이처럼 코로나19 유행 속에 이뤄지는 백신 접종이 바이러스에게 변이를 압박하는 상황이 될 수 있다는 게 현지 보건 관리들과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이스라엘의 국가 정보지식센터는 24일(현지시간) 발간한 보고서에서 이스라엘에서 백신에 의한 면역 반응을 피할 수 있는 변이가 생길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또 앞서 이스라엘군 정보기관도 백신 접종자 확산에 따른 변이 바이러스 출현 가능성이 있다면서, 백신 접종자와 확진 후 회복자에 대한 지속적인 검사를 당부했다.

이에 대해 보건부 산하 공중보건 서비스 책임자인 샤론 알로이-프레이스 교수는 현지 KAN 뉴스와 인터뷰에서 "아직 의미 있는 이스라엘발 변이는 발견되지 않았다"며 "하지만 바이러스가 있으면 변이는 생기게 마련"이라고 말했다.

예루살렘 샤아레 제데크 메디컬 센터 유전연구소의 에프라트 레비-라하드 교수도 예루살렘 포스트에 "바이러스는 끊임없이 변종을 만든다"며 "변이는 바이러스의 자가복제 과정에서 생긴다"고 설명했다.

바이러스는 무생물에 가깝지만, 숙주세포가 있으면 생물처럼 진화하는데, 특히 전파 과정에서 변이를 일으켜 새로운 바이러스처럼 모습을 바꾸기도 한다.

크기가 워낙 작아 스스로 유전자를 보호하는 기능이 떨어지고, 바이러스 유전자가 숙주의 유전자와 잘 섞이는 특성도 바이러스 자가복제 과정의 변이 확률을 높인다.

텔아비브대학 생체의학·암 연구소인 슈무니스 스쿨의 조너선 게르쇼니 교수는 이런 바이러스의 성질을 문장을 쓸 때 생기는 오자와 비교해 설명했다.

그는 "복사기나 인쇄기가 아닌 손으로 게놈 복제본을 만든다고 가정해보면, 그 과정에서 오자가 생길 수 있다"며 "게놈 복제 과정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이것을 변이라고 부르며, 이런 변이를 가진 바이러스를 변종이라고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률 1위 이스라엘, 변이 나올까 촉각
게르쇼니 교수는 이어 "대부분의 변이는 조용하게 진행되고 바이러스 단백질의 변화도 유발하지 않는다"며 "하지만 어떤 오자는 엄청난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고 부연했다.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는 전파력과 치명률이 기존 바이러스에 비해 높을 수 있다거나, 이미 개발된 백신이 체내에 형성하는 중화항체에 내성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 최근 연구를 통해 드러나고 있다.

따라서 이스라엘에서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가 나올 경우 지금까지 진행된 대규모 접종의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레비-라하드 교수는 "코로나19 이전에도 주요 보건 이슈 중 하나는 병원체가 항생제에 대해 내성을 갖는 것이었다"며 "만약 백신 접종자가 병원체에 감염되면, 그 백신으로 인해 항체에 저항력을 가진 변이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픈 사람과 면역력을 가진 사람이 많다면, 또 면역이 감염을 완전히 차단하지 못한다면, 코로나바이러스를 옮길 수 있는 사람이 많고 숙주가 많기 때문에 변이는 생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레비-라하드 교수는 "백신 접종은 감염을 완전히 종식하지 못하지만, 중증 환자 비율을 크게 낮출 수 있다.

그건 엄청난 영향이다"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