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미 행정부 출범하자마자 양국 긴장 국면 고조
지난 23일 시위에서 연행된 시위 참가자가 3천500명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나발니 체포 문제를 계기로 조 바이든 미 행정부 출범 초기부터 미·러 간 긴장이 다시 고조되는 조짐이다.
24일(현지시간) 미 정치매체 더힐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국무부, 대사관 등에 이어 정치권에서도 속속 러시아 시위를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나섰다.
미 국무부는 전날 발표한 성명에서 "미국은 이번 주말 러시아 전역 도시에서 시위대 및 언론인을 상대로 가혹한 수단을 동원한 것을 강력하게 비판한다"고 밝혔다.
국무부는 이어 러시아 당국의 나발니 체포 및 평화 시위 억압이 "시민 사회와 자유를 한층 더 제한하려는 조짐"이라고 지적하고 "인권 수호를 위해 동맹 및 파트너와 연대하겠다"고 덧붙였다.
모스크바 주재 미 대사관도 러시아 압박에 가세했다.
레베카 로스 대변인은 같은 날 트위터 계정에 "우리는 러시아 38개 도시에서 일어난 시위와, 평화적 시위 참가자 및 언론인 체포에 대한 보고를 주시하고 있다"면서 "미국은 평화로운 시위 및 표현의 자유에 대한 모든 이들의 권리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로스 대변인은 그러면서 "러시아 당국이 내린 조치는 이들을 억압한다"면서 "평화 시위대 및 언론인을 체포하는 러시아 당국은 발언의 자유 및 평화 집회를 억압하려는 활동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정치권에서도 하원 외교위 공화당 간사인 마이클 매콜 의원, 벤 새스 공화당 상원의원 등이 비슷한 입장을 밝혔다.
푸틴 대통령 대변인인 드미트리 페스코프는 24일 성명을 통해 미 당국자들의 발언은 러시아에 대한 내정 간섭이며 러시아인의 불법을 부추기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러시아 외무부는 25일 존 설리번 모스크바 주재 미국 대사를 초치해 항의했다.
외무부 대변인 마리야 자하로바는 이날 자국 TV 방송 '제1채널'과의 인터뷰에서 세르게이 랴브코프 차관이 설리번 대사와 면담했다고 전하면서 "러시아 주재 미 대사관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자체 인터넷 자산을 통해 러시아 도시들에서의 불법 시위를 지지하는 게시물을 확산시킨 데 대해 미국 측에 단호하게 항의했다"고 밝혔다.
자하로바는 "러시아 측은 이 게시물과 (러시아 시위 사태에 관한) 미 국무부 성명 등을 러시아 내정에 관한 간섭으로 간주한다는 점을 미 대사에게 전달했으며, 러시아 법률과 외교 관행을 철저히 준수할 필요성에 대해서도 고지했다"고 덧붙였다.
러시아에서는 앞서 지난 23일 구속 중인 나발니 석방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전국적으로 벌어졌다.
시위 규모를 놓고선 나발니 측 발표와 언론 보도, 러 당국 발표가 엇갈리고 있다.
나발니 측은 모스크바에서만 5만여명, 전국에서 25만~30만명이 시위에 참가했다고 주장했다.
AFP 통신은 모스크바에서 약 2만 명,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1만여 명이 각각 시위에 참여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러시아 내무부는 모스크바 시위 참가자를 4천명으로 추산했다.
러시아 내 독립 언론들은 전국 110개 도시에서 11만명 이상이 시위에 참가했고 3천500명 이상이 체포됐다고 전했다.
정치범 체포를 감시하는 러시아 비정부기구(NGO) 'OVD-인포'에 따르면 모스크바에서 1천439명, 상트페테르부르크서 545명 등 러시아 전역에서 3천642명이 연행됐다.
푸틴 대통령을 비롯한 러시아 지도부를 줄기차게 비판해온 나발니는 지난해 8월 독극물 중독 증세로 혼수상태에 빠졌다가 독일에서 치료 뒤 이달 17일 귀국했으나 도착 직후 체포돼 구속됐다.
그는 구금 이후에도 SNS로 푸틴 대통령의 호화판 리조트를 폭로하는 동영상을 공개하며 비판 행보를 이어갔고, 지지자들은 그의 석방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