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뉴스편집, AI에 맡겼더니…'가짜 단독'에 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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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단독 기사, 메인 노출 어려워져
"이용자 취향에 기반한 알고리즘 탓"
"이용자 취향에 기반한 알고리즘 탓"
네이버가 뉴스 편집에 도입한 인공지능(AI) 알고리즘 시스템으로 뉴스 소비자들이 '가짜 단독 기사'에 많이 노출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AI가 유사한 기사를 묶어서 보여주는 편집 방식이 '진짜 단독 기사'의 배제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5일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이재원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연구소 연구위원은 지난달 한국방송학회 '방송통신연구'에 기고한 '포털 사이트의 인공지능 뉴스 큐레이션 도입과 뉴스 생산 관행 변화에 관한 연구' 논문에서 이렇게 밝혔다.
네이버는 2019년 4월부터 뉴스 편집에서 인간의 개입을 배제하고 AI 뉴스 추천 시스템 '에어스'(AiRS·AI Recommender System)를 도입하고 있다. 에어스는 이용자가 어떤 뉴스를 봤을 때, 같은 뉴스를 본 다른 이용자들이 주로 클릭한 뉴스들을 AI로 자동 추천해주는 방식이다.
이 연구위원은 에어스 도입 이후 네이버 연예 뉴스의 생산 과정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이에 따른 연예 저널리즘의 변화는 무엇인지 연구했다. 이 위원은 지난해 2∼8월 연예 뉴스 생산자 15명을 심층 인터뷰했다.
이 위원은 "뉴스 생산자들은 네이버 발표 등 최소한의 정보로 알고리즘의 작동 원리를 유추해 여러 전략으로 '알고리즘 속이기'를 시도하고 있었다"며 "포털 메인에 오르고자 분투하는 과정에서 저널리즘 본연의 가치가 퇴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AI 도입 결과 심층 취재한 기사보다는 클릭을 유도하는 키워드만 신경 쓴 기사가 늘어나는 경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에는 기자가 발로 뛰어 발굴·취재한 심층적인 내용이 있어야 '단독'이라는 합의가 기자들 간에 있었다면, AI 편집 이후로는 '단독'의 가치가 현저히 떨어졌다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포털에 채택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반응이다. '가짜 단독 남발' 전략이 네이버 알고리즘을 속이는 데 성공하고 있어서 한 두 언론사의 노력으로는 바꾸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또한 AI 도입으로 '조각 기사 늘리기' 현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연구위원은 "전문 편집자가 배제되고 알고리즘이 기계적으로 편집하면서, 이미 공개된 내용을 '복사 붙여넣기'하는 기사가 늘어났다"며 "양질의 기사라고 보기 어렵지만, 많은 사람이 클릭하기에 알고리즘이 가치 있다고 판단한다"고 지적했다.
또 네이버는 유사한 소식을 다룬 기사들을 묶어서(클러스터링) 분야별 톱에 올리는데, 이런 편집 방식이 '진짜 단독 기사'의 메인 노출을 되레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단순 보도자료 기사여도 보도 건수가 많으면 포털 메인에 오르기 때문에, 똑같은 기사를 포장만 달리하는 '가짜 단독'도 늘어난다는 것이다.
이 연구위원은 "AI 편집의 기본 전제가 저널리즘 차원에서 바람직하지 않은 방향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에어스가 이용자 취향·반응 기반 알고리즘인 탓에 독자가 많이 보는 뉴스 중심으로만 기사가 생산·소비되고 있고,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한 심층 취재보다는 클릭을 유도하는 기사만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연구위원은 "포털 사이트가 저널리즘 행위자로서 알고리즘의 세부적인 방향성을 뉴스 제작자들과 공유하고, 사회적으로도 공개·합의해야 한다"며 "이용자의 취향에 맞추는 알고리즘이 아니라, 저널리즘 가치가 구현되는 상생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
25일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이재원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연구소 연구위원은 지난달 한국방송학회 '방송통신연구'에 기고한 '포털 사이트의 인공지능 뉴스 큐레이션 도입과 뉴스 생산 관행 변화에 관한 연구' 논문에서 이렇게 밝혔다.
네이버는 2019년 4월부터 뉴스 편집에서 인간의 개입을 배제하고 AI 뉴스 추천 시스템 '에어스'(AiRS·AI Recommender System)를 도입하고 있다. 에어스는 이용자가 어떤 뉴스를 봤을 때, 같은 뉴스를 본 다른 이용자들이 주로 클릭한 뉴스들을 AI로 자동 추천해주는 방식이다.
이 연구위원은 에어스 도입 이후 네이버 연예 뉴스의 생산 과정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이에 따른 연예 저널리즘의 변화는 무엇인지 연구했다. 이 위원은 지난해 2∼8월 연예 뉴스 생산자 15명을 심층 인터뷰했다.
이 위원은 "뉴스 생산자들은 네이버 발표 등 최소한의 정보로 알고리즘의 작동 원리를 유추해 여러 전략으로 '알고리즘 속이기'를 시도하고 있었다"며 "포털 메인에 오르고자 분투하는 과정에서 저널리즘 본연의 가치가 퇴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AI 도입 결과 심층 취재한 기사보다는 클릭을 유도하는 키워드만 신경 쓴 기사가 늘어나는 경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에는 기자가 발로 뛰어 발굴·취재한 심층적인 내용이 있어야 '단독'이라는 합의가 기자들 간에 있었다면, AI 편집 이후로는 '단독'의 가치가 현저히 떨어졌다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포털에 채택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반응이다. '가짜 단독 남발' 전략이 네이버 알고리즘을 속이는 데 성공하고 있어서 한 두 언론사의 노력으로는 바꾸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또한 AI 도입으로 '조각 기사 늘리기' 현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연구위원은 "전문 편집자가 배제되고 알고리즘이 기계적으로 편집하면서, 이미 공개된 내용을 '복사 붙여넣기'하는 기사가 늘어났다"며 "양질의 기사라고 보기 어렵지만, 많은 사람이 클릭하기에 알고리즘이 가치 있다고 판단한다"고 지적했다.
또 네이버는 유사한 소식을 다룬 기사들을 묶어서(클러스터링) 분야별 톱에 올리는데, 이런 편집 방식이 '진짜 단독 기사'의 메인 노출을 되레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단순 보도자료 기사여도 보도 건수가 많으면 포털 메인에 오르기 때문에, 똑같은 기사를 포장만 달리하는 '가짜 단독'도 늘어난다는 것이다.
이 연구위원은 "AI 편집의 기본 전제가 저널리즘 차원에서 바람직하지 않은 방향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에어스가 이용자 취향·반응 기반 알고리즘인 탓에 독자가 많이 보는 뉴스 중심으로만 기사가 생산·소비되고 있고,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한 심층 취재보다는 클릭을 유도하는 기사만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연구위원은 "포털 사이트가 저널리즘 행위자로서 알고리즘의 세부적인 방향성을 뉴스 제작자들과 공유하고, 사회적으로도 공개·합의해야 한다"며 "이용자의 취향에 맞추는 알고리즘이 아니라, 저널리즘 가치가 구현되는 상생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